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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사이트 없는 6시간

과천역 승강장. 전철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빠른 환승이 몇 번 문이었더라? 자주 가는 합정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 합정역은 1-1이고 지금 가는 구로디지털단지역은6-4였다. 나는 어째서 탈 때마다 헷갈리는가? 습관적으로 슬롯사이트을 찾았다. 네이버지도를 보고 확인할 작정이었다.


엇 폰이 없다! 이어폰은 챙기고 정작 폰을 책상 위에 두고 나왔다. 1초 정도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첫째, 덥고 귀찮았다. 둘째,약속시간에 너무 늦을 것이다. 일정 두 개가 있었는데 몇 시간 전에 변동될 확률은 낮았다. 그나마 미밴드를 차고 나왔다. 최소한 시간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슬롯사이트 전철에 올라탔다.


'오늘 매우 곤란하겠는걸? 꽤나 불편하겠지? 아날로그 체험을 제대로 하겠어.'


전철 안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슬롯사이트을 들여다보았다. 나머지 한 명은 그저 폰을 쥐고 있었다.슬롯사이트은 이미 신체의 일부가 된 지 오래.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나는 천정 에어컨이 나오는 자리에 서서 찬 기운을 만끽했다. 아 시원하다. 의외로 자유로운 이 기분은 뭐지?


요가와 점심식사 그리고 심리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슬롯사이트 없이 6시간을 보냈다.허무하리만치 별 문제가 없었다. 누군가에게서 카톡이 오지 않았을까 가끔 궁금했다만. 확인할 길이 없으니 궁금증은 금세 사라졌다. 오히려 일 하나하나에더욱 집중이 되었다.그동안쓸데없이 슬롯사이트폰이란 놈에게 스스로 잡혀살았구나.


물론누군가에겐 일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그럴수록 그 외의 시간엔 슬롯사이트 디톡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처럼 우연을 가장한 강제도 나쁘지 않고요.


슬롯사이트 아이디어하나가 떠올랐다. 슬롯사이트 없이아날로그로 한나절 나들이를떠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번도 안 가본 전철역에 내린다. 그저 내키는 방향으로 걷는다. 거리를 구경하다가 아무 카페에들어가 커피를 마신다. 또 걷다가 배가 고프면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메모도 하지 않고 사진도 찍지 않는다. 오직 나의 오감에만 몰입한다.목적 없이 의도 없이 행위 자체를 즐긴다. 아이들의 놀이처럼.


저녁에 집에 돌아와 슬롯사이트 뭐라고 쓸까? 기록을 하지 않은 만큼 감흥도 사그라질까. 그래서 쓸 것이 별로 없을까.아니면 반대로 경험이 새록새록 살아날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만 쓸 수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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