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사이트”이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일으켰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아이. 부서지는 글자. 요즘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힘들고 무거운 세상이라 내심 걱정됐다. 너무 슬프고 아프면 안 되는데 하면서.
슬롯사이트사이트다면 무거운 이야기다. 하지만 경쾌하게 전개된다. 비스킷처럼 부서지기 쉬운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제성. 그런 존재가 어디 있느냐며 제성을 신경정신 병동에 입원시키려는 부모님. 읽고 나면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정말 비스킷이 어딘가에서 움츠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나만 내 가족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1등 하는 것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제성과 친구들은 삶이 부서져 내리는 ‘슬롯사이트사이트’을 감지하면 달려간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 하기에 할 수 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스스로 어두운 세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소리 내어 말해야 한다. 자신에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 세상은 특정한 누구를 위한 세상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세상이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깨우치고 산다면, ‘슬롯사이트사이트’이라는 존재가 그저 돌봐 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이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제성이의 귀에도 평온함이 찾아올 것이다.
청소년 도서라 하지만 모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갈피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슬롯사이트사이트’이라고 부른다.
7쪽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
78쪽
세상은 슬롯사이트사이트의 존재를 인정할지에 관한 갑론을박을 시작했다. 눈으로 보았어도 믿을 수 없는 존재. 보이지 않아도 좌시해선 안 되는 존재. 그 존재들이 모두 인간이고, 우리의 이웃이라는 걸 잊은 듯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다만 모두가 공감하는 한 가지 사실은 누구도 슬롯사이트사이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