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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들락거리다 황보름작가님이 독서모임을 한다는 글을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바로 신청했다. 어떤 책으로 하는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독서모임 날짜만 확인하고 정원 안에 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허겁지겁 신청을 했다. 그리고 나서야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온다 리쿠의 <온라인 슬롯이라는 소설책이었다. 이 소설책은 온다 리쿠의 전작 <꿀벌과 천둥 , <초콜릿 코스모스를 잇는 예술 3부작이고 발레 천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발레에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책을 받고서 든 생각은 '아 책 정말 예쁘다', '근데 너무 두껍다 큰일이다'였다. 클레이하우스 출판사를 워낙 좋아하는데, 역시 책도 예쁘게 만드는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는 막막함. 아마도 <온라인 슬롯은 독서모임이 아니면 절대 내가 손 뻗지 않았을 분야의 책이었다. 나는 소설도 이제서야 재미 들여 읽기 시작하는 초보 독서가이기도 하고, 내가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분야에 관한 책들은 안 읽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슬롯을 펼치고 나서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했던 모든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발레에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온라인 슬롯이 부리는 마법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능력인 걸까? 분명 나는 글을 읽고 있는데, 마치 내 눈앞에서 발레 공연이 열리고 있는듯한 기분. 읽기 시작하자마자 푹 빠져들어 엄청난 몰입감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온라인 슬롯 뿐만 아니라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인 <꿀벌과 천둥, 연극에 관한 이야기인 <초콜릿 코스모스도 '예술'분야를 글로 표현한 건데, 글로써 잘 이해하기 힘든 분야를 이렇게 눈앞에 펼쳐지게 쓰는 능력이야말로 '온다 리쿠'만의 힘인 거구나 느끼며 읽었다. (나는 온다 리쿠의 책은 이번 <온라인 슬롯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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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슬롯은 천재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요로즈 하루'라는 인물에 대해 써 내려간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건 4인의 시선에서 요로즈하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1부는 하루의 뮤즈인 준의 시선에서 하루를 풀어내는데 발레학교라는 공간에 모인 천재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부는 미노루 삼촌의 시선에서 본 하루인데, 세상의 형태를 관찰하고 있는 천재 예술가의 성장기가 흥미롭다. 3부에서는 천재 작곡가 나나세와 천재 안무가 하루의 만남에서 시작되어 예술가로써 온전히 받아들이는 창작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4부는 하루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하루'라는 캐릭터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1부에서는 등장인물과 공연 이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느껴지고, 2부에서부터 '하루'라는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3부와 4부를 읽는 동안은 작가의 필력에 계속 소름이 돋았다. 글을 읽고 있는데 시공간을 초월해 내 앞에서 발레 공연이 펼쳐지는듯한 느낌온라인 슬롯말로 글이 부리는 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술가들의 타고난 천재적 예술성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창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안일한 태도로 살아가는 나에게 작은 불씨를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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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슬롯이라는 작품 하나 만으로 온다 리쿠 작가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발레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공연 한번 본 적 없는 내가 <온라인 슬롯이라는 작품을 읽으며 마치 눈앞에서 공연이 펼쳐지는듯한 느낌을 받고 상상 속의 발레 공연만으로도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온라인 슬롯을 쓰기 위해 '발레'라는 예술에 얼마나 깊이 빠져 사신 걸까 하는 경외심이 든다.

독서모임 함께 하신 분들 중 몇 분이 <꿀벌과 천둥 또한 굉장히 재밌다고 추천을 해주셨는데 그 책도 꼭 읽어보려 한다.


요로즈하루를 잘 부탁한다는 온라인 슬롯 리쿠 작가님의 인사말에서 하루를 향한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진다. 하루라는 캐릭터에 푸욱 빠져 지낸 나는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하루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하루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였어요! 하루는 아름다웠고 저에겐 너무도 부러운 존재였습니다. 어딘가에 살아있는 인물의 전기를 읽는 느낌도 들었지요. 어딘가에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구요. 천재 예술가를 글로써 훔쳐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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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온라인 슬롯기를 읽다 보니 '천재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천재성은 무엇일까?. 언젠간 그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올까?

<온라인 슬롯은 발레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에게는 이것은 발레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글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창작의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종종 글을 쓰다가 더 이상 생각이 안 난다며 끝을 마무리하지 못하곤 한다. 그렇게 저장만 해놓은 글들이 70개가 넘는다. <온라인 슬롯속에서 느낀 예술가들의 창작의 고통, 엄청난 노력을 계속 상기시키며 나도 조금씩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온라인 슬롯에서 느낀 '아름다움'의 잔상들이 남아있다.

"전율케 하라"

하루는 공연으로 관객을 전율케 했고, 온다 리쿠 작가님은 <온라인 슬롯으로 독자를 전율케 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전율케 할 것인가?

주말 동안 온라인 슬롯 공연을 영상으로 보면서 하루를 조금 더 붙잡고 있어야겠다. 참 행복한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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