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앞산은 웅크린 흰곰 같다. 순둥이 오줌 누는 동안 처마 밑에 서 있었다. 이게 뭔 짓거리인지. 그때 슬롯사이트사이트가 담배를 피워 물고 집 벽을 돌아 처마 밑으로 불쑥 들어왔다.
“아이고야”
서로 뻘춤 했다. 그도 내가 이 시간 처마 밑에 서 있는 것에 상상도 안 한 것 같았다. 그가 처마 밖으로 나가서 말을 꺼냈다.
“엄마 머리 자르러 가게요.”
“이 눈 속에서 라이?”
눈이 발목 넘게 쌓였다. 이 눈 속을 뚫고 가자는 것이슬롯사이트사이트.
“곧 녹아요.”
“미끄러져 위험헌디, 글고 차 유리창에 눈 겁나게 쌓였을 텐디.”
“내가 싹 쓸었어요.”
슬롯사이트사이트가 차를 등지고 서 있어 차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쏙 빼고 쳐다봤다. 차 앞 유리창이 눈 하나 없이 말끔했다. 그럼 시방 차 눈 쓸러 나왔다는 말인가.나나 그나성격이급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대단허요.’ 말이 입술 끝에서 달랑거렸다.
“눈 좀 녹으먼 가게요.”
나는 순둥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날 좋은 날 다 두고 해필 오늘이까.’
그렇지만 거절 못 한 내가 부실이 같았다. 일요일은 할머니가 노인학교에 안 간다. 그렇다고 일요일이 오늘만 있는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그와 할머니는 완전무장을 하고 수돗가에 서 있슬롯사이트사이트.
우리가 뿜은 입김으로 앞유리창은 점점 흐릿해졌다. 나는 휴지로 유리창 닦을라, 운전하랴. 성질났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팔도 나보다 더 길먼서 유리창이나 좀 닦으쑈” 한마디 했다. 바퀴는 스스로 언덕을 내려가는 것 같았다. 어찌, 어찌 신장시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성길씨가 말했다. “비싸도 좋으니 잘하는데 찾아보세요”
나는 골목을 뒤져 슬롯사이트사이트가 맘에 들만한 미용실을 찾았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착한 것 같다.
나와 할머니는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여자들만 있어 불편했는지 밖으로 나갔다. 할머니 머리 자르는 게 끝나자마자 곧바로 성길씨가 들어왔다.
“밥 먹고 가요” 슬롯사이트사이트가 말했다.
‘머언 밥까지.’
슬롯사이트사이트 바로 맞은편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낡고 구질구질했다. 할머니가 곱창전골을 시켰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나는 조림 두부 두 번 집어 먹고 젓가락을 놨다. 집을 만한 반찬도 없었지만, 입맛이 떨어졌다. 벽에 붙은 소주 광고 모델이 내 눈을 따라다니며 웃었다. ‘소주 한잔하세요.’ 하는 것 같았다. 성길씨가 먹다 남은 막잔을 할머니에게 따라드렸다. 성길씨가 젓가락을 놨다. 자동차 키를 집어 들고 일어서려는데 성길씨가 말했다.
“커피숍에서 차 한잔하고 가요.”
“예? 멀리는 못 갈 것 같은 디요.”
그는 우리가 미용실에 있을 때 커피숍을 찾아 놓았다.
차가 다니는 큰 도로 옆에 조그만 커피숍이 있슬롯사이트사이트. 나는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앞서 걸슬롯사이트사이트. 할머니는 걸어오다가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에서 주저앉았다. 나는 뒤돌아 가서 부축해 주려다 말았다.
집 맞은편에 사는 아저씨랑 슬롯사이트사이트랑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나이가 들었어도 날렵한 몸매를 가졌다. 한때는 그가 춤으로 날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리는 테이블이 네 개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가 내게 카드를 줬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요새 자주 나에게 카드를 맡긴다.
“나랑, 엄마랑은 거품 나는 라테로요.”
“나는 오곡 라테 시킬라요.”
나는 식당에서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에 곡물라테를 주문했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삼키다 말고 말했다.
“나는 커피숍에 와서 이런 커피 자주 마셔요.”
“아. 멋져부네요.”
그는 커피숍에 다니는 것을 자랑했다.
“근디,아까 앞집 아저씨는 여기 뭐 하러 왔다요?”
슬롯사이트사이트 내려놓은 커피잔을 들고 한 번에 반을 넘게 마셨다.
“어어 이것은 술이 아닌디.”
그는 화가 난 것 같았다.
“아까 그 인간이 뭐라 한 줄 아세요? 엄마가 주저앉으니까 하는 소리가 ‘어어 저것 봐라.’ 이러는 거예요. 구십 다 되신 엄마한테.”
“진짜로요? 염병 허네, 부축은 못 헐 망정.”
“엄마가 소주 한잔해서 어지러워 그랬는데.”
“근디, 아저씨는 여기 토박이에요?”
내가 이렇게 물은 게 화근이었다. 나는 그 아저씨를 물은 건데 슬롯사이트사이트 제 얘기를 시작했다. 성이 김씨인 슬롯사이트사이트 자기가 여기 장씨 집성촌에서 살게 된 내력을 두 시간 넘게 풀었다. 담배를 태우러 밖에 나갔다 온 것까지 합한 시간이다. 아, 장장 두 시간!
“아버지가 총각 때 이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부잣집에 종 살러 왔어요. 엄마는 피난민 아가씨였고요, 중매로 아버지와 결혼을 했어요. 우리가 태어났고 아버지가 주인집에서 가져오는 쌀밥을 먹고 자랐어요. 아버지는 우리가 커나가자 자식이 친구들한테도 민망하고 자존심 상할까 봐 종살이를 때려치웠어요.”
슬롯사이트사이트 노모를 쳐다보고 웃음을 지으며 그때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강원도 화천 최 부자 집 딸이슬롯사이트사이트고 했다. 피난길에 식구들이 흩어져 갈 곳이 없슬롯사이트사이트.아버지는 부잣집 아들로 둔갑했다.중매쟁이의 말솜씨에 녹았다고 한다.
“엄마! 엄마! 그때 동네에서 우리만 고등어 먹었잖아?”
할머니는 술 한잔에 졸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 고기나 생선을 먹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였다. 더더욱 산밑이라 돈이 있어도 사 먹기가 힘들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주인집에서 아버지가 얻어온 고등어를 먹었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