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에도 파라오 슬롯 자체를 소홀히 하진 않았다. 파라오 슬롯 스토리로 이름을 바꾸는 과정도, 새로운 파라오 슬롯 북 프로젝트가 시작하고 끝나가는 과정도 모두 지켜봤다. 머리에 환기가 필요하거나 심심할 땐 인스타가 아닌 파라오 슬롯에 들어와 내가 모르는 타인의 삶이 어떤지 들여다보고는 했다. (아 물론 유튜브를 더 많이 본 것 같긴 하지만)
하지만 로그인을 하면 마주할 쌓여있는 글 발행 알림들이 꼭 나를 재촉하는 채찍 같아 제 발이 저려 글쓰기를 미루는 날만 늘어났다. 휴대폰 메모장에는 여전히 순간순간 쓰고 싶었던 글의 파편들이 남아있다. 미루고 미뤄버린 탓에 채 형체를 갖추지 못하고 마디마디 흩어져있는 단어들이지만.
바쁘기도 바빴다.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쁘고. 물론 돌이켜보면 결국 다 핑계지!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다.
원래 글쓰기는 나에게 해소의 수단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조차 하나의 성과의 수단이 되어버린 것.
그럴듯한 파라오 슬롯 써야 할 것 같고, 결론이 있는 파라오 슬롯 써야 할 것 같고.
혼자 읊조리고 내뱉어 버리는 글 말고 누군가의 심금을 울리거나 웃음을 주거나 교훈을 주거나 뭐 아무튼 쓰지도 않을 거면서 기준만 엄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