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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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성장하는 아빠 교사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koSat, 22 Mar 2025 18:58:57 GMTKakao Brunch아이를 키우며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성장하는 아빠 교사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m5J0ZWYj7aKS3En38KZCp14ii_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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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0한밤중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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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언젠가 선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쯤 되었을 때, 한밤중에 나를 찾아온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조심스레 들어와 내 책상 옆에 선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차마 꺼내지 못하는 표정으로 있다가 마침내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아빠, 저 살기 싫어요." 사춘기를 겪는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왜 사는 걸까', '죽음이Wed, 12 Mar 2025 14:00:17 GMT벨찬/@@gt8v/26봄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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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쟈.” 며칠 동안 미세먼지가 짙어 외출을 못 했더니 아기가 몹시 안달이 났나 보다. 잠시, 눈을 뜨자마자 나가자고 조르는 아기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아마도 엄마나 아빠가 평소에 “나가자”라고 말하던 기억을 떠올렸을 테지. 오늘도 나가지 못하면 절대 안 된다는 다급한 마음에, (미세먼지든 꽃샘추위든 상관없으니 제발) “나가쟈.”라고 외치는 거겠지. 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gVv6UHoMBkXYke48ZYTtMW-yECI" width="500" />Wed, 05 Mar 2025 14:14:24 GMT벨찬/@@gt8v/25순간을 간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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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아이가 부쩍 자랐다. 냉동실에 얼려둔 고구마를 꺼내는데, 저만치서 책을 보던 아기가 “꺼거마!”라고 외치며 우다다- 달려온다. 아직 뒤뚱거리긴 하지만 뛰어다니는 모습이 예전만큼 위태롭지는 않다. 고구마라는 단어도,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법도 따로 가르쳐준 적 없건만 스스로 눈치껏 보고 배우는 모습이 기특하다. 요즘 아기는 모자에 푹 빠져있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zxjnDc3UM3z9d42dJlZIeZq0Myg" width="500" />Thu, 13 Feb 2025 04:59:05 GMT벨찬/@@gt8v/24계절을 계절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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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신기지 못한 장화가 있다. 여름에 선물받았을 때는 걸음걸이가 불편할 만큼 컸던 것이, 몇 달 사이 아이가 부쩍 자랐는지 이제는 발에 꼭 맞는다. 방 한구석에 놓여 있던 장화는 눈 내리는 겨울날이 오자 드디어 제 역할을 찾았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이 점심이 지나도록 그칠 줄을 모른다. 바깥 온도를 확인하려다 문득 생각한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지.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J9SF7GDNBbKiOnWOZs_IKu2DrZA" width="500" />Tue, 04 Feb 2025 05:12:48 GMT벨찬/@@gt8v/23오전 4시 30분의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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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축축한 느낌에 눈을 뜨면 깜깜하고 고요하다. 조금 전까지 같이 놀던 친구들이 사라진 듯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혼자가 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뒹굴뒹굴 몸을 굴려 봐도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은 대체 어떻게 드는 걸까. 그러다 배고픔이 몰려온다. 작은 소리로 아빠를 불러 보았지만, 미동도 없다. 역시. 바로 배와 목에 힘을 주고. “Wed, 22 Jan 2025 14:27:41 GMT벨찬/@@gt8v/22육아템, 그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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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데 3초, 자세를 잡는 데 2초, 내려오는 데 1초. 고작 6초짜리 놀이를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하긴 놀이공원에 가면 2.5초의 낙하를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지. 심지어 그걸 수차례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고. 집에 새로 생긴 미끄럼틀이 선이에게는 자이로드롭이나 롤러코스터쯤 되는 게 아닐까. 놀이공원처럼 긴 대기시간도 없고, 혼자 독<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G6PCryrdQ96d0c2p_U2pXAIz7n0" width="500" />Mon, 20 Jan 2025 11:23:11 GMT벨찬/@@gt8v/21나의 작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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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저녁을 사 먹고 배가 든든해지니 곧바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웠다. 집에 들어가 선이를 씻기고 재우면 나도 눕고 싶어질 테고, 소파에 파묻혀 누워버리면 그대로 하루가 끝나 버릴 것 같았다. 새벽에 내렸던 눈이 낮 동안 녹아내렸을 만큼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마침, 아내도 롱패딩을 입고 있었겠다. “오랜만에 오금천 걸을까?” “나도 방금 그 말 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LAdQCEK_U8voK-qsE1vGFZ-mBWk.jpg" width="500" />Sun, 19 Jan 2025 12:54:41 GMT벨찬/@@gt8v/20아기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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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울: 물.물이 마시고 싶을 땐 끝을 올려 "무울~" 하고, 수도꼭지나 하천에서 흐르는 물을 보면 짧게 "물!"이라고 말한다.나나: 바나나.노랗고 휘어진 건 모두 “나나”라고 부른다. 그림책에 그려진 초승달을 보고도 "나나"라고 해서 "그건 초승달이야"라고 알려줘도 고집스럽게 “나나”라며 초승달을 따 먹는 시늉을 한다.울루뤠리: 블루베리.요즘 가장 좋아하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lB5V_o8GiZKZsp21nMLLbBO3GKY" width="500" />Wed, 15 Jan 2025 14:28:36 GMT벨찬/@@gt8v/19처음이라 그래,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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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의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서 미용실에 데려갔다. 집에서 조금씩 다듬은 적은 있었지만, 미용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내가 선이를 무릎에 앉히고 가운을 입히는 동안 선이는 낯선 풍경에 경직된 얼굴이었다. 미용실이 처음이어서였을까, 아니면 아빠 무릎에 앉아 맞았던 주사가 떠올랐던 걸까. 가위가 닿기도 전에 선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상어 영상을 틀어도 소용Sun, 12 Jan 2025 09:41:04 GMT벨찬/@@gt8v/18아기를 키우는 건 온 마을의 사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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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용 풀장도 사뒀어요.” 부탁한 적 없는 베풂을 받으면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든다. 마땅히 보답해야 할 것 같고, 베풀어준 마음과 다르게 그것이 내게 쓸모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사모님께서 선이를 위해 풀장을 사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겨우 15개월이 된 선이가 풀장에서 잘 놀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교회에Fri, 10 Jan 2025 07:37:12 GMT벨찬/@@gt8v/17헤맬 만큼 헤매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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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이유식을 졸업하고 유아식을 시작하면서 나는 길을 잃었다.이유식은 간단했다. 잘게 썬 고기와 채소를 밥과 함께 끓여 죽처럼 만들어 주면 끝이었다. 준비하기도 쉽고, 아기에게 먹이기도 수월했다. 하지만 유아식은 달랐다. 밥과 반찬을 따로 준비해야 했고 아기는 내가 떠 먹여주는 것을 싫어했다. 밥은 약간 질게 만들어 아기와 어른이 함께 먹을 수 있었Wed, 08 Jan 2025 03:41:24 GMT벨찬/@@gt8v/16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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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하기 전엔 육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육아가 아무리 고되다 하여도 아기 한 명 돌보는 일이 바깥일보다 힘들까 했던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퇴근이란 존재하지 않는 육아를 몸소 체험해 보니 육아를 하는 세상 모든 부모의 위대함을 인정하게 되었고 나의 인내심과 체력의 밑바닥을 보게 되었다. 특히나 아기가 걷고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육아Sat, 04 Jan 2025 15:00:03 GMT벨찬/@@gt8v/15밤하늘의 별처럼 점점이 남을 아름다운 우리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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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 작성한 미래 일기의 첫 문장은 이렇다.‘2024년을 돌이켜보니, 계획대로 이뤄진 일이 제법 많았다.’ 연초에 1년 계획을 세우다 소망하는 일들이 이뤄진 미래를 상상하며 적었던 글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 미래가 되었다. 일기를 썼던 일조차 잊고 있었는데 더 이상 달력의 뒷장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1년 전에 적었던 일기가 떠올랐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OnBXezob7qrT7qe6L090FZwcAUQ" width="500" />Fri, 03 Jan 2025 12:31:37 GMT벨찬/@@gt8v/14구름이 그려다 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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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름은 고래 같았고, 어떤 구름은 비행기 같았다. 나는 어떤 구름을 사슴이라고 했고, 아내는 기린 같다고 했다. 손끝으로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파란 하늘 위로 하얀 구름이 피어올랐다. 고가도로를 달리며 우리는 조금만 더 속도를 내면 구름 위로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을 이야기했다. 어느새 사슴 같기도 하고 기린 같기도 한 구름이 고개를Thu, 02 Jan 2025 16:22:57 GMT벨찬/@@gt8v/13가을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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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손으로 열심히 모아둔 낙엽이 순간의 바람에 뿔뿔이 흩어져 사라진다.뒹구는 낙엽을 주우러 멀리까지 걸어가는 아기의 뒷모습이 제법 많이 자라 보인다.거기까지만 가길 바랄 쯤에 아기는 뒤를 돌아 본다. 아빠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하듯이.아기는 조금씩 먼 곳으로 스스로 걸어갈 테고 뒤를 돌아보는 일은 점점 줄어들겠지.아기를 향해 걷는데, 발걸음에 낙엽이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JzQ1tzOYUvXy9nWJ3JD_IGxt384" width="500" />Thu, 07 Nov 2024 05:38:24 GMT벨찬/@@gt8v/12기후 위기 시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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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걱정되다] 6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바깥은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밖이 더워질수록 사무실, 백화점, 은행 등 실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간은 늘어나고 거리에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에 아이스 음료를 담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여름의 초입에 들어서는 지금부터 벌써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해가 지날수록 기록적인 폭염과 장마로 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FsBtc-R_MidFBjidfhkaABjzJlA.jpg" width="500" />Sun, 16 Jun 2024 13:21:09 GMT벨찬/@@gt8v/11잃어버린 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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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덜컹거리며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전철의 굉음은 귀를 덮은 이어폰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흔들거리는 얼굴들엔 표정이 없었고 굉음에 묻힌 무거운 침묵은 굉음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반복되는 평범한 퇴근길 풍경이었다. 그 당시 두 남녀가 눈에 띈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온통 무채색인 전철 안엔 그들만 다채롭게 피어있었으니깐.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Thu, 23 May 2024 00:04:49 GMT벨찬/@@gt8v/9나는 지구를 공전하는 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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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수많은 단어가 떠올랐다. 부유하던 단어들을 종일 들여다보았다. 시선이 가지 않는 단어들부터 하나둘 가라앉았다. 밤이 되니 모두 가라앉고 단 하나만 분명하게 남아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나는 지구를 공전하는 달이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지구를 눈에 담은 달처럼 가장 순수한 때의 너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건 축복이다.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ozsw-FIovVXpQHM8hiGURUuERhU" width="500" />Sat, 18 May 2024 14:17:19 GMT벨찬/@@gt8v/8감사로 받은 것은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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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면 나에게 배틀을 신청한다. 아내의 선공으로 시작되는 배틀은 배틀이 아침에 시작되었던 저녁에 시작되었던 잠이 들 때가 되어야 끝난다. 이 배틀의 특이한 점은 아내와 나 둘 중에 패자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둘 다 모두 배틀의 승자이고 패자는 바로 부정적 기운이다. 우리는 이 배틀을 ‘감사 배틀’이라고 부른다. 룰은 간단하다.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qMFHf_wCaS548j8q9RDLyOUBgFU" width="500" />Thu, 16 May 2024 22:47:35 GMT벨찬/@@gt8v/7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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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1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창백한 푸른 점⌋이란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사진 속에 하나의 먼지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입니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이는 지구를 보고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t8v%2Fimage%2FU98H1424MrY0Re7g6e3_PB0OEHc" width="460" />Thu, 16 May 2024 12:14:14 GMT벨찬/@@gt8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