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공원 /@@foSb 좋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삶과 사람에 대해 글을 씁니다. ko Fri, 27 Dec 2024 01:57:43 GMT Kakao Brunch 좋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삶과 사람에 대해 글을 씁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Sb%2Fimage%2FrzHjirz5wHweVpc8-SzIsAleop0.jpg /@@foSb 100 100 조금 다른 세상 /@@foSb/677 준하를 만난다면 꼭 물어보기로 했던 두 개의 실크 나이트 슬립에 대한 건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왜 막상 준하 얼굴을 보면서 생각이 안 났을까. 꿈이라서 그런건가. 갑자기 뭔가 희서의 시간이 흐트러진 느낌이 들었다. 편두통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무거워 뭔가 예감이 안 좋으면 혹시나 하는 공포에 거울을 먼저 보곤 한다. 그러면 거울 속의 Thu, 26 Dec 2024 20:23:57 GMT 희수공원 /@@foSb/677 꿈꾸는 시작 /@@foSb/676 희서는 그저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준하일리 없어. 그 애는 한국에 있는 걸.' 희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었다. 박사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처럼 끝없이 달려야만 하는 곳이어서 팀 프로젝트라도 해야 멤버끼리 같이 점심이나 저녁이라도 할 수 있었다. 기다려주는 사람을 가진다는 건 사치였다. 다시 한번 건물 앞 커다 Wed, 25 Dec 2024 22:47:12 GMT 희수공원 /@@foSb/676 한라산 설산 - [특별호] 나의 남벽, 나의 크리스마스 /@@foSb/675 지난 11월,&nbsp;기록적인 폭우의 영향으로 한라산 백록담 남벽은 끝내 통제되었다. 남벽은 엔돌핀, 나의 생명선 같은, 결국 선택하게 될&nbsp;머묾이 될 곳이다. 포기하지 않는다. 초집중으로 임박한 미션을 마친 후 첫 공휴일, 해피 크리스마스! 대설주의보 통제가 풀린 지 이틀, 여전히 한라산은 설산이다. 오늘 그 산을 설설 기고 걷고 헉헉대며 남벽까지 다녀왔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Sb%2Fimage%2FaFD5WmdS46H-VKzg-ZSbTKmqpCM" width="500" /> Wed, 25 Dec 2024 09:58:42 GMT 희수공원 /@@foSb/675 두 번째 박스 /@@foSb/674 기내 앞 좌석에 달린 트레이 위에 열어보지 않고 얼마간 두었던 상자를 열었다. &ldquo;Oh my, how beautiful it is!&rdquo; 희서는 옆에 앉은 미국 할머니 때문에 움찔 놀랐다. 펄 화이트, 희미한 핑크가 도는 진주빛을 머금은 흰색의 실크 슬립이었다. 슬립을 위로 살짝 들어 올려보곤 당황해서 넣으려는데 옆 좌석에서 소리가 들려 Tue, 24 Dec 2024 21:00:32 GMT 희수공원 /@@foSb/674 금기의 감옥 /@@foSb/673 무거운 슬픔이 동후의 시간으로 들어찼다. 준하는 여전히 인턴을 근근이 견디고 있었고 동후는 준하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손짓도 할 필요 없는 눈빛으로만 갈망하는 시간들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준하에게 도발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후는 문득문득 자신의 감정을 한 번쯤은 말해도 좋지 않을까 준하 앞을 서성거렸다. 준하는 어떤 사람일까. Mon, 23 Dec 2024 20:53:27 GMT 희수공원 /@@foSb/673 동후의 정체성 /@@foSb/672 &quot;희서는 잘 모르는 거 같던데... 네가 전하라는 거 주니까 당황하는 거 같았어.&quot; 동후는 공항에서 만나 희서에게 상자를 잘 전해주었다고 준하에게 말했다. 준하의 텅 빈 눈빛이 슬퍼 보였다. &quot;우린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나만 혼자...&quot; 동후는 마음이 짠해졌지만 뭐라 더 할 말은 없었다. 동후 또한 준하를 향한 마음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Sun, 22 Dec 2024 23:12:42 GMT 희수공원 /@@foSb/672 달력 너머에 - 꿈꾸는 낭송 공작소 북토크 December 2024 /@@foSb/667 처음은 들뜬 진초록의 단호박 껍데기처럼 호흡 거친 기대 같은 거였다. 열두 개 장을 하나씩 올릴 열두 번의 판타지 같은 상상의 문이 차례로 열렸다. 북토크를 향한 열두 개의 낯선 외출은 말만으로도 흥분이었다. 2024개의 별이 후두둑후두둑 흩어져 내렸다. 내겐 그저 1년이 아니라 기다려온 숫자만큼의 별이 되었다. 다시는 없을 해가 되었다. 그 열두 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Sb%2Fimage%2FwfOvcOdqWAgMTjRY_sD4dCJVTZM" width="500" /> Sat, 21 Dec 2024 15:08:26 GMT 희수공원 /@@foSb/667 반복되는 시작 /@@foSb/671 여전히 감정의 롤러코스터인 준하다운 선물에 희서의 머릿속이 한바탕 엉클어졌다가 되돌아왔다. 친구끼리 그럴 수 있지. 어떤 폭풍 같은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는 그걸 뽐내고픈 이기심에 희서가 희생양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고 뜨거운 친구라고 덮어두면 그뿐인 동아리 친구의 순간적 치기 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번 결정하고 나면 Fri, 20 Dec 2024 20:38:38 GMT 희수공원 /@@foSb/671 스카알렛 레드 /@@foSb/669 휘청이는 순간 예리한 칼날이 희서의 심장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준하가 알고 있는 희서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희서의 어떤 시간을 움켜쥐고 이렇게 도발하는 건가. 도발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 순간이 목을 조여왔다. '스카알렛 레드' 눈길을 줄 때마다 함부로 닿을 수 없어 마음으로만 열망하던 색깔이었다. 빛을 숨긴 주홍의 은밀한 색깔, 델 Thu, 19 Dec 2024 22:44:48 GMT 희수공원 /@@foSb/669 준하의 작업실 /@@foSb/668 &ldquo;여기가 네가 예술하는 곳인가 보구나.&rdquo; 오래전 희서는 준하 앞에서 의상학과가 예술대학에 속해 있다는 것에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비꼬았었다. 옷 만드는 게 무슨 예술이니? 독서 토론 후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희서의 생각을 단순히 얘기한 것에 발끈했던 준하를 기억해 냈다. 표정이 기억나 웃음이 나왔다. &ldquo;응, 요즘은 인턴 하느라 가끔 와서 하고 싶은 Wed, 18 Dec 2024 20:35:19 GMT 희수공원 /@@foSb/668 과거에서 이어지는 길 /@@foSb/666 기억의 색깔은 떠올릴 때마다 다르다. 해가 들어오는 커다란 창가에 서서 떠올리는 기억은 햇빛에 바랜 흐릿한 회색이기도 하고, 와인에 취했을 때의 흔들리는 기억은 긁힌 손가락에서 물에 떨어져 퍼지는 핏 빛 같은 불안한 핑크이기도 하다. 소리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막막함이다. 준하는 회색이었다가 다시 밝았다가 푸른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Tue, 17 Dec 2024 19:58:24 GMT 희수공원 /@@foSb/666 서로 다른 삶의 경계 /@@foSb/665 미주가 손을 흔들며 희서에게 신호를 했다. &ldquo;여기!&rdquo; 예상대로 동후와 준하가 함께였다. 둘은 어색하게 일어나 희서가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서는 밝은 듯 둘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ldquo;지내기는 괜찮니?&rdquo; 미주가 물었다. &ldquo;응, 이젠 집 같아. 2주 동안 있었잖아.&rdquo; &ldquo;어떻게 지냈어? 많이 허전하지?&rdquo; 준하가 희서를 바라보며 물었을 때 Tue, 17 Dec 2024 03:38:53 GMT 희수공원 /@@foSb/665 연극의 끝 /@@foSb/664 &lsquo;나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간은 원래 나쁜 기억을 더 오래 가지고 산다오. 오래 기억해야만 그 나쁜 상황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니까요.&rsquo; 아버지의 잘 짜인 연극은 희서가 기겁하고 구토했던 그 다방의 쌍화차 노른자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딸의 성장기가 아닌 죽은 엄마에게 하는 딸을 길들이기 위한 연극 효과 보고서 같은 건가. Sun, 15 Dec 2024 23:09:10 GMT 희수공원 /@@foSb/664 십이월 고백 - 31개의 향수 /@@foSb/663 1일 사랑합니다 2일 마지막선물 3일 실버라이닝 4일 詩오시는길 5일 터칭모멘트 6일 에피네프린 7일 고요한길목 8일 온전한세상 9일 시간의初乳 10일 애타는손길 11일 그리운처음 12일 황홀한악동 13일 기꺼운동행 14일 본질의골목 15일 돌봄의갈증 16일 비트윈패닉17일 뜨거운눈물 18일 고열의통증 19일 미련의인내 2<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Sb%2Fimage%2F3WnkAYPG1AB6qOI_WHB3_JV1rkA" width="500" /> Sat, 14 Dec 2024 20:04:47 GMT 희수공원 /@@foSb/663 다이어리 /@@foSb/662 첫 페이지를 펴자 아버지가 썼다고 전혀 상상하지 못할 짧은 시작이 잠시 숨을 멈추게 했다. &lsquo;희서는 중학생이 되었소. 교복 입은 모습을 당신도 같이 보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군요.'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부터 아버지는 이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신 것 같았다. &lsquo;당신과 같이 있을 때 당신을 더 조심조심 아껴주었더라 Fri, 13 Dec 2024 20:30:09 GMT 희수공원 /@@foSb/662 아버지의 흔적 /@@foSb/661 별안간 닥친 아버지와의 비정상적인 끝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았다. 갑자기 한국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했다. 희서와 진하게 연관된 핏줄의 흔적들을 누군가 있는 힘껏 지우개로 지우고 있는 것 같았다. 어서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매일 이상한 한기와 두통으로 잠에서 깨곤 했다. 정말 혼자가 되었다. 철저히 아무 데에도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건 Thu, 12 Dec 2024 23:45:59 GMT 희수공원 /@@foSb/661 마지막이 주는 신호&nbsp; /@@foSb/660 한 사람이 오롯이 굳건하게 독립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흔들림 없이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찬 사춘기와 이십 대를 보내면서도 희서가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할 때마다 그런 독립 따위는 계속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경제적인 독립은 가장 절실했지만 가장 힘든 것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원하는 만큼의 Wed, 11 Dec 2024 22:05:15 GMT 희수공원 /@@foSb/660 미국이라는 시작 /@@foSb/659 아버지에게 필리아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보이는 것을 소비하며 허비된 시간들이 정신적인 성장이나 순수한 우정으로 건너갈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좋은 에로스, 필리아의 이면에 육체의 쾌락만을 구하려는 가여운 영혼의 나쁜 에로스가 내 아버지의 다른 이름이었다. 동후와 준하의 대화로부터 꾸준히 건저 둔 플라톤 &lt;향연&gt;의 이런저런 꼭지들이 마음속에 Tue, 10 Dec 2024 20:40:15 GMT 희수공원 /@@foSb/659 아버지와 쌍화차와 여자 /@@foSb/658 최대한 늦게 집에 들어가는 것이 편하고 익숙했다. 졸업하면 바로 미국으로 떠날 채비를 혼자 분주히 하고 있었다. 석사든 박사든 하고 싶은 데까지 지원해 준다는 아버지는 또 어떤 조건을 달아 둘 것이 뻔했다. 그렇게 유학준비로 인한 스트레스로 날카로울 무렵부터 눈에 얼룩 같은 게 보였다. 열기가 오른 눈과 함께 두통이 더 자주 났다. 병원에 가니 의사는 별 Mon, 09 Dec 2024 20:53:15 GMT 희수공원 /@@foSb/658 사랑 그리고 사람 /@@foSb/657 4학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희서는 시지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데일 카네기를 할 땐 이런저런 핑계로 토론에 나가지 않았다. 가까운 골목길에서 시간을 잃은 듯 혼자 헤매다니기도 하고, 흔들리는 한강 다리에서 한없이 깊은 어둠으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 자기 계발서는 재미없다. 기를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들에 골몰하는 Sun, 08 Dec 2024 22:57:55 GMT 희수공원 /@@foSb/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