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기사를 읽고 - [글쓰기 근황]

무연고 — Fri, 04 Apr 2025 02:03:19 GMT

제 소설이 곧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어찌 보면 브런치 덕분에 출간을 할 수 있게 된 듯해요. 나중에 제 개인적 경험과 뒷얘기를 브런치에 적어볼 생각입니다. :) 단편소설을 하나 적었습니다. 얼마 전 본 뉴스 기사글이 계속 마음에 맴돌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밤낮으로 들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쓴 단편소설 몇 편은 언젠가 보았던 기사

여백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Tue, 25 Mar 2025 11:17:57 GMT

꽃잎 사이 남은 공간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그 빈 공간이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일 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 여행을 다녀왔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제 이력서 경력 기간에는 빈 공간이 생겼지만, 대신 제 내면의 공간을 가득 채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력서에 드러나 있는 공백

이렇게 내게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Thu, 20 Mar 2025 02:25:50 GMT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내게도 여러 번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다른 많은 분들처럼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려 노력 중이다. 지금껏 뭐 하다가 수상 소식에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책을 찾아 읽나 싶다가도, 이런 잔치 분위기에 휩쓸려 읽는 책의 문장들은 남다르게 느껴지고 더 깊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집에서 혼자 앉아 솜사탕을 먹는

가난함의 반대편에는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Tue, 18 Mar 2025 02:27:02 GMT

가난한 집과 부잣집이 며칠간 집을 바꿔서 생활하는 인기 TV 프로그램이 있다. 양쪽 가족들은 각자의 집에 자신들의 일주일치 생활비도 남겨두고 가는데, 봉투에 든 생활비를 꺼내면서 두 가족이 보이는 각기 다른 반응이 이 프로그램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다. 부잣집의 일주일 생활비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가난한 집은 일주일 동안 얼마를 갖고 생활하는지 등에

꾸준히 해가는 힘 - [글쓰기 근황]

무연고 — Tue, 11 Mar 2025 15:07:31 GMT

작년 이 맘 때쯤 적어뒀던 단편소설 하나를 다시 다듬어 보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 적었을 때 몇 번을 읽으며 다듬었던 글이었다. 마지막 수정을 할 때는 나름 만족감을 느꼈던 것도 같았는데, 이번에 열어 다시 읽어보니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컴퓨터 폴더 안에 오랫동안 넣어뒀다 다시 꺼내 본 글은 엉망이었다. 작년에 적었던 글, 그리고 그렇게 고쳐보

사랑이란 거 1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Fri, 07 Mar 2025 03:30:02 GMT

둥글게 모서리진 커피 테이블 왼편에는 아이가 태블릿을 놓고 앉았고, 오른편에는 내가 노트북을 놓고 앉아있었다. 맞은편에서 심각하게 눈썹까지 움직이며 몰입해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즐겁지만, 내가 쓰고 있는 글을 다시 읽어보는 걸 즐기기는 그리 쉽지 않다. 아쉽고 아쉬워 내 눈썹도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다. 그렇게 얼굴이 점점 쭈그러들고 있을 즈음 오른편 테이블

힘의 논리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Sun, 02 Mar 2025 03:10:49 GMT

두 덩치가 사람 하나를 두고 괴롭히는 모양새다. 감정의 조절이 안 되는지 손모양은 커지고 목소리는 높아진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한없이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절벽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 밀어붙이는 힘에라도 매달려야 할만큼 절박하다.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어리숙하고 나약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의 삐뚤어진 마음이 문제다. 사람이 살

투모로우 앤 투모로우 앤 투모로우 - [책을 읽고]

무연고 — Fri, 28 Feb 2025 05:42:48 GMT

지하철에 들어선 후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릴 곳을 두 번이나 놓치게 만든 책이다. 책의 분량이 꽤 돼서 한 번에 앉아서 책을 끝내지 못했지만, 다른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도 이 책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어서 빨리 책을 읽어야 된다는 조급함이 나를 자꾸 몰아세웠다. 그만큼 뒷이야기가 궁금했고, 책의 곳곳에 깊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발

뜻밖의 소동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Fri, 21 Feb 2025 03:48:28 GMT

아랫집 강아지가 짖어댄다. 사실 아래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여서 아랫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실제로 바로 아랫집 강아지가 내는 소리인지 알 수는 없다. 본 적도 없는 강아지가 꽤 오랜 시간 소리를 내고 있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보통 낮 시간에만 들리는 걸 보니 혼자 남겨진 외로움 때문에 그러는 거라 짐작해 본다. 짓어댄다는 말은 강아지이기 때문

눈빛의 위로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Sun, 09 Feb 2025 22:56:39 GMT

삶을 살다 보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가만히 앉아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손바닥에 닿아오는 책상의 나무질감에서도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무심히 옆에 놓여 있는 사물들이 무심해서 위로가 되는 것이다. 위로 시작, 위로 끝의 경계선을 지니고, 위로를 목적으로 달려오는 말들은 감정을 멀리 밀어낼 뿐이다. 결국 그 자리에는 다시 돌아온 파도만

기차와 할머니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Fri, 07 Feb 2025 02:38:45 GMT

어른이 되고 나서는 출퇴근을 기차로 한 적도 있지만, 어렸을 때는 기차를 흔히 보지도 못했다. 동화책에서 보던 풍경 덕분에 얻게 된 기차에 대한 환상과 이어지는, 기차역이나 기찻길, 기차 안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어렸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어린 나에게 기차는 여행을 뜻했고, 나들이를 가는 마음은 늘 설렐 수밖에 없다.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화이트 아니고 와이트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Mon, 03 Feb 2025 15:01:37 GMT

어느 날 학교에 외국에서 몇 명이 전학을 왔다. 대학입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였는데 전학생들이 갑자기 많이 생겨 모두들 놀라워했다. 한국어가 어눌했지만, 반 친구들과 쉽게 어우러져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한 과목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놀라운 표현을 했다. 누구라고 대놓고 지목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문맥상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 표

돌아와 보니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Sat, 25 Jan 2025 10:57:01 GMT

오늘 아침 풍경. 신발을 신고 서서 지그시 누르니 사각사각 눈이 발에 닿는 느낌이 꼭 샤벳을 입에 굴려 먹는 느낌이다. 맑은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생활이 불편한 건 아닌데, 공기와 물이 우리의 삶의 질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깨닫는 중이다. 떠난 지 얼마 안 된 듯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그새 또 낯설다. 처음 유럽에 왔

피폐해지지 않는 - 글쓰기 근황

무연고 — Thu, 16 Jan 2025 14:28:50 GMT

준비 중인 글의 초고 작성을 마쳤습니다. 끙끙 속앓이를 하며 우선 정리를 마치고 났더니, 다음 날 입술이 부르텄어요. 입술에 탈이 난 건 처음 겪는 일이라, 열심히 하긴 했구나 혼자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겠지만, 준비 중인 책들의 편집 과정이 무사히 끝나 좋은 책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길 바랄뿐입니다. 미뤄뒀던 작업을 시작해 새로운 도전을 해볼

마음의 물결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

무연고 — Tue, 14 Jan 2025 00:04:58 GMT

우리의 하루는 마음의 물결로 채워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난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마음들이 있다. 그 마음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움직여가며 삶을 만들어가게 된다. 별다른 일 없는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했다가도 마음의 물결에 따라 행복한 하루가 되거나 최악의 하루가 되기도 한다. 늘 겪었던 같은 일이라도 느

비닐봉지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Wed, 08 Jan 2025 00:09:18 GMT

아는 분 댁에 갔다가 진공포장 된 간고등어와 생활용품 몇 가지를 비닐봉지에 싸주셔서 들고 나왔다. 마땅하게 담을 곳이 없다며 하얗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아주시는 걸, 굳이 받아오고 싶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감사해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탔었다. 무겁지 않고 얄팍한 봉지의 둥그런 부분을 한쪽 손목에 껴놓은 채 지하철에 서있었다. 손목에 매달려 밑으로

어디에서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Fri, 03 Jan 2025 01:48:12 GMT

어디에 있어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어디에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그 행복이란 게, 과연 내가 원하는 행복일까. 어디에 있어야 행복할 거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는 동안, 진정한 의미와 이유에 대해 사유해 볼 기회도 함께 가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에 있어야 행복할 거라는 막무가내식 합리화는, 스스로가 원하는 그 어디에 있어야

한 해의 마지막날 먹는 올리볼런 - 문화

무연고 — Tue, 31 Dec 2024 11:12:21 GMT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올리볼런을 만들어 먹는다. 늦은 밤 가족이나 친구들과 길거리에 모여 불꽃놀이를 하고, 갓 튀긴 올리볼런을 나눠먹는다. 올리볼런은 도넛과도 비슷한 둥그런 모양의 빵으로, 내게는 그 촉감이 소시지를 둘러싸고 있는 한국식 핫도그 빵의 맛과 비슷하다. 오일에 튀겨져 있으니 고소한 오일 맛이 나면서 쫄깃한 빵의

아이스크림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Mon, 23 Dec 2024 02:58:37 GMT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 내가 입에 넣어드린 건 아이스크림이었다. 은색 알루미늄 컵에 들은 작은 초를 사용하다 보면, 초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며 촛불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때가 온다. 곧 저 불빛은 소멸할 거라는 것을 느끼며, 작아지며 흐릿해져 가는 촛불의 마지막을 지켜보게 된다. 그런 순간을 아버지의 얼굴에서 읽었을 때, 아버지께 아이스크림을 사 올 테

뜬금없이 -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무연고 — Fri, 20 Dec 2024 02:39:38 GMT

책상에 앉은 채 바닥 쪽으로 머리를 숙이는 짝꿍을 보다가, 손에서 우유팩을 놓쳐 그 애 머리에 우유를 쏟고 말았던 적이 있다. 검은 머리에 하얀 우유가 스며드는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한동안 소리조차 못 내고 있었는데, 짝꿍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우리 옆에 담임 선생님이 급히 다가오셨다. 나는 너무 미안하고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