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 /@@92m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은퇴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쓰고 있습니다. ko Thu, 26 Dec 2024 09:26:16 GMT Kakao Brunch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은퇴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쓰고 있습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fJeht3ciFT-kkgDPCWqo6zyoe0A.png /@@92m 100 100 구원 (5 / 5) /@@92m/216 현우가 3년마다 주어지는 2주간의 소중한 안식휴가를 장마철로 잡은 건 현우에게는 나름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회사에 출근하고 하루 종일 젖은 느낌으로 일을 하고 퇴근 시간, 그 축축함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는데 다시 끈적이는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현우는 비를 싫어했다. 지나온 삶에서 더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들 Fri, 25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16 구원 (4 / 5) /@@92m/215 입사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함께 일하게 된 팀원들에게 처음 인사를 하던 날, 재하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이 싫지 않았다. 몇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발 다가서며 재하를 환영했고 몇 명은 재하가 인사를 마칠 때까지 의자 방향을 재하에게 향한 채 관심을 유지했다. 단 한 사람, 머리를 뒤로 묶어 하얀 피부가 도드라져 보이던 여직원만이 예외였다. 그녀는 재하를 Wed, 23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15 구원 (3 / 5) /@@92m/214 소진이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자 재하가 들어오라는 듯 한발 뒤로 물러섰다. 재하가 내준 공간을 지나 부엌으로 간 소진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식탁 위에 던져 놓고 냉장고 문을 열어 캔맥주를 꺼냈다. 행동 하나하나를 재하가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ldquo;녹음된 거 들었어. 연기 잘하더라.&rdquo; 소진의 말에 재하가 민망한 듯 Mon, 21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14 구원 (2 / 5) /@@92m/213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 바늘이 정확히 6시를 가리키자 소진은 코트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 안 스무 명 남짓 직원들은 여전히 각자 자리에서 일에 열심이었다. 소진이 책상 뒤로 난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두터운 구름 탓인지 거리가 어두웠다. 하루 종일 흩날리던 비는 잠시 멈춰 있었다. &ldquo;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Fri, 18 Oct 2024 01:00:00 GMT 민현 /@@92m/213 구원 (1 / 5) /@@92m/212 새로 온 편의점 점원은 말이 많았다. 이전의 나이가 좀 있던 남자 점원과는 달랐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점원은 편의점 마크가 찍혀 있는 녹색 조끼를 단정하게 입고 미리 교육받은 듯한 응대 매뉴얼을 따랐다. &ldquo;삼각김밥 두 개, 녹차 하나. 다해서 3,900원입니다.&rdquo; 재하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넸고 점원은 건네받은 카드를 리더 Wed, 16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12 신분 (6 / 6) /@@92m/211 서른여섯에 나도 결혼을 했어. 나이가 차고 선이라도 보라는 압박을 받아 나간 자리에서 그녀를 만났지. 보통의 부모에게서 자라나 무난한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 후 평범한 직장을 다니던 여자였어. 좋아하는 면보다는 거슬리는 면이 없는지를 먼저 찾고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결혼했지. 결혼생활은 무난했어. 내 부족한 점이 그녀 앞에서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게 Mon, 14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11 신분 (5 / 6) /@@92m/210 집, 학원, 독서실만을 쳇바퀴 돌듯 오가는 생활을 마치고 나도 대학생이 되었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긴 했지만 연수가 있는 신촌은 아니었지. 동기들을 따라 몇 번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나가 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어. 나온 애들 중에 연수를 닮은 사람은 없더라고. 1학년을 마치고 바로 군대에 갔어. 야간 보초근무를 설 때 고참이 첫사 Fri, 11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10 신분 (4 / 6) /@@92m/209 연수를 다시 본 건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았던 9월이었어. 채란이가 자기 생일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며 함께 보자는 문자를 보냈어. 재수생이 그 자리에 간다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혹시 연수도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학원을 째야 하지만 너 생일이니까, 라며 답문자를 보냈지. 약속 장소는 드래프트 맥주를 파는 곳이었어. 조금 이른 시간이 Wed, 09 Oct 2024 01:00:02 GMT 민현 /@@92m/209 신분 (3 / 6) /@@92m/208 연수의 흔적을 찾느라 정신없던 10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채란이가 나를 불러내더니 편지 한 장을 건네줬어. 연수가 쓴 거야. 보내지도 않을 편지를 그렇게 써 댄다. 몰래 하나 챙겼어. 읽어 봐. 채란이가 편지를 건네주고 가면서 한마디를 더 보탰어. 옆에서 지켜보기가 어찌나 답답하던지. 교실로 돌아와 급하게 편지를 꺼내 읽었어. 아까 저녁을 먹는데 케 Mon, 07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08 신분 (2 / 6) /@@92m/207 2학년이 되면서 연수가 원래 다니던 독서실로 돌아갔어.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다 싶었지. 공부에 대한 열의를 이제는 좀 꺼내야 했으니까. 1학년 내내 만화책에 미쳐서 성적이 말이 아니었거든. 이대로라면 서울은커녕 지방 4년제 대학도 힘들겠다는 불안감도 들었고. 그래, 얼른 따라잡자, 내가 그래도 머리는 좋잖아, 하면서 공부에 열을 올렸어. 하지만 몇 달을 불태 Fri, 04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07 신분 (1 / 6) /@@92m/206 첫인상은 그저 그랬어. 옆으로 지나가도 고개 돌려 다시 보지는 않을 정도랄까. 친구 녀석이 턱으로 가리키며 저기 보이지? 저기 왼쪽에서 두 번째, 바로 쟤야, 라고 어차피 그쪽까지는 들리지도 않을 텐데 한껏 목소리를 낮춰 말했어. 왼쪽에서 두 번째? 검은 츄리닝 바지 입고 있는 애? 하고 물었더니 더 작은 목소리로 응, 쟤 귀엽지 않냐? 하는 거야. 큰 키 Wed, 02 Oct 2024 01:00:01 GMT 민현 /@@92m/206 사소한 고비 (5 / 5) /@@92m/205 상혁 씨, 청구서는 잘 보셨죠? 세 번째 전화에서 김종호는 불필요한 인사를 생략했다. 에버나인에서 김종호의 업무 평가는 꽤 상위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은 간결하고 요구는 명료했다. 김종호가 납품업체 직원이었다면 내가 부장 앞에 끌려가 고개를 숙이기 전에 미리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부장을 안주 삼아 씹으며 친해졌 Mon, 30 Sep 2024 01:00:00 GMT 민현 /@@92m/205 사소한 고비 (4 / 5) /@@92m/204 상혁 씨 3박 4일 동안 너무 아무 일이 없어서요. 어쩔 수 없이 저희 직원을 보냈어요. 그 여자가 직원이었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발끈해서 대꾸했다. 이봐요. 이거 사기잖아요. 숙박 앱에 그쪽 정보 다 떠요. 그러니까요. 제 핸드폰 숙박 앱에서도 정보가 다 보이네요. 저희도 하루 머물다 간 투숙객이거든요. 김종호가 천연덕스럽게 말 Fri, 27 Sep 2024 01:00:01 GMT 민현 /@@92m/204 사소한 고비 (3 / 5) /@@92m/203 은영과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만난 지 6년쯤인가 되었을 때였다. 회사 1년 선배인 박 대리가 여자 친구와 2박 3일 일정으로 전주에 놀러 가기로 했다면서 가 볼 만한 곳이나 현지인만 아는 맛집 따위를 물었다. 떠오르는 대로 몇 군데를 꺼내니 박 대리는 여자 친구랑 콩나물 국밥 먹긴 좀 그렇잖아, 하며 정색했다. 한정식집 아는 데 없어? 비싼 Wed, 25 Sep 2024 01:00:03 GMT 민현 /@@92m/203 사소한 고비 (2 / 5) /@@92m/202 학원은 9시에 시작해 6시에 끝났다. 은영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과 같았다. 퇴원을 하고 퇴근을 하는 저녁이면 은영을 만났다. 처음 몇 번은 없는 돈을 모아서, 몇 번은 진수한테 빌리면서 데이트 비용을 댔다. 언젠가부터는 은영이 밥값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미안해하니 은영은 취업하거든 매일 오빠가 내, 하며 별일 아니라는 손짓을 했다. 취업은 했지만 Mon, 23 Sep 2024 01:00:03 GMT 민현 /@@92m/202 사소한 고비 (1 / 5) /@@92m/201 전화가 걸려온 건 월요일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1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결혼 준비가 한창이었고, 그 때문에 이곳저곳에 핸드폰 번호를 남겨 놓았던 터라 그런 곳들 중 하나이겠거니 싶었다. 이상혁 씨 되시죠? 저는 에버나인 김종호라고 합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세요? 에버나인이 어디였더라. 김종호라는 이름도 낯 Fri, 20 Sep 2024 01:00:05 GMT 민현 /@@92m/201 마흔아홉은 그렇지 않나 /@@92m/200 9월,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는 진작에 지났고, 이제 다음 주면 가을의 한복판인 추석인데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뜨겁다. 지긋지긋한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월에서 5월까지 필리핀에서 한 차례 여름을 살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여름을 보냈다. 여름만 7개월 가까이 보내고 있는 셈이다. 같은 계절 속에 멈춰 있어서인지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예전의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2m%2Fimage%2FNNo1GLgnuCAN1XozoOwVQKAHbpc.png" width="500" /> Thu, 12 Sep 2024 23:16:28 GMT 민현 /@@92m/200 Don't cry /@@92m/199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난 눈물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울컥한다거나 사연이 있는 모든 이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건 아니었고, 마치 보름달이 떠야 비로소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처럼 내게도 눈물샘이 솟아나는 특정한 시기가 있는 듯했다. 한창 &lsquo;눈물의 여왕&rsquo;을 볼 때가 그랬다. 아무리 백현우와 홍해인의 사랑이 애절하더라도,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2m%2Fimage%2FG1-wSlTfbDmxI9pR_rvzxoNkM5M.png" width="500" /> Thu, 29 Aug 2024 23:52:03 GMT 민현 /@@92m/199 12주는 길었다 /@@92m/198 이곳에 오고 첫 4주간은 영어 실력이 늘어 가는 게 눈으로도 보일 만큼, 이렇게 빨리 늘어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거침이 없었다. 이런 별것도 아닌 것을 왜 이제야 시작했나, 왜 이제껏 주저하고 외면하기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어가 쉬웠다. 영어 실력이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서 이곳에 오기 전 목표로 했던 영어 실력, 그러<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2m%2Fimage%2FOvvf9lpp42JrRqmek-wsL0XfoYc.png" width="500" /> Thu, 22 Aug 2024 23:08:22 GMT 민현 /@@92m/198 일탈이 필요했거든 /@@92m/197 증상은 8주 차가 끝나면서 조금씩 나타났다. 뭔가를 말하려다 막히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찾아보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8주가 지났는데도 난 왜 여전히 버벅거리기만 하는가 하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런 답답함이 한두 번씩 쌓이면 아침에 눈을 뜨며 다잡던, 조금만 더 버티자던 결심이 이내 허물어져 버리고 나는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너는 왜 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2m%2Fimage%2F_e_22wxW1D8G5nWQ-e01qOMOak0.png" width="500" /> Fri, 16 Aug 2024 05:25:53 GMT 민현 /@@92m/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