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리 /@@8DTU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red7h2k ko Tue, 24 Dec 2024 12:26:19 GMT Kakao Brunch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red7h2k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DTU%2Fimage%2FgkDccpAcQSKhWB9jFOeTifw1yBE.JPG /@@8DTU 100 100 얼굴도 모르는 이의 장례식에 가고싶다는 생각 /@@8DTU/198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면회 횟수 제한이 풀린다는 것은 죽음이 코앞으로 가까웠다는 의미이다. 심박수가 많이 떨어지거나, 혹은 올라가거나, 섬망 증세가 심각해져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야할 때, 그래서 마약성 진통제로 인해 심장이 멎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려야할 때. 그럴 때 간호사들은 보호자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한다. 지금 병원에 계시면 Thu, 12 Dec 2024 02:18:02 GMT 비유리 /@@8DTU/198 엄마의 유산 /@@8DTU/197 손으로 무언갈 만드는 사람은 믿어도 된다 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그 말이 나에게 유난히도 와닿았던 이유는 나를 낳은 사람도, 그래서 나도 손으로 무언갈 만드는 것을 유난히도 좋아했기 때문이다. 화면을 조금 놓쳐도 이해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드라마를 틀어 놓고 손으로 무언갈 만드는 일을 할때면 나는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그 일을 할 Tue, 03 Dec 2024 05:43:48 GMT 비유리 /@@8DTU/197 이혼 가정과 청첩장 /@@8DTU/196 작년 이맘때쯤의 일이다. 학교의 한 선생님께서 결혼을 앞두고 계셨고, 직장에 청첩장을 돌리신 날이었다. 신랑 신부의 이름 위에는 각자의 씨앗이 되어준 부와 모 이름이 적히고, 대개 부계성을 따르기에 그 자식들은 아빠와 성이 같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의 청첩장은 그렇지 않았다. 딸 그러니까 신부와 아빠의 성이 달랐다. 딱 한 글자, 평소에는 이름 앞에 Tue, 26 Nov 2024 11:25:45 GMT 비유리 /@@8DTU/196 불 냄새 /@@8DTU/195 나에게는 항상 출처를 알 수 없는 고유의 냄새가 있었다.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까지 할머니 집에 살 때나던, 나만의 냄새였다. 훗날 새롭게 지은 집에 들어가 살면서, 그리고 조금 더 커서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냄새도, 냄새에 대한 기억도 잊혔다. 그러다 얼마 전에 나는 그 냄새를 다시 한번 맡았다. 고개를 숙일 때, 몸을 비틀 때 나 Mon, 11 Nov 2024 01:55:18 GMT 비유리 /@@8DTU/195 남편이 생겼다 /@@8DTU/194 엄마 사망 신고서를 내가 썼다. 종이 한 장에 엄마의 주민등록등본은 말소가 되고 가족관계증명서 엄마 이름 옆에는 &lsquo;사망&rsquo;이라는 말이 붙었다. 엄마가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암보험을 청구하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잔뜩 떼두었었는데, 그때만 해도 없던 말이 생겼다. 20여 일의 투병 생활의 끝은 &lsquo;사망&rsquo;이었다. &lsquo;사망&rsquo; 표시가 없는 종이 바로 뒷장에 &lsquo;사망&rsquo;이라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DTU%2Fimage%2F4wsqQpwsPf7NRl8FFkMfQSe__gE.png" width="500" /> Thu, 07 Nov 2024 06:55:22 GMT 비유리 /@@8DTU/194 상사 욕하는 글 /@@8DTU/193 나는 조금 물러질 필요가 있다.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치밀어 오르는 대꾸를 혓바닥 뒤로 눌러 삼키는 법을 배워야한다. 어쩔 때는 싸웠다고 뒤도 안돌아보고 쌩깔 수 있는 고등학생이 부럽다. 어른의 삶은 참 쓴것이었다. 싫어하는 마음은 꽁꽁 숨겼다가 집에서나 풀어 젖혀야 한다. 찾아가서 &lsquo;너 왜 나 싫어해?&rsquo;하고 물을 수도 없다. 차라리 Mon, 04 Nov 2024 11:49:05 GMT 비유리 /@@8DTU/193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인간상 /@@8DTU/192 죽은 사람이 무슨 힘이 있겠냐지만 죽은 사람만이 낼 수 있는 힘도 있다. 미움을 흩어내는 힘 혹은 자비를 심는 힘.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는데, 막상 진짜 죽어버리면 사람이 당황을 하나, 그때부터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던 자신의 마음을 잊어버린다. 아니면 진짜 죽었으니까 죽이고 싶은 마음이 자동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사실은 죽인 것도 아니고 나 홀 Thu, 17 Oct 2024 14:16:35 GMT 비유리 /@@8DTU/192 나는야 혼나고 싶은 어른 /@@8DTU/191 어른이라면 정기적으로 고독을 배송받아 오로지 나 자신만을 곱씹는 밤을 가져야한다. 진정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음악도 티비 소리도 없이 바람소리 혹은 침묵과 함께, 펜과 노트가 있다면 더 좋다. 때때로 너무 많은 생각은 삶을 더 고달프게 하지만 적당한 고독과 뉘우침은 삶에 꼭 필요한 Wed, 16 Oct 2024 11:13:55 GMT 비유리 /@@8DTU/191 죽었는데 살았다면 - 죽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같은게 있지 않을까? /@@8DTU/190 몇번이고 반복되는 같은 꿈. 나는 이제 꿈이 제발 제 마음을 좀 알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다. 4년 전에 땅에 묻혀 이제는 뼈를 뺀 살점과 근육은 모조리 흙이 되었을 엄마. 그 엄마가 온전한 육신을 한 채 먹기도, 마시기도, 심지어는 물 속에서 헤엄을 치기도 하는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건다. 나는 처음 몇 분은 25년간 그랬듯 시원하게 웃고 떠들다가 이 Tue, 15 Oct 2024 10:44:43 GMT 비유리 /@@8DTU/190 아빠의 폭력 /@@8DTU/189 아빠는 아직도 그 고약한 손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서 조금 유순해지긴 했지만 본래 유순하게 태어난 사람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딸년 결혼 준비가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주먹으로 뺨을 세 차례 올려붙이고는 일주일 뒤에 머쓱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얼굴은 괜찮냐고 물어보는 아빠. 60이 다 되어가는데도 풍채가 얼마나 좋은지 소리를 지르면 집이 떠나갈 Mon, 14 Oct 2024 12:08:50 GMT 비유리 /@@8DTU/189 결혼해도 되는 남자 /@@8DTU/188 요즘은 몇 달 안 남은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 부쩍 친구, 지인들을 자주 만난다.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지 으레 예의상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모두들 미혼인 나의 친구들은 내게 묻는다. &lsquo;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하게 된거야?&lsquo; 나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줄곧 생각을 해오다 나만의 해답을 찾았다. 아직 진짜로 결혼식을 올린 것도 아니고, Wed, 09 Oct 2024 01:21:33 GMT 비유리 /@@8DTU/188 아빠가 쏘아올린 불륜 공 /@@8DTU/187 최근 &lsquo;굿 파트너&rsquo;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췌장암이 나오는 드라마는 못 봐도 불륜하고 이혼하는 드라마는 잘 본다. 내 상처가 잘 아물었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빠는 바로 그 드라마의 사연이나 될 법한 불륜을 저지른 장본인이다. 그리고 엄마는 결국 이혼까지 했으니, 이 드라마 완전히 내 이야기잖아? 아빠는 고등학교 동창의 아내와 바람을 피웠 Mon, 26 Aug 2024 01:21:12 GMT 비유리 /@@8DTU/187 나는 췌장이 무섭다 /@@8DTU/186 나는 &lsquo;췌장&rsquo;이라는 단어가 무섭다. 어느 몸에나 있는 장기의 이름일 뿐이지만 단어 자체로 무섭고 불편하다.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거나 소화 효소를 분비해서 내 몸이 잘먹고 잘살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착한 녀석인데도 그냥 무섭다. 불쌍한 췌장은 잘못이 없다. 췌장암으로 엄마를 잃은 내 탓이다. 아마도 나는 일평생 췌장암이 가장 무서운 질병인 줄 알며 살아갈 듯 Tue, 20 Aug 2024 11:50:47 GMT 비유리 /@@8DTU/186 우연히 엿들은 말 /@@8DTU/185 이모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엿들은 적이 있다. 나는 본디 매우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었으나, 6살에 엄마와 아빠의 이혼 이후로 많이 소심해지고 주눅이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주눅들고 소심한 성격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었는지 구체적인 예는 듣지 못했지만 나에게 그 말은 자명한 진실, 마치 의사의 진단처럼 들렸다. 그 말 한마디로, 수 년간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Sun, 18 Aug 2024 12:28:58 GMT 비유리 /@@8DTU/185 다시 만나주면 안되겠니? /@@8DTU/184 작년 우리 반에서 탄생했던 한 커플이 얼마 전 이별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나에게 와서 &lsquo;선생님, 저 땡땡이랑 헤어졌어요. 제가 차였어요.&rsquo;하는데, 웬만한 연애 이야기에 놀라지 않는 내가 그 소식에는 조금 놀랐다. 참 예뻐하던 아이들 둘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둘은 서로가 주는 시너지가 좋아보여 마음으로 늘 응원하고 있었 Thu, 15 Aug 2024 12:13:28 GMT 비유리 /@@8DTU/184 엄마가 &lsquo;사 준&rsquo; 깻잎 장아찌 /@@8DTU/183 스무살이 되자마자 자취를 시작했지만 엄마는 나에게 한 번도 반찬같은 것을 만들어준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엄마와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 식사는 딱히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끼니마다 꺼내 먹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엄마는 찌개니 찜이니 다양한 요리를 자주 시도하지도 않았다. 감자나 양파만 넣고 소박하게 끓인 된장찌개 혹은 김치찌개 하나, Thu, 15 Aug 2024 11:26:45 GMT 비유리 /@@8DTU/183 결혼 결심하기 /@@8DTU/182 나와 관련된 것이라면 티끌 만 한 흠도 허용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나에게 존재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흠집들은 알지도 못한 채 나를 대하는 사람들과 나의 친구들, 내가 좋아하고 또 나를 좋아하는 모든 이성들이 완벽하길 바라온 어린 날들이 있었다. 나는 모순 투성이의 인간이며 때때로 날카로운 가시 옷을 입기도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DTU%2Fimage%2F5zpPLBV8GuAx_E6myUcf3PdtFzU.jpg" width="500" /> Mon, 05 Aug 2024 13:06:11 GMT 비유리 /@@8DTU/182 바다 위에 처음 서본 날 /@@8DTU/181 인생을 선물한다는 것은 살면서 몇 번 해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이 세상에 없던 하나의 생명체를 낳아 먹이고 길러낸 끝에 하나의 인생을 선물하는 일. 어쩌면 그 선물은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누구에게든 &lsquo;선물&rsquo;과 같은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영생을 얻고싶어 불로초를 구하고 다녔다는 진시황을 보아도, &lsquo;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DTU%2Fimage%2FdTwWQMRykVqI7rUg_9UJ0z_yTZQ.JPG" width="500" /> Mon, 29 Jul 2024 04:36:33 GMT 비유리 /@@8DTU/181 내가 울면 네가 바뀔 줄 알았지 /@@8DTU/180 얼마 안 된 이야기다. 우리 반 학생 중 하나인 아이와 이었던 일이기에, 진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서 글을 써보려 한다. 학기 초에는 &lsquo;선생님께 나를 알려드려요.&rsquo;의 명목으로 유인물을 하나 작성한다.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쯤에는 부모님 두 분의 학벌과 대학교 이름, 두 분의 직업까지 적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건 없다. 혹여나 &rsquo;당연하다 Wed, 24 Jul 2024 05:00:40 GMT 비유리 /@@8DTU/180 빵으로 행복 채우기 - 호미탐 소보루빵 /@@8DTU/179 내가 다니는 헬스장 맨 아래층엔 빵집이 있다. 아직 공실이 많은 새 건물이라 어떤 빵집인지 눈여겨 본 적이 없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가니 빵들의 모양새를 볼 틈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타기만 해도 향긋한 빵 냄새가 솔솔 올라오니 &lsquo;아, 이 건물에 빵집이 있구나.&rsquo; 한 정도였다. 원래 빵에 관심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고, 빵이나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DTU%2Fimage%2FP51C01c7CwG97OPoVrtdgzzP5ug.png" width="500" /> Tue, 23 Jul 2024 04:59:10 GMT 비유리 /@@8DTU/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