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지우개 /@@6UHI 울퉁불퉁 도전근육질의 교사. 장래희망은 글쓰는 사람, 옷짓는 사람, 꽃그리는 사람.&quot;생각에 글자를 꿰어 한땀 한땀 바느질합니다.&quot; ko Thu, 26 Dec 2024 09:20:31 GMT Kakao Brunch 울퉁불퉁 도전근육질의 교사. 장래희망은 글쓰는 사람, 옷짓는 사람, 꽃그리는 사람.&quot;생각에 글자를 꿰어 한땀 한땀 바느질합니다.&quot;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UHI%2Fimage%2FQQJlC_vNYkNGa-xRQikMkA1eX6o.jpeg /@@6UHI 100 100 내 아버지 이야기 - 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를 읽고 /@@6UHI/237 아버지는 어린 나를 보며 자주 말씀하셨다. 정아. 사는 게 죽는 거다. 니가 이렇게 말똥말똥 눈 뜨고 입은 쉬지 않고 오물거리니 나는 만날 죽고 싶어도 당최 죽을 수가 없다. 분명 딸을 앞에 두고 할 소리는 아니다. 그때 본 아버지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해 괴로운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내가 없으면 아버지가 죽고 싶지 않을 텐데, 내가 없으면 아버지가 편할 Tue, 10 Dec 2024 06:21:37 GMT 물지우개 /@@6UHI/237 정신없이 - 그림 그리다 너를 만나다 /@@6UHI/236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 곳에 눈이 머문다 카메라&nbsp;프레임에 그곳을&nbsp;담는다 사진을 들여다본다 어느 것은 빛나고 어느 것은 어둡다 어느 것은 선명하고 어느 것은 희미하다 어느 것은 늘리고 어느 것은 줄인다 어느 것은 담고 어느 것은 버린다 색을 고른다 빛을 칠한다 섞는다 문지른다 어둠을 덮는다 긁는다 긋는다 젓는다 그만할까 더할까 후회하다&nbsp;뿌듯했다 미동으로 Tue, 03 Dec 2024 02:52:08 GMT 물지우개 /@@6UHI/236 희미한 빛이 되는 존재이기를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6UHI/235 Y에게 너를 만난 건 1999년, 너와 헤어진 건 2018년이니 너와 19년을 함께했고 6년간 연락 없이 지내고 있네. 그래도 아직 희망적이라면 함께한 시간이 훨씬 길다는 점이랄까. 만남의 두께가 헤어짐의 그것보다 훨씬 두꺼우니 아직은 헤어짐의 벽을 부술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해. 너는 나보다 한 살 많았고, 여고 선배였으니 당연히 나는 너를 언니라고 불 Wed, 06 Nov 2024 07:13:25 GMT 물지우개 /@@6UHI/235 달리기 /@@6UHI/234 아래로 향하는 모든 것은 늘 생각한다 &lsquo;어쩔 수 없다&rsquo; 아래로 향하다 바닥에 부딪혀야 결국 아름다워진다 찬 바람이 내려온다 심장이 가라앉는다 낙엽이 떨어진다 땀이 흐른다 옷이 젖는다 정면을 응시하다 시선을 떨구면 움켜쥐던 내 손이 펴진다 아래로 향하는 것은 가벼워진다는 것 무거워 무거워 너무 무거워 아래로 향하다 어쩔 수 없어야만 Tue, 29 Oct 2024 00:21:03 GMT 물지우개 /@@6UHI/234 뭣도 안될 것 같은 포기를 품고 사는 게 - 쇳밥일지, 천현우 /@@6UHI/233 만사 포기하고 사는 게 얼마나 편한데. 뭐라고 될 것 같은 희망을 품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쇳밥일지, 천현우 (p.168) 저자에게 갑자기 사랑을 고백한 여자는 또 일방적으로 저자를 기다리겠노라 약속을 한다. &ldquo;와 씨,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노.&rdquo; 남자는 다리 힘이 풀려 철퍽 주저앉아버렸고, 대답조차 듣지 않고 가버린 여자를 떠올리며 남자는 Thu, 10 Oct 2024 01:41:57 GMT 물지우개 /@@6UHI/233 길 - 박웅현 [책은 도끼다] /@@6UHI/232 겁이 많던 여자아이는 엄마 손을 놓는 것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엄마가 물건을 사려고 손을 놓고 흥정을 하면 아이는 엄마의 옷자락을 꼭 쥐었어요. 엄마가 양손에 물건을 들어 옷자락을 잡기도 불편해지면 아이는 엄마의 엉덩이에 시선을 놓칠세라 집중하며 걸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Wed, 31 Jul 2024 04:51:43 GMT 물지우개 /@@6UHI/232 나를 뛰어넘어보려는 순간 -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6UHI/231 타인의 말에서 굳이 가시만 찾아내어 내 살을 찔러보는 나는 그 가시를 향한 거부반응도 활발한 편이다. 화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아픔을 느끼는 순간 나 역시 공격 태세가 된다. 자랑은 아니나 중학생 때는 상위권이었던 나는 중위권의 고등입학성적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좌절과 무기력으로 교복이 이렇게 무거운 옷이었나를 실감하던 때, 쏟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UHI%2Fimage%2F5L69B32Itk2_p-xqOS7MotGX0BA.jfif" width="500" /> Mon, 17 Jun 2024 00:35:51 GMT 물지우개 /@@6UHI/231 꽃이 진 자리 -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6UHI/230 나무는 꽃이 지기를 기다렸다 꽃처럼 다가왔던 그 따슨 숨결들이 차갑게 돌아서는 그 순간을 꽃을 피워내는 내내 간절히 기다렸다 꽃이 진 자리 부디 측은히 바라보기를 실컷 조롱하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나무는 꽃봉오리를 열었다 닫는다 모두가 돌아선 그 자리에 누군가 다가와 나무 허리를 가만히 감싸고 꽃을 여닫느라 가쁜 숨과 숨을 맞추고 어느새 절로 돋아난 Tue, 16 Apr 2024 00:00:35 GMT 물지우개 /@@6UHI/230 프로걱정러의 열반 언저리 -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6UHI/229 이 책을 읽으면서 한때 좋아해서 공부한 불교철학이 생각났습니다. 불교에서는 &lsquo;삼법인&rsquo;이라는 3가지의 근본교리이자 진리가 있습니다. 첫째는 &lsquo;제행무상&rsquo;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변화하여,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lsquo;제법무아&rsquo;로 인간은 정의할 만한 실체도 없고 기준도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lsquo;일체개고&rsquo;로 제행무상과 제법무아의 원리를 인정하 Fri, 29 Mar 2024 00:38:57 GMT 물지우개 /@@6UHI/229 내 영혼이 꾸는 짧은 꿈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6UHI/228 나는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우리는 다 죽은 사람이다. 이미 죽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집착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죽은 사람이지만 산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하고 느낀다. 사랑하고 미워한다. 좋아하고 싫어한다. 물론 시간도 흐른다. 죽었지만 조금씩 늙어간다. 어쩌면 다시 죽을지도 모른다. 죽음 위에 펼쳐진 이 삶의 끝이 다시 죽음인지 모르지 Sat, 23 Mar 2024 11:14:07 GMT 물지우개 /@@6UHI/228 '인생은 고통'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6UHI/227 한 번씩 내가 너무 옹졸해서 꼴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못나도 못나도 이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는데 못난 내 마음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때, 오늘은 그냥 못난 걸로 포기하련다라며 그냥 방구석에 한참 동안 나를 내버려 둔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꽤 오랫동안 말하지 않으면 자책 지수도 좀 낮아지고 나에게 조금은 관대해질지도. 아니, 내 Tue, 06 Feb 2024 07:26:58 GMT 물지우개 /@@6UHI/227 소통 3 /@@6UHI/226 바람이 차다 어제보다 더 찬 이유는 어제보다 겨울이 더 내린다는 뜻 겨울이 흠뻑 내려야 봄, 눈을 뜬다 아가가 꽃같이 웃으면 봄바람마저 향기로워 네 얼굴에, 내 얼굴에 꽃잎이 앉는다 비가 내려 잎을 흔들고 거센 비바람에 기둥마저 흔들려도 땅 속 뿌리는 끄떡없이 단단해지고 아가가 걷는 길에 물든 단풍이 폭신하게 지켜주어 나무는, 두 팔 벌려 아가를 안아 Wed, 13 Dec 2023 04:01:04 GMT 물지우개 /@@6UHI/226 소통(疏通) 2 - 강신주의 [장자수업] /@@6UHI/225 다 부서졌다 바스락거리지도 않는다 괜찮다는 발걸음은 사실 바스러지는 고통이었다 날린다 날아간다 어젯밤에는 갑자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날기로 마음먹었다 밤새 두둥실 떠오르고 나니 어디에 가서 가라앉더라도 더 부서질 준비가 다 되었다 아프다는 소리도 쪼개지는 통증도 가볍게 쌓인다, 쌓이니 낙엽은 결국 두터웠다, 따뜻했다 Thu, 07 Dec 2023 00:28:31 GMT 물지우개 /@@6UHI/225 소통(疏通) - 강신주 [장자수업] 읽고 /@@6UHI/224 소통(疏通) 모두가 잎을 떨구었을 때 당연히 붙잡고 있는 나무를 본 적이 있다 차마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찬 바람을 감내하던 나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모든 것을 그 연둣빛들을 위해 붓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어느 할아버지는 잠바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는 두 손을 모아 호호 불었다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이 분명한 듯 버 Mon, 04 Dec 2023 02:27:45 GMT 물지우개 /@@6UHI/224 가시나무 - 박준 [계절산문]을 읽고 /@@6UHI/223 그런 날이 있죠. 흘러나오는 가사가 귀에 딱딱 꽂히는 날. 아이를 기숙사에 데려다주는 일요일 늦은 밤 우연히 나오는 [가시나무]라는 가사가 그랬습니다. 모르는 가사도 아니고 늘 들어오던 가수인데 목소리는 귀이개가 되어 심장을 긁어댔습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과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이 수백 개 가시가 되어 내 몸을 덮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Mon, 21 Aug 2023 07:07:42 GMT 물지우개 /@@6UHI/223 나이가 들면 - 백수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6UHI/222 나이가 들면 나 같지 않은 마음과 나 같은 마음을 구별할 수 있어 이 마음은 내치고 저 마음은 꼭 쥐고는 당당히 걸어갈 줄 알았다. 스스로와 싸우지 않고, 내 손을 내가 단단히 잡고서는 나를 불안에 내버려 두는 일은 없을 거라고. 들만큼 든 나는 아직도 자연의 이치를 알면서도 자주 슬프고, 피기도 전에 져버린 꽃을 상상한다. 대체 무엇이 나인지, 아니 Tue, 18 Jul 2023 12:16:44 GMT 물지우개 /@@6UHI/222 부스러기와 몽글이 -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6UHI/221 다 부스러졌다고 생각했는데 몽글거리는 형체가 나타났다. 먼지 날리는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언제, 어디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이 폐를 아프게 하는 먼지투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기꺼이 한 선택이었기에 후회할 용기도, 그럴싸한 대안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부스러진 집에서 부스러기처럼 살다 보면 부스러짐도 예술이 되리 Thu, 13 Jul 2023 13:59:42 GMT 물지우개 /@@6UHI/221 벼랑 끝 손을 놔 버리는 용기 - [김구] 백범일지 /@@6UHI/220 왜 태어났는지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남는다. 탄생과 생명 유지에 대한 당위성을 논하라면 나대로 할 말 아니, 투정이 많지만,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그 문제는 논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이제는 조용히 덮기로 한다. 열심히,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너무 길드는 것 같아 반발심이 들기에 그저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Tue, 11 Jul 2023 02:28:04 GMT 물지우개 /@@6UHI/220 결코 작별할 수 없도록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6UHI/219 이 소설에서는 계속 눈이 내린다.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인 여기서는 눈이 내리면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을 맞으면 생각이 그치고 말과 행동도 짧게나마 멎는다. 눈은 이토록 압도할 만큼 강력하다. 이런 눈의 힘이 소설을 끝까지 밀고 간다. 차갑고 뜨거운 눈, 얼다 녹기를 거듭하는 눈은 독자를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보내버린다. 감히 생존의 위대함 Tue, 11 Jul 2023 02:26:20 GMT 물지우개 /@@6UHI/219 나무 - 김구[백범일지]를 읽고 /@@6UHI/218 나무가 되어야겠다 바람이 불어도 새가 뒤흔들어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나무는 안에서 조금씩 들키지 않을 만큼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 없는 들썩거림 껍질이 바짝 말라 갈라지도록 나무는 평생 테를 가라앉혔다 꿈쩍도 않는 것이 형벌이자 선물이라 나무는 운다 우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눈물마저 부끄러워지는 날엔 빗물에 얼굴 Tue, 27 Jun 2023 15:22:52 GMT 물지우개 /@@6UHI/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