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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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조경을 배웠습니다.이따금 기행에 몸을 던집니다koSat, 05 Apr 2025 18:50:49 GMTKakao Brunch대학원에서 조경을 배웠습니다.이따금 기행에 몸을 던집니다//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LO9qnc6g1-bHcTBchiLcMhfUkO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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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0차렷을 하고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 군대를 한 번 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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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해본 이라면 입구에 이 같은 문구가 걸려있었음을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지옥을 묘사한 신화엔 유독 저울로 망자를 심판하는 장면이 많다. 저승에서 네 번째로 만난다는 오관대왕이 업칭(業秤)에 망자의 생전 죄업과 공덕을 달아 처벌한다는 불교 이야기나, 죽음을 관장하는 오시리스가 망자<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0v5J7paqwLFb37aMOam2VDLcmeA" width="500" />Tue, 28 Jan 2025 09:55:18 GMT이성진/@@4rNG/76쓸모가 없어 천수를 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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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를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보면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맷돌을 제어하는 맛이 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한 잔의 아메리카노로 사서 고생을 하는가 싶지만 누구나 가끔은 쓸모없는 것에 시간을 넉넉히 쏟아붓고 싶은 아침이, 그런 사치가 필요한 아침이 있다.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고 커피 한 잔 내려 먹는 데 드는 품이 네 배는 늘었다. 물을 주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wlPnrNbzfME-otMAFSBv89oLBjo" width="500" />Sat, 18 Jan 2025 09:41:14 GMT이성진/@@4rNG/75모든걸 잃어버린 내가 탄력있는 몸과 뽀얀 피부를 가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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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써서 챙겨 먹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5분을 채 넘기지 않아 폰을 내려놓았다. 엄마와의 통화는 늘 이런 식이다. 서울에 나와 사는 동안 일주일에 두어 번 남짓 통화하는 데도 그렇다. 본가에 가면 아들내미치고는 엄마와 밥상에서 나누는 말은 적지 않고 미주알고주알 늘여놓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통화로는, 밥 잘 챙겨 먹었는지 부산에 있는 가족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aTadJ0GPD-oAt5RZC4WyU2aacEA" width="500" />Sun, 28 Apr 2024 06:35:18 GMT이성진/@@4rNG/74대학원을 휴학하고 에버랜드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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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게 세상이 내 편인가 싶은 순간들이 있다. 재료 소진된 맛집에서 딱 나까지만 입장을 받아준다든가, 아껴먹던 청포도 사탕 마지막 녀석을 뜯어보니 쌍알이 들었다든가 하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랬는데 이럴 때면 웬걸 웃음이 나온다. 팡 터지는 함박웃음이 아닌 소소하게 자아내는 실소로 채워가는 순간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YRPcQPgTrm0OqCgbh-_a8GtRzh8.jpg" width="500" />Fri, 26 Apr 2024 06:42:28 GMT이성진/@@4rNG/73흙을 퍼먹어도 빛나는 20대는 고이접어 바람에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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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서 출고 알바 하루 뛰었다고 관절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른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스물한 살 즈음부터 영양가 없는 고봉밥처럼 잔뜩 쌓아두었는데 이제야 혈당 스파이크를 맞는 기분이다. 이틀을 예정했던 육체노동은 삐거덕거리는 팔을 핑계 삼아 미래에 맡겨두었다. 생활비가 바닥을 보이면 줄여야 할 커피와 햇살 역시 미래의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yzSIhN0vVizVpXazbGjtZfALgdE.jpg" width="340" />Tue, 23 Apr 2024 08:16:14 GMT이성진/@@4rNG/72정말이지 삶은, 어떻게든 나를 속이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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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눈꺼풀을 들어올릴 자신이 없을 때면 곱씹는 어구가 있다.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제안하는 어투로 보니 뒤에는 어째서 슬퍼하지 말아야 하는지, 왜 노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이어지겠지만, 시의 첫 구절에서 그대의 가슴이 울렸다면 아마 ‘삶이 속였다’는 표현의 당돌함에서가 아닐까. 준비했던 공모전에 또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1GWDb1YZAmIu4g-a3Y5YxSVcVJU.jpg" width="340" />Sat, 20 Apr 2024 06:51:54 GMT이성진/@@4rNG/71삶의 정답들이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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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갈 힘을 어디서 얻냐고, 누군가 물었다.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당최 무슨 말인고 하니 연필은 쓰기 위해서 존재하고, 지우개는 지우기 위해 존재하지만, 우리 인간은 ‘무엇인가를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르트르가 말하길 인간은 그저 아무 목적 없이 이 세계에 던져진 존재, 그럼에도 자신을 끊임없이 앞으로 내던져야만 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ACYysboY9B8ZSOBC6DY5ZrKtJTg.jpg" width="500" />Fri, 19 Apr 2024 07:57:22 GMT이성진/@@4rNG/70흰 천과 바람, 함께 춤출 사람만 있다면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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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란 말엔 퍽 무서운 힘이 있어서, ‘웬만하면 한 번씩은 해본’ 일을 ‘모두가 한 번씩은 해본’ 일로 보게끔 하는 착시효과가 있다. 세상에는 뜨거운 물로 손수 내린 드립커피를 안 먹어본 사람도 있을 테고 장염으로 고생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존재한다. 보통 그러하다는 말은 그러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높다는 것일 뿐 예외는 늘 있기에 “그거 보통 다들 한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f6HV4MLB8c-ewEqtSSzGbLYRrMo.jpg" width="500" />Sat, 04 Nov 2023 13:31:04 GMT이성진/@@4rNG/69추억으로부터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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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지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됐다.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는 일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나이다. 군대 선임, 대학 동기, 고등학교 동창, 너나 할 것 없이 당도하는 카톡 알람. 어느 땐가부터 지나가는 소리로 비혼을 선언하고 있는 나는 뿌려놓은 축의금을 회수할 자신이 도무지 없지만(당신, 비혼식이라고 들어보았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친구의 경사에<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PEgD9XfI9YbbHxOcrOpf2P4_SPs.jpg" width="500" />Sun, 02 Apr 2023 16:16:02 GMT이성진/@@4rNG/68졸업 시즌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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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 모든 게 잘 짜인 하나의 연극이 아닐까 하는 별로 놀라울 것 없는 생각을 한다. 매 순간 장면에 몰입하여 마치 감각으로 느껴지는 세계 밖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루를 보내지만, 내가 인지하는 오늘은 어쩌면 누군가의 각본과 다를 바 없다. 진하게 내린 커피를 마시고, 녹아내린 음지의 얼음을 보며 봄 내음을 한껏 느끼는 이 순간이 단막<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rNG%2Fimage%2FyKSkCUVReAJrxgaiLLGgbgjp5qM.jpg" width="500" />Tue, 28 Feb 2023 12:57:03 GMT이성진/@@4rNG/67시작도 하기 전에 녹아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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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겨울이었다. 같은 나라인데도 기차는 마법같이 나를 다른 계절로 데려다주었다. ‘서울 사람들은 이런 날씨가 익숙한가...’ 시베리아 기단의 병정들이 옷깃 사이로 스며와 창을 들이밀었다. 남쪽 따뜻한 지방에 사는 나는 이 도시에서 한없이 이방인이다. 무언갈 두고 나오는 오랜 버릇이 있다. 대개는 자잘한 해프닝으로 끝나곤 했는데 인생의 방향을 바꿀만Fri, 10 Feb 2023 10:43:51 GMT이성진/@@4rNG/66과거는 다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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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선택한 또 다른 내가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다중우주 개념인데 물리학을 딱 교양 수준으로만 좋아하는 나는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못할 주제다. 허나 흥미를 자극하는 맛은 충분치 않은가. 당장 오늘 아침 계란을 삶아 먹느라 지하철을 놓친 내가 만약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면 출근을 늦Fri, 14 Oct 2022 17:46:03 GMT이성진/@@4rNG/65우리, 라는 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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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뜨개실과 줄 없이 긴 대바늘을 나란히 놓아보면 제법 느낌이 산다. 한 층을 뜨개 용품으로 번듯이 채워 넣으니 인테리어 용도로 구매한 5층 조립식 선반도 얼추 자기 느낌을 찾아가는 듯하다. 계획에도 없던 자취를 시작한 건 대학 졸업이 일 년도 남지 않은 때였다. 냉장고 뒤적거려 남은 재료로 볶음밥을 해 먹고, 날이 적당한 날 빨래를 해 털어 널면 어Sat, 01 May 2021 09:47:19 GMT이성진/@@4rNG/64일단 오늘은 여기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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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약속 없으면 나가지 않는다고, 소위 말하는 ‘집돌이’라고 어디 가서 소개하면 사람들이 잘 믿지 않는다. 여느 활달한 사람 못지않게 기운을 내뿜는 이가 그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아마 능청을 떠는 모습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딱 I네. 혼자 시간 보낼 때 에너지를 충전하고 사람들 만나면 쓰는 타입이거든. E는 그 반대고.” MBTI에 한창 빠져 있는 친Wed, 23 Dec 2020 02:39:53 GMT이성진/@@4rNG/62손재주와 손글씨는 다른 결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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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도 그렇게는 안 기어가겠다.” 엄마는 밥솥에 쌀을 안치다 말고선 나를 향해 쏘아 붙였다. 한번은 손글씨 잘 쓰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친구의 투덜거림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 쓰기는 그저 고상한 척하기 좋은 취미, 또 실용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거였다. 카페 구석 소파에 앉아 고개Thu, 29 Oct 2020 14:59:14 GMT이성진/@@4rNG/57투박한 것이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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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면을 그릴 때는 오직 연필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나긋하지만 한껏 단호한 교수님 말에 잠시 멍했던 것 같다. 21세기 첨단 시대에 나올 만한 과제가 맞는가 싶기도 했지만, 당장에 도구가 문제였다. 연필이야 문방구에서 산다고 한들 자취방에 연필깎이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오며 가며 독립서점 매대에서 눈여겨봤던 예쁘장한 연필깎이를 하나 떠올렸지만 얼마Wed, 06 May 2020 14:21:20 GMT이성진/@@4rNG/40아버지가 스펀지케이크를 좋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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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첫날. 캐럴이 거리에 울려 퍼지던 성탄절로부터 일주일이 더 지난 날. 96년 쥐띠들이 법적으로 ‘애 딱지’를 떼어내는 날은 주민등록증에 봉인된 자유가 깨어나는 날이었다. 하지만 내 지갑에는 자유가 없었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 지폐 몇 장, 선불 충전식 교통 카드, 누차 구겨지고 펴지다 끝내 쪼글쪼글해진 수능 수험표가 있었다. 거기 들어 있지 않은Tue, 29 Oct 2019 15:47:02 GMT이성진/@@4rN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