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원 /@@4SXf &lt;여행은 연애&gt; 와 &lt;사하라를 걷다&gt;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파리에 살며, 프랑스 프로덕션에서 다큐와 전시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습니다. ko Tue, 24 Dec 2024 00:48:26 GMT Kakao Brunch &lt;여행은 연애&gt; 와 &lt;사하라를 걷다&gt;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파리에 살며, 프랑스 프로덕션에서 다큐와 전시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습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ZVLkRFZ2_1y5BsUNswkCRECdDBo.jpg /@@4SXf 100 100 우리나라 /@@4SXf/302 화요일 외부 미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하철에서 습관처럼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를 검색했다. 헤드라인에 '계엄령'이라는 글자가 보였고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직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때라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전쟁이 났구나'였다. 전쟁이 아니라면 계엄령이 발표될 리가 없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Sun, 08 Dec 2024 20:35:15 GMT 주형원 /@@4SXf/302 흐림과 맑음 그 사이에서 /@@4SXf/290 3년 전 새해 일출을 봤던 곳으로 연말에 짧은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창궐 이듬해였던 2021년 1월 1일에도 코로나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마스크와 거리 두기뿐 아니라 내가 사는 프랑스에서는 연말 모임을 막기 위해 오후 6시 이후 통행금지라는 극단의 조치가 내려졌었다. 겨우 3년 전이지만 지금은 그때가 까마득하다. 그땐 언젠가 이렇게 말할 수 있기<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0wv8k6wJlqy1ggwxal_YuSjjKVI.png" width="500" /> Mon, 01 Jan 2024 22:30:26 GMT 주형원 /@@4SXf/290 크리스마스 선물이 사라졌다 /@@4SXf/289 독일로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 공기 중으로 감쪽같이 증발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크리스마스 기적이란 게 존재한다면 크리스마스 전에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봤지만 오늘까지도 여전히 행방불명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매년 가족과 친구가 있는 한국과 독일로 선물을 보냈었건만 이런 일은 겪는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에 사는 Sun, 24 Dec 2023 22:29:35 GMT 주형원 /@@4SXf/289 죽어봐야 알아 /@@4SXf/286 &quot;죽어봐야 알아.&quot; 송편 반죽을 펼치기 좋게 두 손바닥으로 동글동글 말면서 그녀는 말했다. &quot;아침에 눈 뜨면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적인 거. 자기들은 절대 몰라. 죽어봐야 알아.&quot; 죽어봐야 안다는 그 말이 여태껏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 와닿았다. 그건 그녀가 죽음을 거쳐 살아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방암 말기를 선고받고 한국에 들어가 1년간의 치료 끝에 Sun, 15 Oct 2023 21:52:12 GMT 주형원 /@@4SXf/286 깻잎전 /@@4SXf/285 추석 당일 전 굽는 냄새가 부엌에 진동했다. 동생이 깻잎에 양념한 고기 반죽을 예쁘게 싸주면 거기에 부침가루를 옅게 발라 계란을 입혀 굽는 건 내 몫이었다. 전이 익기 시작하며 명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한국 슈퍼에서 사 온 여러 반찬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을 계획이었지만 역시 명절에는 전이었다. &ldquo;깻잎전 한 번 해볼까?&rdquo; 얼마 전에 한 지인의 정원에서 Mon, 09 Oct 2023 03:49:33 GMT 주형원 /@@4SXf/285 온탕과 냉탕 사이 /@@4SXf/281 &quot;때밀이 장갑 가져오라고!!!&quot; 세신사 할머니의 호통에 목욕탕이 쩌렁쩌렁 울렸다. 덕분에 나는 내 순서를 기다리며 왜 세신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국적 불문하고 종종 까칠할까에 대한 고찰을 잠시 해야 했다. 세신사 팀은 총 세명으로, 할머니 한 명과 내 나이 또래의 여성 두 명으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원피스를 유니폼처럼 입고 있었다. 한국에서 목욕 Mon, 09 Jan 2023 22:03:18 GMT 주형원 /@@4SXf/281 당신이 떠나고 백일이 흘렀습니다 /@@4SXf/280 어제는 당신이 세상을 떠난 지 백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생각을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했지만, 고백하자면 당신이 떠난 후 단 하루도 당신의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에, 당신이 저에게 이토록 중요한 존재였는지 새삼 실감하곤 합니다. 당신이 언제라도 그 가냘프고 투명한 목소리로 전화를 Sun, 25 Dec 2022 21:02:30 GMT 주형원 /@@4SXf/280 일단 쓰고 보는 글 /@@4SXf/251 며칠 전 프랑스 남부의 한 섬으로 떠난 출장 마지막 밤. 일정을 마치고 늦은 밤 호텔 침대에 누워 늘 그렇듯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글을 더 이상 주기적으로 올리지도 않으면서, 누군가 내 글을 찾아 주는 사람이 없나 브런치 앱을 열어보니 알림에 하늘색 동그라미가 떠 있었다. 한때 보기만 해도 심장이 급격히 두근거리던 이 동그라미는 글을 Sat, 23 Jul 2022 23:07:57 GMT 주형원 /@@4SXf/251 알아듣지 못해 해방되다 /@@4SXf/249 몇 년 만에 독일에 왔다. 독일에 사는 동생에게 얼마 전 연락을 받은 후였다. &ldquo;언니.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병원에 가보니 발이 부러졌대. 뼈가 붙을 때까지 삼 주 동안 집에 있으래&rdquo;. 동생과 남편은 올해 삼재에 들어간다. 평소에는 이딴 거 안 믿는다 싶다가도, 남편이 얼마 전에 잡은 직장을 잃고 동생이 발이 부러지는 재앙이 겹치자 삼재가 떠올랐다. 이게 Sun, 19 Jun 2022 01:23:34 GMT 주형원 /@@4SXf/249 마음의 고향, 제주 /@@4SXf/246 마음의 고향이 있다. 태어나서 열여덟 해를 보냈지만 그곳을 탈출하기만을 꿈꿨던 진짜 고향도. 혹은 떠난 고향만큼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이방인이라 느끼는 파리 또한 아니다. 태어나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고향을 하루빨리 탈출하고자 했던 열여덟의 소녀와. 꿈꾸던 도시에서 사랑하는 이와 살며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PejWLoPdGS2NGQ2hmgNPFCBd3KM.png" width="500" /> Sat, 07 May 2022 23:59:06 GMT 주형원 /@@4SXf/246 꿈같은 여행이 끝나고 /@@4SXf/247 마음이 착잡했다. 떠날 때는 공항에 들어서기만 해도 설레었고 비행기에서도 그저 신났지만. 돌아가는 길은 달랐다. 돌덩이 같은 마음을 지고 걸어서인지 발걸음도 무거웠다. 보름이란 시간이 이처럼 쏜살같이 흘러갈 줄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일주일만 아니 단 며칠만 더 있다 갈 수 있다면. 휴가를 조금 더 낼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도 해본다. 이 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bIryIEQ31jceD4FrWuSjK2sAUJs.png" width="500" /> Sat, 23 Apr 2022 20:14:53 GMT 주형원 /@@4SXf/247 드디어 집에 갑니다 /@@4SXf/245 한때는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이곳에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익숙했지만 낯설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봐야 알 수 있는지. 습관이 돌아올 때까지 잠시 머뭇거렸다. 공항 출국 표지판을 찾아 위에서 아래로 흩어 내려가다 영어로 인천과 대한항공을 보자 왈칵 반가운 마음이 올라왔다. 이제는 정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zRrywqU5hyah2WRwnkwWAVOGDBs.png" width="500" /> Sun, 10 Apr 2022 00:27:30 GMT 주형원 /@@4SXf/245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 /@@4SXf/244 이년 만에 드디어 동생을 만났다. 바로 옆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에 살면서도 코로나로 이년 가까이 보지 못하고, 지난해 말에 파리에서 보려고 했건만. 그 계획마저 동생이 오기 직전에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무산되었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을 이년 가까이 통과하면서 언제부터인가 Sun, 27 Mar 2022 00:06:29 GMT 주형원 /@@4SXf/244 슬프지만 기쁘다고 했다 /@@4SXf/243 &quot;슬프지만 기뻐요. 이상하죠. 그런데 정말 그래요.&quot; 지난여름. 그녀 남편의 예상치 못한 부고를 접했다. 그녀가 충격과 슬픔으로 곧 남편을 따라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떠난 자에 대한 슬픔보다 먼저 다가왔다. 그녀의 남편을 잘 알지는 못했다. 몇 번 마주치기는 했지만, 조금 차갑다고 느꼈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 이전보다 더 유심히 가까이 Sat, 19 Feb 2022 21:33:32 GMT 주형원 /@@4SXf/243 기어이 그놈을 만났다 /@@4SXf/242 '절대 나는 아닐 거야'. 그 오만방자한 자신감은 어디서 왔던 것일까. 프랑스 오미크론 일일 확진자가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회사에서도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동료들을 생존자라 칭할 만큼 사무실 절반 이상이 최근 감염 물결을 타고 있지만. 나만은 쏟아 내리는 빗물 사이를 요리조리 잘 피해 갈 수 있을 거라. 근거 없는, 아니 어처구니없는 자신감으로 무장 Wed, 26 Jan 2022 22:37:35 GMT 주형원 /@@4SXf/242 새해에는 행복이 눈처럼 소복이 쌓이기를요 /@@4SXf/241 2022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진하게 몰려오는 우울감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떤 공허감에 사로잡혀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한 해 동안 예고 없이 수시 때때로 몰려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침몰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다가. 그래 봤자 망망대해 안에 목적 없이 떠다 Sun, 02 Jan 2022 08:18:00 GMT 주형원 /@@4SXf/241 괜찮아. 곧 크리스마스야 /@@4SXf/240 &quot;괜찮아. 이제 곧 크리스마스야&quot; 그는 휜 이가 드러나게 씩 웃으며 말했다. 한 여름. 그것도 찌는 무더위에 뭔 놈의 크리스마스라는 건지. 생뚱맞다고 생각했지만. 깜깜한 마음 한켠에 트리의 불이 켜지며 잠시나마 환해지는 듯했다. 그의 크리스마스는 삶이 힘들 때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찾아왔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곧 크리스마스라며 천연덕<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H1T6wLHoIh2pIXn5_UoskHZciLI.png" width="500" /> Mon, 27 Dec 2021 00:33:02 GMT 주형원 /@@4SXf/240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4SXf/239 눈을 의심했다. 심장이 뛰었고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당혹스러웠고 수치스러웠다. 어떤 감정이 더 큰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함께 일하는 여러 사람이 참조로 들어가 있는 업무 메일이었다. &quot;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 그런데 줄임말 없어요?&quot; 알파벳으로 하면 정확히 9글자이다. 수많은 프랑스 이름이 그보다 더 길다. 내 이름을 한 번에 Sun, 14 Nov 2021 22:29:02 GMT 주형원 /@@4SXf/239 복권은 사고 말하니? /@@4SXf/238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회사 옆 단골 슈퍼에 들렀다. 커피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자 주인아저씨가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건넨다. 나도 모르게 한숨부터 나오며 '글쎄요'라고 하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무슨 일이 있느냐 묻는다. &quot;별일은 없는데... 요즘 일이 너무 많고 스트레스도 많아서요... 로또나 되면 좋겠어요.&quot; 마지막 말에 아저씨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예 Tue, 02 Nov 2021 23:56:18 GMT 주형원 /@@4SXf/238 뷰티풀 컬러풀 라이프 /@@4SXf/236 멀리서도 환하게 빛나는 노오란 티셔츠를 입은 그녀는 봄에 만개한 개나리꽃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회색과 검정을 번갈아가며 고수하던 그녀의 삶이 색깔을 입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봄에는 자두색 꽃무늬 롱드레스를 입고 왔고. 단색을 입을 때도 내가 선물한 한글 무늬가 들어간 화사한 분홍 스카프를 두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단지 몸에 걸치는 컬러가 바뀌었을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SXf%2Fimage%2Fwczm7qMgYKQd2D2h5a0C0G-GSoI.jpg" width="500" /> Sun, 12 Sep 2021 21:34:35 GMT 주형원 /@@4SXf/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