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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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씁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잡담을 하기도 했지만, 만화가가 꿈입니다.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일을 좇고 있습니다.koWed, 02 Apr 2025 12:42:01 GMTKakao Brunch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씁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잡담을 하기도 했지만, 만화가가 꿈입니다.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일을 좇고 있습니다.//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saHhQS3yrqtPwverXOrb-XO_3Tg.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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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면접은 최악이었다. 별로 큰 회사도 아니면서 대기업 흉내는 내고 싶었는지 정장을 입고 오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주머니 사정 뻔한 취준생이 변변한 정장 한 벌 살 돈이 어디 있다고. 사실 합격을 시켜주고 첫 월급이라도 선불로 쥐어 준 다음에 첫 출근 때 정장을 입고 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안다. 말도 안 되는 거. 그래도 짜증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Nec6bQQamBE7AkDc_mKISP0LqHA.heic" width="500" />Tue, 01 Apr 2025 12:24:33 GMT보싸/@@2MmH/110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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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잘 써지는 자리가 있다. 청담역과 강남구청역 사이에 있는 작은 공원,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조각조각 부서져 살포시 내려앉은 벤치라던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가득한 대로변을 피해 골목골목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름 모를 작은 카페의 구석진 자리 같은 그런 곳. 그리고 그런 운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rgv_L6wXmw2uozVcSAGDtyRtKw4.heic" width="500" />Sat, 29 Mar 2025 14:33:38 GMT보싸/@@2MmH/109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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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나의 방에만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딱 적당한 사이즈의 방이었다. 언제든 누울 수 있는 침대와 나에게는 충분한 책상, 몇 벌 안 되는 옷들을 모두 넣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옷장. 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월세를 5만 원씩 더 내면 방 안에 화장실이 있는 곳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화장실이 안에 있어봤자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tG4G8FYbYl_aXAv2RiWDnoGV0cc.heic" width="500" />Thu, 27 Mar 2025 01:45:46 GMT보싸/@@2MmH/108빌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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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내 머리는 압구정동에서 15만 원을 주고 한 머리다. 인기가 많은 탓에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제니’ 원장님이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손수 만들어준 스타일이다. 노련한 커트는 물론이고,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 자꾸 주저앉는 윗머리를 보완하기 위해 선 굵은 웨이브를 멋스럽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나의 퍼스널컬러에 어울리도록 ‘퍼머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0h2vyOnlaKu4G_TH3LrzvIZA5vQ.heic" width="500" />Tue, 25 Mar 2025 02:10:38 GMT보싸/@@2MmH/107나의 무고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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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국민학교 동창 녀석과 저녁으로 먹은 난자완스. 잘못이 있다면 평소답지 않게 기름지고 느끼했던 복림장의 그 난자완스에게 있었다. 복림장의 자랑인 짬뽕의 맛은 여전히 명불허전이었다. 칼칼하고 깔끔한 국물에 특유의 풍미. 요즘 젊은이들 말로 ‘맛있게 맵다’고 한다던가? 맛있는 것과 매운 것이 어떻게 한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jbDUAGqKVE5QTboNs9ucPRWZvPw.heic" width="500" />Fri, 21 Mar 2025 22:00:05 GMT보싸/@@2MmH/106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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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인파가 몰리기 직전인 오후 5시 56분 강남구청역, 창민씨는 언제나처럼 1-1 문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창민씨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하여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일찍 퇴근했다. 그래야 지금 이 시간, 이 칸에서 그나마 덜 복잡하게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곧 지하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창민씨는 한쪽 구석<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gQ2iU4eVmZFSO-u9uREcONA_jeo.heic" width="500" />Wed, 19 Mar 2025 23:00:09 GMT보싸/@@2MmH/105흔들리는 지하철 손잡이에서 내 마음을 봐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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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문이 닫히고, 희수는 한숨을 쉬며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메신저 창에는 그녀가 지후에게 처음으로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잘 가고 있어?> 답장은 없었다. ‘뭐야. 지금 나 씹힌 거야?’ 희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다음 역까지 답 안 하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WDEw5ACk51hR1SaBiR9yDcEIljY.heic" width="500" />Mon, 17 Mar 2025 23:00:10 GMT보싸/@@2MmH/104대취동 에튀드(É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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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여느 때처럼 붐볐다. 재희는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중심을 잡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가 살짝 흐트러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커다란 헤드폰을 눌러쓰고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하루를 견디는 중이었다. 가방이 묵직했다. 교과서와 필기구, 문제집, 집중력을 높여준다며 엄마가 굳이 밀어 넣은 이름 모를 차가 담긴 보온병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X62GSqQZ6p_V8uGspiLaPuxSrP4.heic" width="500" />Fri, 14 Mar 2025 23:00:11 GMT보싸/@@2MmH/103지하철 크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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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하철 크로키를 했다. 요즘 지하철을 타는 일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어쩐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며칠 전 밤 불현듯, 예전에 브런치에 아주 잠깐 연재하던 크로키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에이, 글 쓰려고 만든 공간에 이렇게 그림을 올리는 게 뭐냐 싶어서 때려치웠었는데, 글쓰기 연습도 할 겸 그 크로키를 가지고 그때그때 짧은 소설을 만들어서 올리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5jFD-YAFIHeJ9PwqJrx5RMJVNtY.heic" width="500" />Fri, 14 Mar 2025 02:32:36 GMT보싸/@@2MmH/102지하철의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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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은 무거운 몸을 간신히 밀어 넣어 칸 안에 들어섰다. 코끝에 닿는 미지근한 공기, 발 아래 울리는 진동, 그리고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익숙한 배경음. 모두가 회색빛인 이곳에서, 오직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 주머니에서 꺼낸 건 오래된 게임기였다. 닳아버린 버튼, 벗겨진 외피. 남들이 보면 그냥 구식 장난감이겠지만, 승민에게는 아니었다. 이건 또<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FdrPvn-6FKm_6sej5pH714ZL4R4.heic" width="500" />Wed, 12 Mar 2025 16:18:22 GMT보싸/@@2MmH/101이런 눈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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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일찍 서둘러 고용센터에 다녀왔다. 온라인으로 미리 준비를 하고 직접 센터에 방문해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다. 메인 사진이 좀 혐오스러운데... 지금 눈 상태는 저렇게 밤탱이가 되어 있는데, 이 사람이 실업급여 신청을 하러 왔는데 개인사업자도 냈다가 망해서 휴업했다고 하고 눈탱이는 어디서 쥐어 터졌는지 밤탱이를 하고 나타나서는 주눅이 들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3-JdOBuL2Xpc1_eiVGBvF06CrUk.heic" width="500" />Wed, 12 Mar 2025 12:41:07 GMT보싸/@@2MmH/100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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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풀렸다. 오늘 아침에 딸아이와 함께 하는 등굣길은 참 포근하고 따뜻했다. 비록 한쪽 눈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불편하긴 했지만, 걸음은 가벼웠다. 오늘도 딸아이는 버스 타고 가고 싶은데… 하며 입을 삐쭉거렸지만, 나는 버스 기다렸다 가는 것보다 우리가 걸어가는 게 더 빠르다며 딸아이를 다독였다. 채 30분이 안 걸리는 거리. 항상 차로 데려다Tue, 11 Mar 2025 02:55:23 GMT보싸/@@2MmH/99눈탱이 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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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눈 주변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파서 잠에서 깼다. 마치 된통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는데, 겉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피부가 아픈 것도 아니었고, 뼈가 아픈 것도 아닌, 피부와 뼈 사이 근육 즈음에 뭔가 이상이 생긴 듯했다. 눈을 움직이거나 찡그리는 등 얼굴의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아팠다. 딸아이를 학교에Mon, 10 Mar 2025 13:56:01 GMT보싸/@@2MmH/98왜 이렇게 사는 게 재즈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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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한 동생 녀석의 이야기를 들었다. 녀석은 재즈뮤지션이다. 재즈 중에서도 전통적인 스타일의 재즈를 고수한다고 하는데, 미국의 어느 바에서 흑인뮤지션들과 어깨를 들썩이며 피아노를 현란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관객들의 호응에 고무되어 약속한 공연시간을 훌쩍 넘기고 결국 밤을 새워 연주하고는 집에 돌아갈 것을 걱정할 법한 딱 그런 캐릭터다. 한 가지Sun, 09 Mar 2025 12:28:22 GMT보싸/@@2MmH/97문샤인과 자구 - 모든 어머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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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어제 말했듯이 나는 여러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 미니멀리스트인 아내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빈 공간을 보면 자연스럽게 음, 저기에 초록색 식물이 있으면 어울리겠군. 하면서 그 공간과 어울릴법한 식물을 머릿속으로 찾아보곤 한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리 집에는 몇 가지의 식물들이 있는데, 그중<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7btziyUcY-vmDTQBT5_F4ueg2Vo.heic" width="500" />Sat, 08 Mar 2025 11:22:38 GMT보싸/@@2MmH/96고양이와 귀리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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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식물을 먹는다. 다행히도 아무 식물이나 막 잡아먹지는 않고, 귀리싹이나 강아지 풀의 잎 등 연한 풀을 좋아한다. 고양이는 털을 핥아 몸을 단장하면서 필수적으로 털을 먹게 되는데, 풀을 먹으면 먹은 털들을 함께 토해서 몸 밖으로 배출해 주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평소에 식물도 좋아해서 이런저런 식물들을 키우던 나(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꽃집하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MmH%2Fimage%2FC3wgxLS8rp0ec_4HJFmHT_BvZlY.heic" width="500" />Fri, 07 Mar 2025 02:16:00 GMT보싸/@@2MmH/95봄눈
/@@2MmH/94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10분 글쓰기'가 요 며칠 좀 무거워졌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백수의 삶이라는 게 점점 갈수록 무거워지기만 하니까. 이제는 봄도 되었으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하는 티 안나는 나름의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우울하지만 스스로에게 자꾸 다짐한다. 힘내보자. 할 수 있다. 딸아이를 걸어서 데려다주게 된 덕Thu, 06 Mar 2025 00:46:35 GMT보싸/@@2MmH/94길들여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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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딸아이가 학교에서 밀웜이라는 것들을 가져왔다. 밀웜은 파충류들의 식사로 사용한다고 하는 애벌레인데, 자라서 성충이 되면 거저리라는 풍뎅이 같은 벌레가 된다. 발이 많으면 많아서 징그럽고 발이 없으면 없어서 징그러운 나는 발 없이 꿈틀거리는 그것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하지만 딸아이의 간절함에 동거를 허락했다. 아빠를 닮아 관심이 금방 식어버리는 딸Wed, 05 Mar 2025 04:28:44 GMT보싸/@@2MmH/93아이들의 새 출발
/@@2MmH/92
아침부터 눈이 많이 온다.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둘째 아이의 말에 의하면, 오늘 자신이 아침에 겨울왕국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 보는 것이 나를 꼭 닮았다. 뿌듯했다. 아이들은 오늘 새로운 시작을 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의 학교를 다니는 큰 딸은 이제 4학년이 되었으니 걸어가야 한다고 윽박지르며 함께 걸어서 학교까지 데려다Tue, 04 Mar 2025 01:48:01 GMT보싸/@@2MmH/92부모님의 이사
/@@2MmH/91
오늘은 온 가족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세종시에 다녀왔다. 처가 부모님께서 그제 이사를 가셔서 정리도 도울 겸 온 가족이 출동한 것이다. 집을 나설 때 우리 동네는 밤새 눈이 왔는지 비가 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화창하게 개어있었다. 마음도 가벼웠고 기분도 상쾌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재잘거리고 아내와 나는 앞으로 닥쳐올 A.I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Mon, 03 Mar 2025 14:12:24 GMT보싸/@@2MmH/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