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26Fv 전직 PD. 현재는 사회에 해악만은 끼치지 않으려는 사려 깊은 백수. ko Wed, 25 Dec 2024 08:45:52 GMT Kakao Brunch 전직 PD. 현재는 사회에 해악만은 끼치지 않으려는 사려 깊은 백수.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gopMLnbGYqBs1jM6gT9-vt0n1jk /@@26Fv 100 100 그만 쓰기, 여기까지. - D-491 /@@26Fv/570 2024. 12. 23. 월. D-491 일기 쓰기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일일이다. 오늘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 지어야 내일 내일의 일기를 쓸 수 있다. 그러므로 일기 쓰기는 쓰는 연습이 아니라, 그만 쓰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하는 거. 내가 잘 못하는 거. 그렇지만 500일 동안 어떻게든 쓰다 보면 그날이 어떤 하루였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Mon, 23 Dec 2024 15:40:29 GMT 세라 /@@26Fv/570 대출 불가한 마음이 있었다지요 - D-492 /@@26Fv/569 2024.12.22. 일. D-492 한강 작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5번 이상 들은 것 같다. 무언가 있긴 있는 걸까. 외적인 분위기가 닮았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내적인 분위기, 즉 생각이나 태도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분위기라는 단어는 내외 어느 하나만을 뜻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며칠 전 어떤 이는 나와 깊은 이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Z4o1m6gve3dBheWxIp52Abf94vU" width="500" /> Sun, 22 Dec 2024 15:09:06 GMT 세라 /@@26Fv/569 나를 생각했을 때 더 이상 슬프지 않을 때까지 - 상담일기-8회차 /@@26Fv/563 &quot;회사 생활은 어때요?&quot; &quot;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편해졌어요.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20대 동생들과도, 상사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있을 틈이 없어요.&quot; 이야기를 주고받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quot;'나'는 그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네요?&quot; 선생님은 내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 그렇지, 사람 Sun, 22 Dec 2024 13:26:03 GMT 세라 /@@26Fv/563 13년 만의 학자금 청산&hellip; 원샷! - D-495,494,493 /@@26Fv/568 2024.12.19. 목. D-495 &lt;back up&gt; 인사 발령과 송별회, 송년회의 연속이다. 그들 세계의 변두리에 보조 장치처럼 대기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비정규직이자 말단 사원들은 각각 주어진 머릿수 하나 당의 몫을 담당해야 한다. 이에는 적극적인 참여와 풍부한 리액션, 매력적인 외모와 달콤한 재치가 필요하다. 그것도 없다면 세월에 의해 사회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S6GFEahGLpYgG3KBtepGxxhaVA0.jpg" width="500" /> Sat, 21 Dec 2024 12:49:26 GMT 세라 /@@26Fv/568 명의등록바랍니다 - D-496 /@@26Fv/567 2024.12.18. 수. 퇴사&nbsp;D-496 아침에는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그렇군. 내가 출근을 하는군. 창밖은 전혀 보지 않는군. 출근을 하면 휴게 공간에서 책을 읽다가 9시가 되면 컴퓨터를 켜고 영상 편집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종일 16:9의 네모 속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군. 네모가 나를 바라보는군. 나는 한 번도 네모를 바라보지 않는군 Wed, 18 Dec 2024 13:08:42 GMT 세라 /@@26Fv/567 벼랑 끝에 살지 마 - D-498,497 /@@26Fv/565 2024.12.16. 월. D-498 대학교 선배 한 분이 튀르키예로 긴 발령을 떠나시게 되어, 퇴근 후 대학 선배들을 몇 명 만났다. 선배들은 언제나처럼 나를 반겨주었다. 가정의 형태도,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수준도 이제는 제각각 달라졌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스무 살 때에 멈추어 있다. 마치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시간관념이&nbsp;사라지는 Tue, 17 Dec 2024 13:24:20 GMT 세라 /@@26Fv/565 500개의 포춘 쿠키 중에 - D-499 /@@26Fv/564 2024.12.15. 일. D-499 나에게는 500개의 포춘 쿠키가 있고, 오늘&nbsp;그중 하나를 까먹었다. 쿠키가 재깍재깍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라는 오븐 위에서 달콤하게 구워지는 나의 디저트. 하나가 사라졌다. 누군가 내 것을 훔쳐간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까먹은 것이다. 당신의 쿠키는 안녕한가. 책방 알바 중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책을 읽지만, 책 Sun, 15 Dec 2024 14:12:14 GMT 세라 /@@26Fv/564 퇴사 D-500 - D-500 /@@26Fv/554 직장인의 12월이란 술자리의 연속이다. 피한다고 피해 보지만&nbsp;다른 때보다 의무적인 저녁 일정이 많아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나에게 무리 생활은 언제나 버겁다. 너무 많은 술자리는 오히려 나를 절주하게 한다. 너무 많은 음식 또한 나를 위악감에 휘말리게 한다. 그리고 술은 역시, 혼자 마시고 싶다. 며칠 전 어쩌다 끌려간&nbsp;사내&nbsp;재경 동문회에서는 순진하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yoz7hb0yY59jeYqy-dDaAR2RXaw" width="500" /> Sat, 14 Dec 2024 12:26:26 GMT 세라 /@@26Fv/554 &quot;지겨워서 어쩐대.&quot; - #일기 /@@26Fv/559 얼마 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quot;여름이랑 겨울 중 뭐가 더 좋아요?&quot; 어떤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더듬거리지 않고 대답한 건 꽤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겨울이요. 그러자 질문자도&nbsp;동의했다. 그는 동의를 구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동의를 하고 싶었던 걸까. 둘 중 하나라면 전자였으면 좋겠다. 그와 나는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여름의 불편함에 대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2tcR2fcqDxY-Jbj4zXhVTHRROxs" width="500" /> Sun, 08 Dec 2024 15:02:48 GMT 세라 /@@26Fv/559 술 먹는 게 뭐 어때서 - 상담일기-7회차 /@@26Fv/560 &lt;청년 마음건강 지원 프로그램&gt; 6회 차가 끝나고, 다시 &lt;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gt;을 통해 새로운 8회 차를 시작했다. 맨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무척 망설였는데, 자발적으로 연장했다는 점이 여전히 낯설었다. '나는 왜 이 상담을 계속하고 싶었을까?' 버스 안에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막상 해 보니 6회는 인사말이자 도입부의 분량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Mon, 02 Dec 2024 15:11:26 GMT 세라 /@@26Fv/560 다시 안녕, 나의 금빛 바다 - #18 /@@26Fv/551 묵혀두었던 10월의 혼잣말. 그러나 결국 또 흘러가버렸음을 깨닫는다. 흘러감의 기록. 그 해 무망하게 떠나보낸 바다를 생각했다. 금빛 윤슬로 흐르던 나의 바다, 날 두고 떠나가겠다고 속삭이던 삶이라는 꿈. 바다는 끝내 나를 미치게 하지 못했다. 그건 순전히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생활 세계에서는 나를 까마득한 외계에 잠겨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몽상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KOYQrXOP8EARKnc2L6lVId_f27I" width="500" /> Sun, 24 Nov 2024 14:15:25 GMT 세라 /@@26Fv/551 빚 갚는 기쁨 - #일기 /@@26Fv/558 오늘은 백수 기간 동안 빌어&nbsp;먹은 밥값과, 노숙의&nbsp;각오로 매달렸던 이사와, 여름날 모자라는 보증금으로 구구절절 빌린 돈들을 청산한 날. '은행'에게 빌린 돈, 다 갚았다! (오늘같이 기쁜 날에 보증금과 학자금은 논외로 합시다요.) 최저&nbsp;시급으로 연명해 온&nbsp;허름한 청춘, 꿈에다&nbsp;희망까지 두둑하게 이자&nbsp;쳐서 싹 긁어&nbsp;드렸다. 됐냐, 이것들아. 속이 시원하냐<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oUa3I2ZVHeUsBHSyaBslyu6bPak.jpg" width="500" /> Tue, 19 Nov 2024 12:49:53 GMT 세라 /@@26Fv/558 나도 마지막이 갖고 싶었어 - 상담일기-6회차 /@@26Fv/557 벌써 6회 차, 마지막 날이었다. 매 회 50분은 리듬상 너무 짧게 느껴졌다.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어하는 나 같이 폐쇄적인 사람에게는 이제 좀 입이 트일까 싶으면 끝나는 러닝 타임이었다. 자비를 내고 연장하기에는 내 삶의 채무가 너무 많았다. 그런데 내가 배정받은 상담 센터가 (서울시는 물론) 보건소에서 주관하는 상담 프로그램에도 해당되어서, 그쪽으 Tue, 12 Nov 2024 14:06:37 GMT 세라 /@@26Fv/557 죽으나 사나 내 편 - 상담일기-5회차 /@@26Fv/556 평일 일정이 바빠 하루만 주말으로 바꿨다. 오랜만의 휴일에 곧장 무기력 상태에 빠져 5분씩 10분씩 알람을 맞추길 기어이 오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창밖의&nbsp;어지러운 생기에 뒤섞이는 일 자체가 저 세상 몽상 같았다. 가까스로 상담 센터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만 오늘의 할 일을 다 끝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말았다. 약 두 시간 전인, 오후 네 시경. Sat, 09 Nov 2024 09:12:48 GMT 세라 /@@26Fv/556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 상담일기-4회차 /@@26Fv/555 TCI 기질 및 성격 검사에 대해 설명을 듣기로 한 날이었다. 검사를 한지 두 달이 넘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답변했는지, 어떤 검사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결과는 생각보다&hellip; 충격적이었다. 이런 류의 검사라는 것은&nbsp;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떤 수치가 +100이 나왔다면 적어도 -100 쪽 방향은&nbsp;아니라는 거다. 어떤 기질이 Sun, 03 Nov 2024 12:58:24 GMT 세라 /@@26Fv/555 우리도 언젠가 구부러지겠지 - #17 /@@26Fv/552 그 해에 나는 아주 조금 자랐을 것이다. 만약 나에게도 나무처럼 숨겨진 나이테가 있다면. 그 해에 뻗어낸 줄기는 형편없었을 것이다. 살아온 흔적이란 어느 한 단면에서는 너무도 쉽게 발각되는 것이다. 이른 오전 출근길, 숲을 지나칠 때 가슴이 철렁 했다. 너무 춥게 입고 나왔나. 오늘은 추운 하루가 되겠네, 떨면서 중얼거렸다. 그때, 나무들을 보았다. 구<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xypijnjm05_1tvL2ghzeC7bcJq0" width="500" /> Sun, 27 Oct 2024 13:26:29 GMT 세라 /@@26Fv/552 살리는 나, 방치한 나 - 상담일기-3회차 /@@26Fv/553 *내가 살고 싶은 삶? 가을비가 내리는 밤, 세 번째 만남이었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메모해 가리라 다짐했건만 그 사이는 정말이지 잠잘 시간도 부족한 날들이었다. 토요일 하루만큼은 시간이 있었지만 자연 생태와 관련해 신청한 강의가 있어 밖으로 나갔다. 그건 나의 소박한 열정이었다. 숲,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quot;숲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Thu, 24 Oct 2024 12:43:14 GMT 세라 /@@26Fv/553 &quot;기특하다&quot; - 상담일기-2회차 /@@26Fv/550 한 주 동안 이 생각 저 생각에 들렸다 놓이기를 반복했다. 어떤 이야기는 대문 밖으로 꺼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이상하리만큼 간절해져서 아무도 모르게 눈물방울들을 매달고 다니기도 했다. 가볍고 동그랗고 투명하고 조그마한 마음들. 손으로 스윽 닦으면 사라지는.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하지만 막상 상담 시간에 임박해서는, 다시 면접 보는 기분이 Tue, 15 Oct 2024 15:01:39 GMT 세라 /@@26Fv/550 내가 꽤 문제아라는 생각 - 상담일기-1회차 /@@26Fv/548 나 같은 정상인이 심리 상담을 받아도 되는 걸까,&nbsp;라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걱정&nbsp;속에서 퇴근 후 첫 상담에 갔다. 도착하니 선생님이 따뜻한 미소로 인사해 주셨다. 나도 따뜻한 미소로 반가움을 표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표정에 웃음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았다. 뭐지, 이 삐걱거림은? 회사에서 너무 오늘치 표정을 다 사용했나?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눈 뒤 비 Tue, 08 Oct 2024 14:21:07 GMT 세라 /@@26Fv/548 가을에도 봄이 온다 - #16 /@@26Fv/547 꽃무릇이 피고 있다니! 육성으로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두 해만에 만난 꽃무릇이었다. 세상이 여전히 숨 막히는 열대야에 잠겨 있던 9월의 어느 날, 길 위에서 꽃무릇의 꽃봉오리들을 만났다. 아, 꽃무릇이 갓 피기 시작할 때는 이런 모습이구나&hellip;&hellip;. 일 년 전, 한껏 소슬해진 바람이 칼칼 불어오던 이맘때, 잿더미처럼 시컴하게 타버린 꽃무릇을 보고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Yfv1cQ4FjivMRxCjxR1jMPdpXBA" width="500" /> Mon, 07 Oct 2024 15:21:05 GMT 세라 /@@26Fv/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