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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래 머문 가을가을이 미처 거두지 못한 낙엽이 색이 바랜 채 소복이 쌓인 눈 아래 숨어 있다. 제 계절을 따라가지 못한 채, 가을 끝자락에서 바싹 마른 몸을 남겼다가 차가운 눈 속에서 젖어버려, 이제는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손끝으로 살며시 눈을 걷어내자, 숨죽인 낙엽이 잔잔한 떨림으로 드러난다. 한때는 바람에 몸을 실어 춤추던 잎이었건만, 이제는 계절을 잃고, 온기도댓글 0 3시간전 by 봉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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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나무낙엽이 겨울길을 달린다 앙상한 가로수길을 걸을 때 바람은 시간의 여백을 채집한다 스치우는 바람의 손이 넓다 빈 나뭇가지에 구름이 돋았다 너는 날렵한 팔에 붙잡힌 것이냐 날이 선 어깨를 품어주는 것이냐 걸음을 멈춰 나무에 피는 구름의 개화를 응원한다 바람이 구름꽃을 훔치려 한다 바람이 이끄는 길을 걸으면 당신이 있던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어김없이 낙엽보댓글 0 Mar 18. 2025 by 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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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말이 마른 낙엽은 겨울의 끄트머리에복실이가 말했다. 겨울은 갈색이야. 원래는 하얀색인데 눈이 안 왔으니까. 맞다. 겨울은 메마른 낙엽 색이다. 비쩍 마른 채 몸을 잔뜩 구기고 제 자리라며 다 늦은 겨울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냉동말이 삼겹살 같은 겨울 낙엽 색깔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땅바닥에 제 몸 떨구기를 저어하며 허상같이 바스락거린다. 떨어지면 바람에 마구댓글 0 Mar 16. 2025 by 눈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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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할머니와 낙앱낙엽 타던 냄새가 그리운 날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공동 현관으로 나가려는데 밤 새 요란스럽게 분 바람으로 낙엽 무더기가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흐미 우짤스꼬 니들 여기서 뭐 하냐?"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을 양발로 밀어내며 갔는데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쏘아진 장풍에 낙엽은 마구잡이로 흐트러지며 본디 모여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두 발로 밀고 있던 낙엽을 몽땅 잃은 나는댓글 2 Mar 16. 2025 by 별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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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차를 멈춰 세웠다. 그냥 자나치기에는 눈앞에 보이는 초겨울 가로수들의 향연이 너무나 곱고 화려해서 넋을 잃고 보다가 아예 그곳에 자동차를 멈추었다. 내가 자동차를 멈춰 세운 곳 바로 앞 가로수 포플러 나무들이 황금색의 향연을 뽐내며 나풀대고, 나부끼고 있었다. 바람 한 점에 낙엽 한 닢이 나무에서 멀어지고 바람 두 점에 두 닢의 나뭇잎이 나뭇가지에서 아스댓글 8 Mar 14. 2025 by 이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