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을 켜는, 봄 - 봄날의 안부

2025-04-01T05:35:01Z

바람이 매서운 봄이다. 엊그제 오랜만에 집 앞에 나갔을 때,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어느새 꽃이 이렇게 폈다고? 봄이 왔다고?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3월 폭설 예보를 봤고, 무엇보다 지난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은 것들이 여전히 그대로이지 않은가. 돌처럼 얼어붙은 것들은 여전히 녹을 기미조차 없는데, 어떻게 봄은

브런치 2년의 살풀이 - 엉킨것을 푸는!

2025-04-01T06:37:11Z

어느새 2025년 3월. "딸, 엄마 3월 16일이면 벌써 브런치 2년 된다. 시간 빠르지? “ "와, 벌써? 지난 2년 동안 엄마의 글쓰기는 살풀이 같았어. “ 며칠 전, 캐나다에 있는 큰 딸이 통화 중 내게 해준 말이다. 다가오는 3월 16일이면 브런치에서 글 쓴 지 2년이 된다. ‘브런치에서 벌써 2년이라고?’ 스스로 놀라면서도, 살풀이 같던 글

빵이 익는 파라오 슬롯 - 다정해져야 할 이유

2025-03-02T13:44:54Z

그날 아침, 나는 책상이 아닌 주방으로 향했다. 잠도 덜 깬 채 잠옷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제일 먼저 꺼낸 건 밀가루였다. 계량한 밀가루에 몇 가지 가루를 추가하고 버터와 우유, 달걀을 넣은 빵을 만들 요량이었다. 사실, 마음 같아선 어느 때보다 책상 앞에 앉아 지난밤 쓰던 원고를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나는 산책하듯 반죽을 주무르며 마음을 데워 볼 작정이었

각자의 방

2025-03-02T13:44:09Z

운명적으로 가난한 성별인 여자는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가난했어요. 왜냐하면 언제나 저녁 식사를 차려야 했고, 접시와 컵을 닦아야 했으니까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사회로 내보내야 했으니까요. 그 모든 일에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사라져 버렸지요. <버지니아 울프-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이처럼 말하며, 그러므로 여성들이 자기만의

여러 개의 방 - 프롤로그

2025-03-02T13:43:30Z

하나 둘 아이들이 떠난 집에 빈 방만 늘고 있다. 한꺼번에 세 아이들이 북적이던 몇 해전엔 내 방을 얼마나 소원했었나. 그 방에 혼자 남겨지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었나. 그 바람대로 이제 나는 거실을 포함한 세 개의 방을 갖고, 소원대로 혼자 남겨졌다. 하지만 소망하던 일 답지 않게 나는 날아갈 듯 기쁘지 않았다. 절대 그럴 리 없지만, 마치 누군가 내게

홈스쿨의 방점 - 파라오 슬롯야 놀자 3-에필로그

파라오 슬롯:52:04Z

이래저래 일이 많은 연말이다. 3년 터울 남매는 격동의 사춘기도 함께 지났지만, 3년 주기 상급학교 진학 시기가 같다 보니, 각자 준비할 서류도 있었고, 무엇보다 비슷한 서류 제출 날짜를 혼동하거나 놓칠까, 나는 양쪽으로 분주한 날을 보냈다. 며칠 전엔 아들의 대학교 등록을 마친데 이어, 사춘기와 함께 한 지난 17개월의 홈스쿨 과정도 방점을 찍게 됐다.

이토록 입체적인 우리 - 벌써 실망하지 않기!

파라오 슬롯:52:04Z

지난 토요일,제주도 날씨는 비가 오다 우박이 쏟아졌고, 잔뜩 흐렸다 해가 비췄다. 우산을 쓸지, 선글라스를 써야 할지 알 수 없던 그날 날씨처럼,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배에 태워진 것 같은 며칠이었다. 그날 나는 사춘기와 함께 광장으로 향했다. 우린 이번 주 연재 주제로 콩고 청년의 인권 이야기를 쓰고 그릴 예정이었으나, 당장 내 앞에서 흔들리는 우

한 가지 분명한 사실 - 키우고 돌보는 우리에게

파라오 슬롯:52:04Z

사춘기와 포항에서 경주로 갈 때, 여행은 이제 시작이야! 호기롭게 말했었다. 하지만 혼란한 시국에 이미 지쳐버린 우리 여행은 춥고, 피곤하고 배만 고픈 상황이었다. 사춘기는 경주행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나도 그 곁에서 잠시 눈을 감고 분주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여행 전 나는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글을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 - 홈스쿨의 끝에서

파라오 슬롯:52:04Z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내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연말이었고, 한 달도 남지 않은 2024년을 결산하는 마음이었다. 우선, 사춘기의 긴 터널을 지난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고, 지난 1년 5개월 간 홈스쿨 했던 사춘기도 새 학기엔 고등학교에 진학 예정이다. 그렇다는 것은 나 역시 사춘기 둘과 고군분투한 시간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단 얘기였다. 더

허들을 넘으며 - 통제라는 불안

파라오 슬롯:52:04Z

어느 날, 잠이 덜 깬 채 식탁에 앉은 사춘기가 멍하니 턱을 괴고 있었다. '밥상에서 턱 괴는 거 아니야!' 하마터면 이 말을 할 뻔했다. 그 말이 실제로 튀어나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식탁에서 턱을 괴면 왜 안 된다고 했더라? "엄마 빨리 죽으라고 고사 지내니?" 턱 괴는 것이 좋은 자세라 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 엄마의 매운 표현

심리적 착시현상 - 무얼 믿었나?

파라오 슬롯:52:04Z

-지난 이야기-양육자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며 그들은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야말로 '명품'이며 너 또한 그렇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말해줘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은 물론, 타인을 외모로 판단해 단정 짓는 행위에 대해 좀 더 신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글을 쓴 지난주 어느 날이었다.

네가 명품인 이유 - 루키즘에 대하여

파라오 슬롯:52:04Z

미인들의 나라라 일컬어지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미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다. 베네수엘라엔 수없이 많은 종류의 미인 대회가 열리는데, 미인키즈, 미인 시니어, 미인 베네수엘라, 심지어 미인 교도소도 있을 정도라고. 그 나라에서 미인대회는 부와 명예를 얻는 기회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성형은 물론, 미의 조건중 하나라 할 풍성한 헤어스타일까지 중요했고, 다양한

첫 번째 참고인 - 복숭아 향기에 대하여

파라오 슬롯:52:04Z

지난여름, 온라인으로 주문한 복숭아 한 상자가 몽땅 물러져서 도착한 일이 있었다.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복숭아를 담은 허술한 상자가 마음에 걸렸다. 그 얘기를 몇 자 적어놓고 뒤척이는 사이 긴 여름도 다 지났었다. 그 복숭아 향기는 아주 멀리까지 퍼졌고, 내가 참가했던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나에게도 수상 소감문

곁을 지킨다는 건 - 다시 사랑할게

파라오 슬롯:52:04Z

사춘기와의 연재 작업은 그 준비 과정에 의미가 크다. 이번엔 사춘기가 메일로 보내 준 이야기를 스케치하기 전에 시대적 배경이 비슷한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함께 보았다. 나는 여전히 사춘기가 어떤 그림을 그려줄지를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서로 대화하고 쓸 말을 정리하는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어린이는 인간이 되는 과정이 아니

사랑해 달라는 말 - 단호하고 일관되게 전한 사랑

파라오 슬롯:52:04Z

지난 이야기-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혼란을 겪는 시기인 사춘기들에겐 더욱 그랬다. 홈스쿨에서 중요한 건, home은 home일 뿐, school 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집을 학교라고 우긴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일 뿐 선생님이

파라오 슬롯와 거리 두기 - 그들의 경쟁에 부쳐

파라오 슬롯:52:04Z

홈스쿨을 시작하고 우린 바닷가 앞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곤 했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함께 산책하고 가끔 맛난 걸 먹으러 다녔다. 그때 우린, 시간이 온전히 우리 것이란 사실에 들떴었다. 주어진 시간을 원하는 만큼 쓰고, 그만큼 책임지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홈스쿨은 또 다른 일상의 시작일 뿐, 시즌 이벤트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기까지

파라오 슬롯와 놀다 보니 - 프롤로그-파라오 슬롯야 놀자 3

파라오 슬롯:52:04Z

-지난 이야기-한 개의 시험이 끝나면 다음 시험이 기다리는 게 아이의 일상이었다. 몰아치던 평가가 모두 끝나면 아이는 선생님이 틀어 준 영화만 종일보다 왔다고 했다. 그런 학사 일정은 내 학창 시절에도 있던 터라 이상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엄마, 학교는 시험 때문에 가는 거야?"어느 날 사춘기가 건넨 질문은 가볍지만 않았고, 내겐 큰 화두로 다가왔다. 무

삶을 부정당하는 상상 - 어떤 창작자가 될 거냐 묻는다면.

2024-11-04T09:37:17Z

더운 여름이 물러가자 제주에서도 여러 문화 예술 관련 공연 현수막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제 막 가을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글을 통해 창작가가 되고 싶은 이에게 독서를 하거나 음악과 미술, 그 외 다른 문화 공연을 접하는 것은 큰 숨을 한 번 쉴 수 있는 기회였다. 방식만 다를 뿐, 다른 창작자의 고민을 들여다 봄으로

침묵의 문을 열며 - 모두, 거기 잘 계시나요?

2024-11-01T21:33:32Z

매일 몸살 앓듯 드나들며 글 쓰던 이곳인데 무척 오랜만에 왔어요. 그런 처지에 <브런치 성장> 매거진에 글을 쓰는 게 맞냐고 자문하다 마음을 바꿨습니다. 브런치에서 1년 이상 글을 쓰며 여러모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브런치를 잠시 멈춘 시간도 나를 키웠으니, 브런치 성장이란 말이 아예 틀린 것도 아닐 것 같다고요. 모두 잘 지내셨나요? 지독히 더

애도를 끝내자 마침내, - 오늘이 왔다.

2024-11-24T03:52:53Z

더 깊은 곳에 들어 있던 물건을 끄집어 올리고, 바닥에 부려 놓을 때마다 나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대부분 불안과 착각, 집착과 청승이 콜라보된 결과물이었는데, 그건 흡사 삶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비우고 정리한 일련의 과정은 집착으로 움켜 쥔 것을 과감히 놓게 했다. 하루 17시간 요리하던 시간, 불안 때문에 스스로 머리칼을 자른 기괴한 시간을 오려냈다

은수

가로등을 켜는, 봄 - 봄날의 안부

브런치 2년의 살풀이 - 엉킨것을 푸는!

빵이 익는 파라오 슬롯 - 다정해져야 할 이유

각자의 방

여러 개의 방 - 프롤로그

홈스쿨의 방점 - 파라오 슬롯야 놀자 3-에필로그

이토록 입체적인 우리 - 벌써 실망하지 않기!

한 가지 분명한 사실 - 키우고 돌보는 우리에게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 - 홈스쿨의 끝에서

허들을 넘으며 - 통제라는 불안

심리적 착시현상 - 무얼 믿었나?

네가 명품인 이유 - 루키즘에 대하여

첫 번째 참고인 - 복숭아 향기에 대하여

곁을 지킨다는 건 - 다시 사랑할게

사랑해 달라는 말 - 단호하고 일관되게 전한 사랑

파라오 슬롯와 거리 두기 - 그들의 경쟁에 부쳐

파라오 슬롯와 놀다 보니 - 프롤로그-파라오 슬롯야 놀자 3

삶을 부정당하는 상상 - 어떤 창작자가 될 거냐 묻는다면.

침묵의 문을 열며 - 모두, 거기 잘 계시나요?

애도를 끝내자 마침내, - 오늘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