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솔로인 나를 긍휼히 여기는 이가 슬롯 머신 규칙을 물어온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말하려 해도 늘 어렵다. 요즘에는 ‘관용적이고 유연한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 “너 이렇게 뭉뚱그려 말하면 까다롭게 느껴져서 소개해주기 힘들어할 거야. 키는 얼마 이상, 학교는 어디, 연봉 얼마 차라리 이렇게 말하라고.”
키야 적당히 크면 멋있고, 학벌 좋다고 싫을 일도 없고, 돈이야 많이 벌되 나랑 놀 시간은 있으면 좋긴 한데...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내가 좋아할까. 아니, 걔가 나를 좋아할까. 그저 있으면 좋은 요소들이 슬롯 머신 규칙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슬롯 머신 규칙 역사를 되짚어봤다. 20대 초중반과 비교하면 좋아하는 생김새가 180도 달라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유는 달라졌다. 그때는 동경했기에 그랬고, 지금은 그게 얼마나 좋은지 알기에 그러하다. 비슷하게, 그때는 취향이 풍부한 사람이멋져 보였다. 지금은 상관없다. 내 취향의 지평은 스스로 넓힐 수 있게 되었으니까.
20대 후반이 되어서는 젠더감수성이 높은 슬롯 머신 규칙나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을 원했다. 솔직히 지금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가 선 자리가 다른데 그에게 젠더 이슈가 나만큼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리 없다는 게 현실적 판단이다.
30대 초반,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는 생활 습관과 위생 관념이 잘 맞는 사람을 꿈꿨다. 아마도 누군가와 같이 사는 삶을 염두에 두고 나서 전환된 슬롯 머신 규칙이다. 마찬가지로 함께 하는 삶을 그려보게 되자,과거에는꼿꼿하고 신념을 지키는사람을 좋아했다면 요즘에는 자기 실속은 어느 정도 챙길 줄 아는 슬롯 머신 규칙면 좋겠다고도 소망한다. 내 심리적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슬롯 머신 규칙에는 늘 나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슬롯 머신 규칙이지않았나,내가 나에게만 너무 빠져 있어서 스스로 나의 슬롯 머신 규칙이 되려고하진 않았나 싶다.
차라리 외모로 말하면 더 쉬우려나. 임경선 작가의 단편 소설 ‘안경’에서 소미는 “특정 물건에 항시 의존해야 하는 태생적 취약함”에 끌려 안경 쓴 남자를 사랑한다. 나는 눈망울이 커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에게 끌린다. 안경은 싫다. 동공을 유리알 없이 바로 볼 수 있는 슬롯 머신 규칙 좋다. 키처럼 정량화한 생득적 특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꺼운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어깨가 넓어서 맨투맨이 잘 어울리면 귀엽다고 느낀다.
이런 속내를 꺼내자, 또 죽비를 내리치는 상대. “차라리차태현이나 박해일 같은연예인을 대.”
"테무 손석구. 이렇게?(덕질의 대상과 슬롯 머신 규칙은 별개인데...)"
이 나이에 명확하게 슬롯 머신 규칙을 말하지 못하는 나는 아무래도 나 자신을 아직 모르는 건가. 시작도 어렵다,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