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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꽁 머니, 이 집에서 도망가!"

'나는' 장애와 비장애 형제를 둔 슬롯 꽁 머니입니다. 2화



'딸은 슬롯 꽁 머니인생을 물려받는다' 는 말이 있다.

과거 나의 어린시절 슬롯 꽁 머니로부터의 편애도, 슬롯 꽁 머니의 가정폭력피해도 지금의 나와 닮아있다.


우리 집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나처럼 나의 슬롯 꽁 머니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본인의 기대치와 한과 스트레스의 발산지는 언니와 나였다.

아이러니하게도'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아빠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 보다, 그것을 오롯이 당하고 지내며, 언니와 나에게 '인생의 의미' 그 전부를 건 슬롯 꽁 머니에게 오히려 불안함과원망의 마음이 깊고 컸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슬롯 꽁 머니 혼자 중얼거리는 잔소리'는 너무나 고역이었다. 슬롯 꽁 머니가 혼자서 잔소리를 시작할 때쯤이면 나는 슬슬 불안감이 차오르다, 혼자 내방을 치우고 정리하고 또 정리를했다.


슬롯 꽁 머니가 미우면서도 슬롯 꽁 머니가 어디론가 가버릴까 봐 무척이나 두려웠었다.


하루는 나와 언니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 슬롯 꽁 머니가 큰 가방 두어개를 메고는찾아왔다.


그리고 학교앞떡볶이 집으로 가언니와 나를 앉혀놓고는, "너거 아빠 때문에 더 이상 못살겠다"면서, 아빠한테는 이야기하지 말라며, 슬롯 꽁 머니가 가는 친구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한쪽 귀퉁이를 뚝 잘라낸 작고 세모진 종이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깊은 밤 깊이 잠에 든 언니 옆슬롯 꽁 머니, 나는 밤새 울고 또 울었는데,

나의 울음소리를 슬롯 꽁 머니가 들었는지,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 슬롯 꽁 머니는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안도의 한숨'도 '설움의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슬롯 꽁 머니가 다시 집에 왔고, 이제 다시 그 잔소리를 들어야 하겠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슬롯 꽁 머니가 돌아오길 바랬으면서도 슬롯 꽁 머니가 영영 이 집을 나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던 것 같다.

1980년대는 일주일에 한 번동네 목욕탕에 가서 꼭 '때목욕'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필수였던시절이었다. 언제부턴가..... (아마도내가 중학교 1학년쯤으로 기억하는 그때)나는 더 이상 슬롯 꽁 머니와 언니와 함께 목욕탕을 가질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혼자 목욕탕을 갔고, 그때부터 속옷 빨래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극히 관심받고 싶었음에도, 철저히 혼자 살수 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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