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나무집은 춥다. ‘레인쿠버’라는 별칭답게 비가 자주 오고 스산하다. 무료하게 바라보는 비는 즐겁지만, 무료할 틈이 없다. 눈을 뜨자마자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고 계단을 내려와 벽난로를 켠다. 10분 정도 지나면 훈훈해진다. 점심 도시락과 아침을 동시에 준비하며 아이들을 깨우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나도 학교에 간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픽업슬롯 사이트 집에 와서 바로 저녁 준비를 한다.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고 과제를 슬롯 사이트 마트를 가고 집안일을 한다. 캐나다의 겨울 밤은 길지만 잠은 늘 부족하다.
그렇게 보낸 작년 9월 가을 학기. 광활한 자연과 좋은 곳 누리지도 못슬롯 사이트 매일 학교와 집만 오가며 4개월을 보냈다. 공기가 깨끗하다는 것과 영어를 종종 쓴다는 것 외에는 한국의 “갓생살이”가 다름없이 캐나다로 이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 애썼다고 격려하였지만 나는 종종 남편과 이런 대화를 반복하였다.
“여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부귀영화 누리려고 거기 간 거 아니잖아. 그럼 그냥 돌아와.”
“정말 그냥 돌아갈까?”
“그래. 나도 힘들다 그냥 와라.
“애들이 안 간대.”
“그래도 자기나 아이들이나 모두 잘슬롯 사이트 있어.”
“고마워. 자슬롯 사이트 애썼어. 그런데 당신도 너무 혼자 우울해 말고 이 시간을 활용해.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따든가 공부해. 배우고 싶은 거 없어?”
“없어.”
*고단하다; 몸이 지쳐서 느른하다, 일이 몹시 피곤할 정도로 힘들다. (유의어: 고되다, 고달프다, 괴롭다, 되다, 딱하다, 피곤하다, 힙겹다) _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겨우 한 학기 보내고 고단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역만리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나 혼자 너끈히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디 기댈 곳 없으니 오롯이 모든 노동이 내 몫이었다. 남편도 없고, 배달 음식도 없고, 친정 엄마 김치도 없고, 온라인 배송도 없다. 아이들 동네 친구도 없고, 학원도 없고, 한국어 책도 부족했다. 4개월을 4년처럼 보내니 몸이 지쳐 느른슬롯 사이트 피곤슬롯 사이트 힘들고 딱하여 고단하게 되었다. 봄학기 시작도 전에 질렸다고 해야 하나. 결국 공부에 대한 열렬한 마음도 사그라든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님처럼 나란 여자는 돈, 재미, 인정욕구 없으면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 사람인데. 고단함이 유일한 ‘재미’동기를 덮쳤다.
‘재미마저 없으면 나 어떡하지, 어떻게 끝까지 하지?’ 초조했다. 게다가 남편도 캐나다에 잠시 와서 지내는 동안 3종 이슈(인디아 집주인의 변덕, 외로움, 회사 메일)로 무력하니 그의 감정까지 날 후려쳤다. 열흘 내내 우울의 감정덩어리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그는 그렇게 감정덩어리와 두부를 남겨두고 가버렸다. (어찌 그대는 혈혈단신 좀 가벼워 지셨나요.)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고민했다.
‘와… 이제 다시 어떻게 불을 지피지?’
우리집 벽난로는 가스 다이얼만 돌리면 가스가 공급된다. FortisBC 가스는 돈 주고 산다. 가스가 없으면 공짜로 나무를 구한다. 물론 장작을 때는 벽난로에 한해서. 해가 뜨고 눈이 떠졌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생겨났다. 살아야겠다는 ‘슬롯 사이트(will)’와 내가 살아있고 그대로 존재한다는 ‘슬롯 사이트(WILL)’의 인식으로 조금씩 타올랐다. 태화강 억새처럼 수시로 흔들리고, 다이얼 잠그면 1초 만에 꺼지는 벽난로 같은 나란 여자에게 공짜 땔감처럼 ‘슬롯 사이트(WILL)’라는 게 무료로 주어진 것이다. ‘슬롯 사이트(WILL)’는 ‘설렘’이 되고, ‘설렘’은 ‘욕구’와 ‘에너지’가 되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삶이 고통스러운데도 삶에 대한 맹목적인 애착이 생기는 이유다. 이쯤 되면 그 ‘슬롯 사이트(WILL)’라는 것이 은혜로 주어지는 신의 영역임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게 된다. (물론 이 는 쇼펜하우어의 생각과는 다르다. 그리고 보통 말하는 슬롯 사이트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슬롯 사이트의 의미가 좀 달라 대문자를 사용하여 구분하였다.)
사실 ‘마음의 열정을 지피는 법’ 따위는 없는 것 같다. 특히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이민자들의 삶에서는 눈을 뜨고 사는 게 먼저다. 겉에서 보는 우아한 캐나다 슬롯 사이트는 현실과 다르다. 대충 사는 한국인을 아직 못 봤다. (정말 열심히 사는 Korean!!) 살아있다는 의지(WILL)는 내가 의지(will)하지 않아도 존재한다. 돈이 안 되도, 재미가 없어도, 인정받지 않아도, 고단하여도, 고통스럽더라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다행이다. 삶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쇼펜하우어의 생각도 빌려오면 좋겠다. 음악을 듣고 자연을 보고 책을 읽고 건강하게, 보이지 않는 의지를 땔감삼아 표상을 멋지게 구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