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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의 카푸치노

매일 마시는 한 잔의 기록


우리 동네에서 가장 일찍 여는 카페는 컴포즈 커피다. 삼남매가 등교한 8시 이후에도 ‘문이 닫혀 있는 게 아닐까’ 걱정 없이 찾을 수 있는 카페. 늘 일찍 열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 헤매지만, 유동 인구 적은 동네에 살다보니 조건에 맞는 카페를 찾기 어렵다. 조용하진 않지만 일찍 여는 컴포즈 커피는 존재만으로 감사한 곳이다. 하지만 바카라 게임하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곳. 손님으로 테이블이 꽉 찰 때도 많고, 노래는 언제나 최근 인기있는 케이팝이 흘러 나온다. 바카라 게임을 하다가도 수수수 수퍼노바에 맞춰서 어깨춤을 털고 싶게 만드는 곳이란 거다.


올해 동네에 그림책 작가 한 분이 이사를 왔다. 《매일, 살림》을 그리고 쓴 김지혜 작가다. 나는 최근 그의 북토크 진행을 하기도 했는데 순간 허... 하고 탄식이 흘러나오는 순간이 있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어떻게 바카라 게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아이가 등원한 후 저에게는 단 두 시간이 주어졌어요. 하루 중 거의 유일한 바카라 게임 시간이었어요. 서브웨이에서 바카라 게임했거든요. 혹시 서브웨이의 빵 냄새 아시나요? 서브웨이 문열고 들어가면 익숙한 빵 냄새가 훅 끼쳐요. 그 냄새를 맡으면 이제 바카라 게임을 시작한다라고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자리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바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매일매일 찾았죠. 그럼 두 시간에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그 시간이 제게는 고난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주어진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훈련이었어요.”

고난이 아니라 훈련이었다.아주 덤덤한 얼굴로 말하는 지혜 바카라 게임을 보면서 나는 마치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인터뷰하는 기분이 들었다. 육아를 하면서 글 쓰는 고단함에 대해선 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매일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새삼 놀라웠다. 지혜 바카라 게임은 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후, 10년이 지나 첫 책을 냈다. 그는 숱하게 만든 더미북(책을 제작하기 전에 앞서 가제본 형식으로 만든 샘플책)중 일부를 가져와 보여줬다. 그야말로 일부이며 책이 나오기 전까지 만든 더미북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나는 물끄러미 지혜 바카라 게임이 쓰고 그린 더미북을 넘겨 보았다. 과정이자 하나의 결론이기도 한 작품들을.






컴포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혜 작가님이 앉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컴포즈에 가면 바카라 게임하는 지혜 작가님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내가 먼저 앉아 있을 때도 있었고. 나는 손님으로 붐빌 오전시간에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혼자서 쓰는 게 머쓱해서 테이블에 합석해도 되는 지 물어봤다. 그는 흔쾌히 그럼요, 하고 테이블에 놓인 색연필을 한켠으로 밀었다.

카푸치노 한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말하지 않아도 주문한 음료가 오기 전까지는 스몰토크의 시간이었으므로 서로의 안녕을 묻고 난후, 우리는 천천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책 한 권과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뒀다. 하지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는 테이블이 신경쓰였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자판을 두드려도 테이블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섬세하게 선을 그리고 있는 지혜 작가의 바카라 게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물었다.


“바카라 게임, 제가 자판 두드릴 때마다 진동이 신경쓰이지 않나요?”

“어, 괜찮아요. 다리가 하나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테이블에서도 바카라 게임을 했으니까요.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요?”


남들이 들으면 허세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몰입의 달인이자 극한 상황에서도 바카라 게임을 이어나간 지혜 작가니까 진심으로 느껴졌다. 나는 귀에 이어폰을 찔러놓고 다시 바카라 게임에 착수한 지혜 작가를 흘깃 봤다가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때 카페에서 흐르는 노래가 바뀌었음을 눈치챘다. 익숙한 케이팝이 아니라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던 거다.


음악 볼륨을 줄여달라고 말한 적도 없고, 가사 있는 음악이 불편하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사장님께서 알아서 바꾼 것이다. 컴포즈에 백 번도 넘게 가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카페에서 바카라 게임할 때마다, 눈치껏 음료를 더 시키거나 손님이 많으면 슬쩍 일어나곤 했다. 1인 손님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는 게 미안해서다. 댄스 음악에서 클래식 음악으로의 전환은 마치 바카라 게임하는 사람들을 향한 긍정처럼 느껴졌다. 물론 촌스럽게 오버하는 걸 수도 있다. 나는 의미를 무진정 사랑하니까.


근래 시국이 뒤숭숭해 책을 읽을 때도 몰입이 되지 않았다. 매순간 열받는 속보가 들이닥치니까. 오늘 오전에는 책을 읽을 수 바카라 게임.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의식하는 놀라운 카페 때문인지, 몰입의 달인이 눈 앞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정신을 깨우는 달달한 카푸치노 덕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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