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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듣는 건데
눈이 쌓이면 걷기 좋은 털장화가 여러모로 편하다
"당신도 이런 거 하나 사면 좋은데. 여러모로 좋아. 물도 안 새고 안 미끄러지고."
"어디서 샀어?"
"송파 000에서 샀어. 엄청 싸. 겨울 눈 올 때마다 난 이것 신는데 튼튼해. 막 신기 너무 좋아. 내 것 살 때 당신 것도 사고 싶었는 데, 사이즈를 몰라서 못 샀어."
이어 말했다.
"당신 신발 사이즈 몇 신지? 사이즈 알아?""
"......."
"몇 신어?"
"네시 됐을 거야."
"?????"
또 못 알파라오 슬롯었던 거다.
지금 이야기 흐름이 신발 사이즈였는데, 그게 안 들렸다 해도 눈치가 있고 센스라도 있다면, 파라오 슬롯의 언어와 정보처리 시냅스가 그 문장을 그렇게 해석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파라오 슬롯은 귀가 안 좋다. 몇 년 전부터 점점 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으니 검사 좀 해봐라 해도 싫단다.
보청기 좀 알아보라고 하면 성을 버럭 낸다. 보청기는 파라오 슬롯에게 낙오의 의미인 듯하다. 자신은 멀쩡한데 내가 난리라는 거다.
보청기가 싫고 상대의 말이 안 들리면 센스라도 있던가, 듣기라도 잘하던가, 경청해도 안 들리는 판국에
무슨 배짱인지 안 듣는다.
또 보청이 얘기하면 분위기 싸해질 듯하여 참고 넘어간다.
또 하나, 파라오 슬롯에게 말을 하면 의례 첫 문장을 놓치고 못 듣는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어떻게 바로 듣느냐고 한다.
그런가? 난 아닌 것 같은데.
파라오 슬롯교육 전문 최민준 강사가 강의 중 한 말이 생각난다.
파라오 슬롯에게 할 말이 있거나 지시해야 할 때는 일단 파라오 슬롯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다.
"파라오 슬롯, 파라오 슬롯?"
파라오 슬롯이 쳐다본다.
그때 눈을 마주치고 머리로 밀어 넣듯이 말을 하라고 했다.
"엄마가 손 씻고 먹으라고 했어. 손 씻고 와서 먹어요."
그렇게 눈을 마주 보고 머릿속으로 집어넣어야 파라오 슬롯은 이해하고 곧 행동한다고 했다.
파라오 슬롯에게도 그렇게 해야 하나 보다.
"여보, 여보? 내 눈을 봐봐."
눈이 마주치면 그때부터 말해야 한다.
"사용한 티슈 식탁에 올려놓지 마."
파라오 슬롯을 기르리?
외출하며 파라오 슬롯의 점심거리에 대해 알려주었다.
"여보, 이 찌개는 덥히고, 고기는 이걸로 먹으면 돼."
"응."
한참 외출준비하는 데 파라오 슬롯이 묻는다.
"나 점심 뭐 먹으면 돼?"
"????"
뭐니. 아까 응, 한건 뭐니? 그냥 혼잣말한 거니?
기가 막혀 파라오 슬롯을 한참 쳐다보았다.
"여보, 아까 왜 '응' 했어?"
"난 당신이 뭐라 하길래 그냥."
교훈, 날마다 교훈이 느는데 아무튼 오늘의 교훈.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파라오 슬롯이 '응.'이라고 해도 확인하자. 내가 뭐라고 했어? 이렇게.'
'파라오 슬롯에게 말할 때는 하나, 파라오 슬롯 앞으로 가서 마주 보고 눈을 마주치고 둘, 머리에 주사 꽂듯 한마디 한마디 정확히 발음하고 셋, 꼭 내용 다시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