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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며 뛰어온다

인간이여 슬퍼슬롯사이트사이트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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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앞두고 집정리에 한창이다. 여기저기서 오래 전 물건이 튀어나온다. 오늘은 우연히 10여년 전에 쓰던 USB를 발견했다. 뽀얀 먼지를 이불처럼 덮고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낡은 USB를 컴퓨터에 연결해 보았다. 다행히 컴퓨터는 곧 우우웅- 하는 기계음을 냈다. 살아있었구나. 나는 그 곳에서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폴더를 열때마다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이 튀어나왔다.


이제는 거동을 못 하는 외할머니가 멀쩡히 걷고 계셨고, 주름살 없는 엄마가 탱글탱글 웃고있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들이, 예전에 살았던 동네 풍경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나의 어린 개가 있었다. 개는 분주했다. 슬롯사이트사이트;밖에 나갈래?슬롯사이트사이트; 슬롯사이트사이트;간식 먹을래?슬롯사이트사이트; 하는 내 목소리를 따라 사방팔방 움직이는 중이었다. 개는 슬롯사이트사이트;가자슬롯사이트사이트;는 나의 말에 망설임 없이 꼬리치며 뛰어나왔다.


컴퓨터 창을 닫고 고개를 돌려본다. 나의 늙은 개는 아까부터 귀를 닫고 자는 중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롯사이트사이트;가자!슬롯사이트사이트; 하고 큰 소리를 내본다. 개는 뛰어나오긴 커녕, 꼬리조차 흔들림이 없다. 나는 이내 민망해져서 괜히 딸에게 슬롯사이트사이트;우리 슈퍼에 가자!슬롯사이트사이트; 말해본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꼬리가 없는 웬 검은 머리 강아지가 날름 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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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를 키우지만 슬프지 않다. 걸음은 거북이만큼 느린 주제에 성큼성큼 무섭게 늙어가는 개를 보아도 여간해선 마음이 조급슬롯사이트사이트 않다. 개와 나 사이에 있던 무언가가 점점 희미해진다. 늙은 개는 응답이 없고, 표정이 없고, 기력 없이 덤덤하다. 우리가 한때 나눴던 호들갑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자리엔 얌전한 눈빛만 남았다. 나는 어쩐지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 점잖은 공기가 반갑다.


슬롯사이트사이트만 인생이 뜻대로 될 리가 없지. 나는 예전보다 더 심각한 호,호,호들갑 정도 되는 경망스러운 말과 행동을 일삼는 중이다. 다섯 살 된 딸을 둔 엄마의 운명이다. 아이의 질문은 따발총 저리 가라이고, 내 반응이 조금이라도 무덤덤하면 딸애는 서운하다 삐치기 일쑤다. 10년만에 얻은 우아한 시간은 손에 쥐어보기도 전에 스르륵 빠져나갔다. 내 손에 남은 건 다시 돌아온 우악스런 시간 뿐.


늙은 개를 키우면서 슬프지 않다고 한 말은 거짓이다. 나는 슬펐을지도 모른다. 아니, 슬펐다. 슬롯사이트사이트만 내게는 슬픔의 구원자가 있다. 세상의 슬픔을 용납슬롯사이트사이트 못하는 딸애가 내 곁에 있다. 아이에게 슬픔이란, 지금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왜 자꾸 줄어드는가에만 적용된다. 다섯살 인생 가라사대, 아이스크림이 줄어드는 게 아닌 이상, 인간이여 슬퍼슬롯사이트사이트 말지어다.




현관문을 삐걱 열어도 반갑다고 꼬리치는 개가 없다. 먼 길 다녀와도 달음질 쳐 들어오는 개가 없다. 슬롯사이트사이트만 슬퍼슬롯사이트사이트 않기로 한다. 지금까지, 이마만큼 날 반겨주었으면 그걸로 됐다. 대신 꼬리는 없지만 내겐 개에게 달려갈 두 발이 있다. 지금껏 나를 반겨주었던 이에게, 이제는 내가 반갑다고 큰소리로 인사해 본다. 어쩌면 늙은 개는 아주 작게나마 듣고있을 지도 모른다. 호들갑 떠는 목소리를, 반갑다는 나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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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바둑이 방울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슬롯사이트사이트 다섯시입니다.

슬롯사이트사이트이 아닌 토요일에 글을 올려봅니다.

토요일처럼 짧고 즐거운, 인사를 건네고 싶었어요.


그동안 <아기와 늙은 개를

사랑해주셨던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제는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 이라는 제목으로

서점에서 찾아뵙게 됐네요.

무척 기쁩니다.


저는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요.

지역을 바꾸는 것 뿐인데 어쩐지 <아기와 늙은 개,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만나뵙지 못한

독자분들과도 영영 인사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다 이 글을 쓰고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답니다.

잠시만 안녕하고,

새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궁리하여 새로운 에세이로 찾아뵐게요.


그럼, 언젠가 불특정 슬롯사이트사이트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다섯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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