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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해

안보윤 <밤은 바카라사이트 가질게

무엇도 잊지 않았고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다. 여전히 깊이 잠들지 못했고 쉽게 숨이 엉켰다. 성난 기색에 예민했고 말을 더듬었다.

-122p,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학대받은 아이는 실제로 뇌기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뇌 호르몬이 비활성화되어 말이 어눌해지고 지능이 낮아지고 학습이 부진한 상태로 접어들죠. 너는 소아정신과 의사의 말을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너의 엄마가 모자란 아이라고 정의한 순간부터 보란듯이 모자라진 너에 대해 생각했다. -190p, 미도



작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애도의 방식’이 궁금해서 수록작을 읽었다. 자주 가지만 처음 앉아본 책방 테이블에서 이동하기 귀찮아 표제작인 ‘밤은 바카라사이트 가질게’를 마저 읽었다.


어느 봄날, 금요일 저녁이었다.




두 편이나 읽어버려서, 다시 꽃아두기도 민망한 이 책을 구입하고 한동안 방치했다. 가끔 프사도 찍어주고 그럼에도 읽지 않아 폰을 바꾸는 동안 그 프사는 사라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있었다.


그 사이 안보윤 작가의 신작인 ‘그날의 정모’가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품집과 함께 <밤은 바카라사이트 가질게의 다른 작품들을 정주행했다. 이미 읽은 작품들도 다시 읽었다.

슈퍼히어로는 없지만 빌런은 가득한 안보윤 월드에서 바카라사이트 등장한 이상 표제작을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바카라사이트, 그녀였구나. 밤을 가지기로 한, 밤을 가져간, 그럼에도 잃고 또 잃어버리는, 그럼에도 끝까지 상냥한.




실수(?)로 펼쳤다가 밤을 새버린 강화길의 장편 <다른 바카라사이트 속 유리에게 그래서 빠져들었나보다. 아직 미도의 온기가 남아있어서. 미도의 결말이 궁금해서. 유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돼서. 강화길 작가는 <밤은 내가 가질게의 추천사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아주 오래도록 기다려왔음을 알렸다.




나는 거리낌없이 오빠를 찢어 죽이라고 말하는 바카라사이트들이 부럽다. 나도 그들처럼 다만 새까만 바카라사이트이 되어 정의로운 악담만을 내뱉고 싶다.

-62p, 완전한 사과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번 더 으깨놓는 바카라사이트의 마음 같은 건. -97p, 애도의 방식


아무 의심 없이 대할 수 있는 존재가 내 앞에 있다는 거. 그래서 바카라사이트, 아직 상냥한 채로 남아 있어도 된다는 거. 그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해.

-249p, 밤은 바카라사이트 가질게


‘나’는 그렇게 지독한 어른이 될 수 없는 바카라사이트, 사실은 한 아이의 고통받는 삶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어 그 아이를 구해낼 수 있는, 끝내는 좋은 어른이었다.

-259p, 해설_당신의 마지막 안전지대는 어디입니까(정여울)



​다만 새까만 바카라사이트은 정의롭지 않다. 가해자의 유년기 트라우마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피해자는 아니겠는가. 과보호와 학대는 최악의 조합이다. 아들가진 것들이 법정에서까지 주장했던 막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뇌리에 새겨져서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런 것이 사회적 트라우마이다.


기억을 잃은 유영이 아무 상관 없는 이웃을 걱정하고 털릴만큼 털려본 미도가 온기를 간직하고 있다. 회복을 향한 길은 아주 좁은 틈새를 벌려야 하는 길고 더딘 과정이다. 다른 바카라사이트들은 더 외면하고 더 발을 빼겠지. 그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그런 질문이 수없이 쌓인다.


나는 밤을 떠넘긴 바카라사이트일까. 떠안은 바카라사이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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