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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한테는 비밀로 ㅋㅋ
이제야 두 달을 겨우 채웠다.
2개월을 있었는데도 체감상 1년은 일한 느낌이다. 그만큼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달이었다.
입사 전 맞닥뜨렸던 슬롯 머신 웹툰PD 사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
아니, 그럴 거면 나를 뽑지 않고 경력슬롯 머신를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런 걱정은 일을 하면서 점차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사수 역할을 하시는 선배님께서
슬롯 머신못지 않게 웹툰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가 있다면 사장님도 굳이 경력자를 안 뽑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맞닥뜨렸던 슬롯 머신 근로 계약서에 대한 것이었다.
연봉은 물론이고 근로계약서에 대해서도 별 말씀이 없으셨다.
찾아가서 물어보니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는 반응이었다.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료와 나는 졸지에 계약서에 목숨 거는 녀석들로 여겨지게 됐다.
계약서는 월급이 나오는 전 날에 겨우겨우 처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월급을 받기 위해 필요한 통장과 신분증 등등이 월급 전 날에 가까스로 해결됐다.
휴... 이때 얼마나 불안했는지...
그 후 슬롯 머신 누구도 압박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기억할 것도, 할 것도 많고, 의사소통할 일도 많은데
선배 앞에 서면, 전화기를 들면, 동료와 소통할 때면 머리가 하얘졌다.
너무 긴장한 탓이다. 전화는 언제나 나의 숙적이었고.
그런 내게 내가 말했다.
'야, 쫄지마.
슬롯 머신한다고 생각하고 일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일은 꽤나 큰 비중을 차지했다. 두둑히 덩치가 있는 녀석이었다.
일을 잘한다면 일의 비중이 클 때 어쩌면 자존감이든 행복감이든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을 못할 때 삶이 '일'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
일은 영원한 게 아니라는 것,
내 삶의 작은 일부분이라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인생 나그네처럼 왔다 가는 건데
일도 평생 직장이 아니니 슬롯 머신라고 생각하고,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