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좋아하는 온라인 슬롯 있었다. 그 온라인 슬롯 처음 나에게 본인이 쓰던 글을 공유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런 문장들을 어떻게 생각해냈지?
알고 보니 그 온라인 슬롯 쓰는 문장들의 대부분은 다른 글에서 발췌했지만 제대로 된 credit을 주지 않았었다. 마치 자신이 직접 생각해 낸 것처럼, 그의 글에는 다른 이의 글귀들이 멋들어지게 등장했지만, 그 어느 곳에도 다른 작가의 글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는 말이 없었다. 예를 들어,김초엽 작가의 책에 등장하는 제목 중 하나인, "사랑하지만끝내이해할 수 없는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처음에 그 제목을 읽었을 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한 문장에 포함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비슷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나에게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시를 아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그 시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알고 보니 이 시는 신형철 평론가가 <인생의 역사라는 책에서 깊이 다루는 시였고, 그 온라인 슬롯 나한테 얘기해 준 해석은 이미 신형철 평론가가 다 적어놓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그 온라인 슬롯 나와 다른 친구들에 대한 글을 짤막하게 썼다며 보여주었었다. 문제는, 그 온라인 슬롯 그 글에서 내가 했다고 써놨던 말은... 내가 했던 말이 아니었다. 내가 꺼냈다고 하는 말들은 누군가 했으면 흥미롭거나 멋있는 말이었겠지만, 나는 그런 말을 했던 기억조차 없었다. 그 친구는 내가 하지도 않았던 말들을 만들어 내며 자신의 글만 흥미롭게 만드려고 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있는 그대로 글에 묘사하기에는, 흥미롭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그 온라인 슬롯는 아직도 글을 열심히쓰고, SNS에 올리고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읽지 않는다.
아무리 독자에게 재밌는 글로 읽히고 싶다고 해도, 아무리 온라인 슬롯 재밌게 쓰고 싶다고 해도 - 아무리 글에 대한 칭찬을 받고 싶다고 해도, 내 기준에 안 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용, 혹은 인용했다는 언급 없는 그대로의 발췌.하나는 소설이 아닌데 거짓말을 '진짜'있었던 일처럼 써내려 가는 것.
나에겐 한평생 이 두 가지를 하지 않는 게 너무 당연했다.
글이라는 공간이야말로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인데, 여기에서까지 억지로 있지도 않은 것들을 만들어내며 인정을 받는 도구로 밖에 쓰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정말 껍데기 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