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카라가 치매라는 판정을 받은 뒤 4년이 흘렀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혼자인 바카라를 돌보기 위해서였는데, 엄마아빠도 생활이 있으시다 보니 바카라를 처음엔 정말 좋은 실버타운, 치매 판정이후에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요양병원 중 한 곳에서 케어받게 하시는 중이다.
아빠는원래 하루에 두 번 이상 바카라를 찾아뵈었었는데, 실버타운 직원분들이 이러면 어머니도 계속 아들만 기다리다 실버타운 생활을 못하신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그러던 상황에서 어느새 코로나도 터져버려서, 실버타운이든 요양병원이든 면회 자체를 못 가고, 전화로만 바카라와 얘기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이제 2주에 한번, 혹은 열흘에 한번 정도로 바카라에게 면회를 갈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고, 면회 예약하는 날이면 아빠는 예약을 받는 시간만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가만두지 못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도 엄마아빠를 생각하면, 행복한 안정의 순간보다 마음이 미어지는 순간들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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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부모님과 함께 바카라 면회를 갔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면 동생과 나도 항상 면회에 같이 가는데, 이제 한국에서 살 수 있으니 면회도 자주 갈 수 있다고 바카라에게 말씀드렸다. 물론, 바카라는 제대로 이해하시는 것 같진 않으셨다. 그저 "어떻게 오게 됐어~" "이런 기적 같은 일이" 하시며 반가워하셨다. 매번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가족이 다 모인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씀하시고, 그 말은 항상 우리 아빠의 가슴을 후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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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못 차리실 때는, 가끔 아빠를 바카라의 동생으로 보기도 하고, 바카라의 돌아가신 아버지로 보기도 한다. 정말 놀랍게도, 내가 바카라를 면회 갔었을 때는 (이제 총 10회는 넘었을 것 같다) 바카라 컨디션이 안 좋았던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엄마아빠는 바카라가 나를 볼 때 특히나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했다. 표정도 좀 더 밝아지시고. 나는 사실 바카라와 특별히 친해지지도 못했고,해드린 게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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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카라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우리 바카라가 치매 이전에 보여줬던 장난스러운 말투도 나오시고, 그리고 또 깊은 면도 많이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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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물었다. 우리 엄마는 요양병원 사람들 몰래 바카라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는 걸 좋아한다. 두 개는 건강에 안 좋으니 딱 한 개만. 요양병원 사람들도 사실 다 아는데 모르는 척하는 것 같기도.
"어머니, 초콜릿 맛이 어때요?"
"ㅎㅎ 조금 먹었는데 금방 사라져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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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었다.
"바카라~ 바카라는 연애할 마음 없어요?"
"연애?"
"네! 여기 멋있는 할아버지들이 돌아다닐 수도 있잖아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아이고?"
"근데 바카라는 또 인물 보시니까~" (우리 할아버지가 정말 잘생겼었다)
바카라는 꺄르르 웃으셨다.
"그런데 또 너무 잘생기면 문제죠 문제! 얼굴값을 하니까~"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바카라가 꽤나 진지하게 말하셨다.
"남자 여자가 마음을 주고받으면, 잘생기고 못생기고 그런 건 다 상관없어. 중요한 건 가슴이 왔다 갔다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