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슬롯그램으로 대표되는슬롯에대해부정적인 슬롯을가진적이 있었다. 타인의 삶의 하이라이트와'날 것 그대로의내일상'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그공간이삶을 불행에빠뜨리는원흉(?)처럼여겨졌다. 그래서가급적멀리하려했고주변사람들에게도슬롯를 하지않는다고말하고다녔다.
그러던 내가우연한 계기로슬롯를 시작하게 되었으니바로재작년에 참여했던글쓰기모임의한멤버로 인해서였다. 그분의 정확한 나이는잘모르겠는데당시오십중반은 넘으셨던 것 같다.나이가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산뜻하고 밝게 사시는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슬롯로도 이웃들과 활발하게교류하는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시대에뒤처져있는건아닌가,라는 슬롯이들었던게슬롯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거기다 내가 꿈꾸는글을업으로삼는 삶에 다가가려면다양한 소셜미디어활용은필수였다.
그래서1년 반 전슬롯를 시작했고슬롯보다빠르게팔로워를늘려갔다. 하지만 이 놈의 고질병인 의지박약이 문제였다. 뭘 하든 '반짝' 성과를 내는 건 잘하는데 길게 이어가질못해서어느 정도 성장의 궤도에 올랐던채널을일 년가까이방치하다 올해부터 다시 물을 주고 가꾸고 있다.
슬롯를 하며 깨달은 건소셜미디어마다특징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블로그는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브런치스토리는 문학적 감성을 담은 글이나직업과 연관된전문적인 분야의 글들이 많다. 두 플랫폼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영상보다는 텍스트와이미지가, 짧은 메시지보다는 긴 호흡으로쓰인글이 주를 이룬다는점에선공통점을 지닌다고볼 수 있다.
반면슬롯는반짝하고 떠오른 찰나의 감성을 담는플랫폼이고긴 텍스트와 사진보다짧은 문장과릴스(영상)가 각광받다 보니 긴 글을 선호하는 내 입장에선 다소낯설게느껴진다. 조금씩 매력을 깨달아가고는 있지만 아직은남의집에서 어정대고 있는 듯한느낌이들때가 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내집처럼편안해질날이 오겠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마음을 나누는일인것 같다. 아무리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새로운 서비스가생겨난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기에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한 듯한 댓글보다는 제대로 콘텐츠를 보고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댓글이상대에게훨씬깊게다가갈 수있다고본다.
뒤늦게시류에 합류했는데요즘 들어 슬롯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커지고 있다.그동안 문제시되어 온 소외. 불안에 더해새롭게 불거지고있는이슈가있기 때문이다.슬롯, 틱톡,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흥밋거리 위주의 짧은영상이사용자들을 도파민에 의존하도록만들고 있다는 우려 섞인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슬롯로 인한 폐해가 갈수록 커지는상황에서도 내가그만두지 않고계속하려는이유는시대의 흐름에발이라도 담그기위해서다.원하든 원하지 않든 함께 가야 하는 관계이니 요즘은 슬롯를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뜨거운 이슈인중독에 관한 부분은 사실아직까지내겐큰문제가되고있지는않지만 앞으로혹여나 의존도가 높아진다면운동을 하고식단을조절하는 것처럼 자기 관리의 영역에 넣어점차사용시간을 줄여가는방법을 슬롯해 볼 수 있을것 같다.이건비단슬롯뿐 아니라 앞으로기술이발달할수록 우리 삶에 파고들더 자극적인오락거리들에맞서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길러야 하는,꼭 필요한능력이라고본다.
반면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상대적박탈감과 열등감은 나를 위축되게만드는 부정적요소이기에얼마 전부터는 이런감정이들 때면 주관적인 해석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직시하고 노력하되, 내가 남보다 못하다는 슬롯 하지 않는 것이다.이렇게 함으로써 한때 나를 마음의 지옥에 빠뜨렸던 열등감을 긍정적인 성장의동력으로바꾸어가고 있다.
중요한 건 여기서 당위는 내려놓아야한다는 사실이다. 노력에 대한 성과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슬롯을하는순간 또 다른스트레스에발목 잡히게되므로그저 꾸준히노력하되 결과에 대해서는'되면 좋고 안 돼도 괜찮다'라는마음자세를갖는것이평상심을 유지하는 데도움이 된다.
신기한건요즘 이런 슬롯을 하는 게비단나뿐만은아니라는 거다. 비슷한슬롯을가진이웃님들의글을보고 공감을 누른 적이 꽤 있으니.'남들처럼', 또는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나를 다그치던 과거의 분위기에서나를돌보고 다정하게대하는 쪽으로변화해가는슬롯사회분위기가 다수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것이겠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슬롯지만 어쨌거나 이미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떼려야 뗄 수도 없으니단점보다는장점을잘 취해서삶을비옥하게 일구는 도구로 사용해야 할 것 같다.중년의나이에세대와 성별을 넘어 사람들과교류하면서단단한슬롯의 틀을깨고사고를 확장해갈 수 있는건분명슬롯덕분이니까.
글을 써 놓고 보니 자칫 슬롯 예찬론으로 읽힐까 우려스럽기도 하다.기업들의 무책임한 경영이나슬롯의 오남용으로인해벌어지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제도적 장치 마련이선행되어야하는 건너무 당연하므로,개인의입장에서슬롯를 좀 더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대해말해보고 싶었다.
멀게만 느껴졌던슬롯와 가까워지며관계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슬롯이다.정성껏가꾼많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앞으로내 세계를 어떻게일구어나갈지즐거운고민에 빠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