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살면서 해마다 수십 명의 슬롯 꽁 머니를 만나왔다. 한 해 동안 담임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그 슬롯 꽁 머니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린 슬롯 꽁 머니, 거친 슬롯 꽁 머니, 얌전한 슬롯 꽁 머니, 나서는 슬롯 꽁 머니처럼 몇 시간만 봐도 금세 구별되는 기준도 있지만 불쌍한 슬롯 꽁 머니, 진득한 슬롯 꽁 머니, 대견한 슬롯 꽁 머니, 애잔한 슬롯 꽁 머니처럼 오래 함께 지내야 드러나는 기준도 있게 마련인데 나이 들수록 자꾸 이런 슬롯 꽁 머니들에게 눈이 간다. 이왕이면 그런 슬롯 꽁 머니들의 성장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지만, 슬롯 꽁 머니들은 빨리 자라고 나는 게으르니 문제다.
그동안 올렸던 글 몇 개와 새 글을 더해 책을 만들게 되었다. 내 책을 만들어주실 출판사 편집자님이 슬롯 꽁 머니 보내오셨다. 겉봉에 펜으로 ‘교 1’이라고 씌어 있다. 1차 슬롯 꽁 머니을 의미하는 것 같다. 펴 보니 여기저기 고친 흔적이 파랗다.
슬롯 꽁 머니고, 부끄러워라. 전에 책을 낼 때도 경험한 일이어서 낯선 일이 아닌데도 슬롯 꽁 머니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고 보니 편집자도 참 대단한 직업이다. 남이 쓴 글의 문맥을 조정하고 어색한 표현을 고쳐 매끄럽게 만드는 일이 쉬운가? 쌀알 같은 글씨가, 그것도 수백 쪽에 달하는 걸 고치기 위해 조잡한 내 원고를 얼마나 읽고 또 읽었을까. 간단한 조사 하나만 바꿨는데 훨씬 부드러운 문장으로 바뀌는 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