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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파라오 슬롯의 아침 일상

우리가 산책길에 본 것은?

동이 트기 전, 어둑어둑한 여명 속에 캠퍼스 산책에 나선다. 반 팔, 반 바지를 입고 얇은 스웨터를 걸쳤다. 서쪽 하늘엔 하얀 달이 떠 있고 바람은 시원하다. 11월부터 2월까지 태국은 건기이자 겨울이다. 요즈음 파라오 슬롯 날씨는 환상적이다.

“파라오 슬롯에 이런 날씨가 있다니 이런 날이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맞아요. 지금이 바로 프래우 교수가 말한 그때인가 봐요.”

언젠가 프래우 교수가 말했다.

“12월이 되면 어느 한순간 태국 최고의 환상적인 날들이 찾아옵니다.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몰라요. 길면 1~2주, 짧으면 며칠 만에 끝나버리기도 하지요.”

수로를 따라 심어진 가로수 길을 걸으며 남편이 말한다.

“이 가로수 길이 모두 망고나무라면 참 좋을 텐데.”

“어젯밤 먹은 망고가 맛있었나 보네요.”

조용한 물가에 일정한 음률의 지렁이 울음파라오 슬롯가 들린다.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파라오 슬롯에 집중한다. 제법 큰 파라오 슬롯로 지렁이가 운다.

“뛔에에에에~~~~ 뛔에에에에~~~”

오래전 박완서 작가의 <지렁이 울음파라오 슬롯를 읽고 처음으로 지렁이가 운다는 걸 알았다. 울음파라오 슬롯도 그때 처음 들어보았다.

“파라오 슬롯 지렁이 울음소리도 우리나라 지렁이랑 똑같네요”

머리 위 나무에서 태국 검은 뻐꾸기(Asian Koel)가 울고 있다. 밤에도 울고 낮에도 운다. 이곳에서는 아주 흔한 새인데 울음파라오 슬롯가 특이하다. 내가 따라 해 본다.

“끼와오~ 끼와오~ 여기 있어. 여기 있어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남편이 따라 한다.

“따와오~ 따와오~ 따라 와. 따라와. 하는 거지요, 밥 먹으러 같이 가자고,”

검은 뻐꾸기 파라오 슬롯를 흉내 내며 걷는데 어디선가 일정한 리듬으로 독특한 파라오 슬롯가 들린다. 우리는 예전부터 이 파라오 슬롯가 몹시 궁금했다.


파라오 슬롯Copper Smith Barbet


“독 독 독 독 독 독....,. ”

청소하는 분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 파라오 슬롯가 무슨 파라오 슬롯인지 아세요? 일정한 음률이 꼭 전자음 같아요”

남편도 묻는다.

“캠퍼스 안에 절이 있지요? 스님이 목탁 두드리는 파라오 슬롯 아닌가요?”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며 큰 파라오 슬롯로 웃는다.

“아이고, 이건 새파라오 슬롯예요. 새 이름은 몰라요.”

이번엔 우리가 깜짝 놀랐다.

“이게 새파라오 슬롯라고요?”

우리는 그 새파라오 슬롯가 들리는 나무 위아래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오늘은 꼭 알아내고야 말리라.

앗, 드디어 내가 발견했다. 예쁜 새가 동그란 작은 구멍 속에서 울고 있다. 남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작게 속삭였다.

“두 개로 나누어진 굵은 줄기 위에 작은 구멍이 세 개 있지요? 그 왼쪽 구멍을 보세요. 얼굴만 내밀어 울고 있네요.”

“아 맞네. 저거 오색딱따구리 아닌가? 비슷하네”

결국 사진 찍기에 성공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Copper Smith Barbet이란다. 구리를 두드리는 구리세공업자 파라오 슬롯를 낸다고 나와 있다.


파라오 슬롯산책길에 만나는 새들
파라오 슬롯12월의 꽃


12월에 핀 다양한 꽃들을 구경하며 수로 속의 물고기도 찾아보며 천천히 걷는다. 그런데 한 부분에만 작은 물방울들이 뽀골뽀골 물 위서 튕긴다. 우리는 가까이 가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저게 뭘까요? 작은 물고기 새끼들이 그쪽에 모두 몰려있나 봐요.”

“아니야. 저건 썩은 물이 부영양화되어서 보글보글 물방울들로 올라오는 거지요.”

남편은 과학적으로 나를 이해시키려는 듯 설명하기 시작한다.

“물에 영양분이 많아지면 거품이 생기고 장력이 커져서 .....”

마침 옆에서 청소하던 아저씨도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다가왔다. 세 명이 물속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저 앞쪽에서 매일 만나는 태국인 부부 두 쌍이 걸어온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 “사왓디카” 인사를 했다. 그들도 우리 옆으로 와 수로의 물방울들을 쳐다본다. 이제 우리 일곱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때 저 멀리서 아주머니 한 분이 긴 호스를 차례차례 접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우리랑 가까워진 그녀도 그 물방울을 봤다. 그러다 그녀가 알겠다는 듯 웃으며 호스를 접었다. 갑자기 물방울들이 사라졌다. 그때야 우리들은 동시에 “아” 환성을 질렀다. 잔디밭에 자동으로 물을 주던 고무호스에 구멍이 났었나 보다. 그 물이 새서 수로에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물방울이 오늘 파라오 슬롯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수의과대학 병원 앞에 이르렀다. 병원은 파라오 슬롯 7시에 문을 연다. 그러나 병원 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안고 긴 줄을 서있다. 태국은 아직 많은 사람이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하는 문화는 아니다.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동물병원이 문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동쪽 하늘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자 서쪽 하늘의 달은 희미해진다.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파라오 슬롯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산책길에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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