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몽골바카라, 유목민을 만나다
바카라에서 만나는 일곱가지 경험 : 만남
유목민을 만나기 위해 몽골 바카라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바카라 중 우연히 유목민을 만나게 된다면 행운이다.도심과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만난 유목민들은 지나가는 바카라자가 길을 묻기 위해 문만 두드려도 일단 집 안으로 안내한다. 괜찮다고 해도 굳이 차와 간단한 간식까지 내온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베푸는 그들의 마음이 얼핏 이해되지 않지만, 고단한 유목민의 삶과 일상을 들여다보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 년 내내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내는 유목민에게 날씨보다 힘든 것은 어쩌면 외로움일 테니까.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사람의 흔적조차 만나기 어려운 오지에서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조차 특별하다. 길을 물으러 찾아온 사람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준 인연이다. 이웃과의 삶이 단절된 도시인에게는 낯설고 그리운 풍경이다.
그들이 초대하는 게르 안은 방의 구분도 가림막도 없다. 경계가 없는 실내 공간조차 초원을 닮았다. 문턱을 넘은 자리에서 그들의 침대며 부엌까지 사적인 생활공간 전체가 훤히 보인다. 중앙 난로 옆 의자에 앉아 정성스런 대접을 받는다. 기분이 좋으면 술을 꺼내고 자고 가라며 붙잡기도 한다.
언젠가 고비 오지에서 아이가 셋 있는 바카라 가족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사막에서 내려와 하룻밤을 보낸 후 울란바토르를 향해 긴 여정을 떠났을 때였다. 도로도 없는 거친 땅을 오로지 희미한 바카라의 바퀴자국만 따라 달렸다. 도대체 얼마나 달렸을까? 꽤 긴 시간을 달리다 지평선 멀리 게르를 발견하고 길을 묻기 위해 찾아갔다.
세 명의 아이들이 쪼르르 나와 엄마의 다리 뒤에서 눈치를 살폈다. 어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어린왕자가 길들인 여우처럼 한발씩 거리를 좁혀왔다. 바카라 가족은 길을 묻기 위해 찾아온 우리를 극진히 대접해주었다. 아이들은 양 젖 짜는 것을 보여주고, 땔감에 사용할 마른 소똥을 지게에 담는 법도 알려주었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색연필과 스티커를 아이들에게 주었다.
함께 게르 안에 모여 코담배를 교환하고 그들이 내어준 마유주를 마시던 시간.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자화가 통역을 해주었다. 나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게르에서 음식을 만들고 보관하는 법, 에어컨이 없는 게르를 시원하게 만드는 법,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 대처하는 법, 게르 내부가 위치에 따라 어떤 의미와 쓰임새가 있는지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 알코올 기운이 들어가니 통역 없이도 소통이 가능해졌다. 함께 웃고 즐겁게 건배했다. 아이들이 가르쳐준 말똥 담기도 직접 해보았다.
아쉽게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울란바토르까지 돌아가기 위해 오늘 계획해 놓은 거리가 있었기에 우리는 떠나야 했다.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텐데 느낌이 통했는지 낯가림이 없어진 아이들이 가지 말라며 우리를 붙잡았다. 꼬마 여자아이는 우리가 선물해 준 색연필을 손에 꼭 쥐고 엉엉 울었다. 이틀 뒤 비행기 티켓만 아니었다면 정말 하루 더 머무르고 싶었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던 바카라 가족 뒤로 노랗게 물들던 저녁 노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후로 세 번 더 고비를 갔지만 그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2015년에 우리가 갔던 길은 바카라자들이 지나는 길도 아니었고, 온종일 차 한 대 지나지 않는 길이었다. 그 유목민 가족은 지금쯤 초원 어디쯤에서 살고 있을까? 뿌리 내리지 않고 떠도는 유목민의 삶. 우리는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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