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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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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은 모습 털어내기

여보! 나 사우나에 다녀오고싶어요

그래?왜?

이제 파라오 슬롯 다 털어내고 싶어요

지금껏 살며몇 번 갔을까 싶은 사우나에 가고 싶었다

3주를 꼬박 앓다 보니 온몸이 아파온 여파로 때 투성이가 된 듯 가렵고 피부도 변한 것 같아온몸을 푹 담그고 생전 처음으로 남의 손을 빌려 온몸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었다

짝꿍은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한다

그럼, 바람 쐬지 말고 파라오 슬롯에 물을 많이 받아 들어가 있어요내가 등은 밀어줄 테니

정말 파라오 슬롯에 물은 잔뜩 받아 온도를 맞추고는 온몸을 담갔다

얼마만인가

파라오 슬롯가 심해질까 봐

기침이 나올까 봐 겁이 나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ㅡ

십여분 후 짝꿍이 들어와 등을 밀어주고는 퇴장하며 물 아낀다고 하지 말고 파라오 슬롯 안에서 씻으란다

파라오 슬롯의 많은물이 아까워 파라오 슬롯밖에서 씻고 변기에 사용하기 위해 되도록 깨끗하게 물을 남겼기에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여자들은 다 그렇겠지만 커다란 파라오 슬롯 가득 담긴 물이 아까워서 ㆍㆍㆍ

용감하게 파라오 슬롯 안에서 씻는데 땀으로 범벅될 때마다 씻어내지 못한 내 몸이 완전 갑옷을 입었었구나

튼튼히 무장한 갑옷을 벗겨내고 다시 샤워를 마치고 나니 날아오를 듯하다

입었던 옷을 모두 세탁기에 부탁하고 머리를 말리고 나니 새 힘이 솟는다

거실로 나오며

ㅡ나 이제 다 나았어요 파라오 슬롯 끝!ㅡ 외치자 짝꿍이 고맙다며 등을 토닥여 주고

딸도 하던 작업 멈추고 거실로 나와고생많으셨어요나으셨다니 감사해요 란다

어제, 아들 며느리와 화상통화를 할 때 우리는 아픈 티 내지 않으려 행여라도 기침이 시작될까 봐 조심하며 서둘러통화를 마쳤좋은 날그들의 일상을 흔들게 될까 봐서ㅡ

새벽까지 기침으로 고생하시던 짝꿍이 아침 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파라오 슬롯를 들여온 내가 나았다 선포를 했으니 짝꿍도 깊이 든 저 잠을 깨고 나면 많이 호전되리라 믿으며 다짐한다

건강 지키기에 너무 무심했던 나를 반성하며앞으로는 예방접종을 충실하게마스크잘 쓰고 파라오 슬롯의 난립 때는 조심 또조심해서

다시는 둘이 같이 고생하지 않고겨울을감사하고행복하게 보내야겠다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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