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슬롯사이트(龐德公)의 은거를 높이 평가한 작품이다. 슬롯사이트은 당대에 명망이 높았는데, 제갈량을 와룡(臥龍)으로, 아들 방통(龐統)을 봉추(鳳雛)로 지목할 만큼 안목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유표(劉表)가 예(禮)를 갖추어 여러 번 불렀으나 중국 호북성(湖北省) 양번시(襄樊市) 동남쪽에 있는 녹문산에 은거하며 나오지 않았다.
시인은 제갈량과 주유의 한계를 통해 슬롯사이트의 선택이 지닌 가치를 보여준다. 제갈량은 북벌을 통해 천하통일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주유는 적벽대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삼분의 형세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출사했지만 제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이와 달리 슬롯사이트은 출사보다 은거를 선택하였다.
시인은 출사하여 뜻을 이루지 못한 이들과 슬롯사이트을 비교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은거를 택한 슬롯사이트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당시 조선 사회의 공명을 좇는 풍조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