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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껴줘서 파라오 슬롯

#13. 눈 속에서 따듯한 홍차 한잔을 마시는 기분이야.

띵동.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묵직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택배입니다."


물건을 주문한 적이 없어 꽤 당황했지만, 문을 열었다. 우체부 아저씨는 나와 눈도 맞추지 않은 채, 그 택배파라오 슬롯 나에게 날름 안기고 바로 돌아섰다. 느낌에 이건 번지를 잘못 찾은 것 같았다. 익숙한 박스가 아니었다. 요즘 쇼핑몰에서 파라오 슬롯 독특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낯선 박스의 출처는 그쪽이 아닌 것 같았다. 오랜만이지만 꽤 익숙한 문자들이 보였다.


"엥? 파라오 슬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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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가바로눈에읽혔다. 파라오 슬롯택배였다. 주소를읽어보니, 러시아모스크바. 쓰인주소를읽으니아! 그애의얼굴이머리를스쳤고, 동시에얼굴에웃음이피었다. 내생일을며칠앞둔날이었다. 무더운칠월, 파란줄무늬박스는러시아에서한국까지, 그먼길을온것이다. 한여름의무더위를이겨내고.


박스를열었다. 어찌나테이프를많이둘렀던지, 손으로떼다가칼을가져와뜯었다. 박스속은더했다. 무슨신문편집실을들여다보는것같았다. 대체신문지몇장을넣은거지? 파라오 슬롯어가잔뜩쓰인신문에, 순간파라오 슬롯로교환학생을다녀왔던시절로복귀한것만같았다. 너무많은포장에혹일부러그랬는가싶어, 그냥냅다박스를뒤집어파라오 슬롯편집국을책상에쏟아냈다. 그러자구겨진신문지들사이로특정모양을가진신문지들이나타났다. 물건을신문지로싸고싸고또싼다음, 다른신문지를구겨완충제로사용했는데, 신문지가한3일치는되는듯했다. 으이그.


박스에는초상화한장, 시계하나, 파라오 슬롯초콜릿이들어있었다. 세상에. 그는 아르바트거리에서그린초상화인 듯 했다. 거리의화가들이복작이는파라오 슬롯의중심. 파라오 슬롯에있을때그릴까말까하다가비싸서두고왔었는데. 바로그에게카톡을보냈다.


'뭐야! 상상도 못 했어! 너무너무 파라오 슬롯.'


그 사람은 바로 답장하지 못했다. 여긴 오후지만, 거긴 아직 아침이니까. 몇 시간 뒤에 그에게 답장이 왔다.

'도착했어? 에휴. 말하고 싶어 혼났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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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생일선물을보내기위해, 그는무더운여름날파라오 슬롯아르바트거리에서수많은화가들의그림을살폈겠지. 아르바트거리를한번쭉걸은다음고심끝에한화가에게그림값을물었겠지. 적당한흥정을한다음, 내사진을건네고그려달라했을테다. 그림이완성될때까지옆에서있었다고했으니, 아마땀을뻘뻘흘리면서사진속의얼굴이그림으로옮겨질때까지기다렸을테다.


살다보면오늘처럼아름다운날을만날때가있다.멀리서와서가아니라, 깊어서아름다운. 서프라이즈선물을마주할때면누군가파라오 슬롯이렇게생각하고있구나, 하는생각에마음한구석이따듯해진다. 저사람에게나는어떤모양인가문득고민되는시절, 러시아에서날아온소포를받고깨달았다. 그에게나는이런사람이라는걸.한마디없이마음하나로충분했다.


아름다운기억은노력하지아도 삶에기록된다.그들과의결말이어떻게맺어졌든상관없이,순간에쏟은진심은잔향처럼오래누군가의삶에남는다.서로의 마음하나로충분했고, 마음하나만선물할수있었던어리고여렸던시절. 우연히그날들이떠오르면기억속그에게이야기한다. 그 시절, 파라오 슬롯아껴줘서고마웠어. 네덕에눈속에서따듯한홍차한잔을마시는기분이었어.



파라오 슬롯* 당시 친구가 보내준 초상화. 컬러풀한 게 마음에 쏙 든다. 2015년에 외장 하드를 깨 먹어서 유년의 사진이 다 유실되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날의 시간.





청민 Chungmin
* mail _ romanticgre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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