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Council Licensure Examination의 약자인데, 줄여 말하면 (미국간호사) 국가면허파라오 슬롯이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가 되려면 4년 동안의 학부교육과 교내실습, 임상실습을 마치고 수능처럼 1년에 단 한번 있는 국가고시를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과는 달리,
미국은 졸업 전까지는 우리나라와 동일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지만, 엔클렉스라는 간호사 면허파라오 슬롯은 파라오 슬롯 칠 자격만 갖추었다면 수시로 있는 파라오 슬롯일정에 자기가 원하는 날짜로 접수를 하고 몇번이고 각자 파라오 슬롯을 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모두가 한꺼번에 모여서 파라오 슬롯을 치는 것이 매우 익숙하고 또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미국은 자율성의 나라답게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파라오 슬롯 치는 것이 이 나라의 방식이다. 난 이 부분이 엄청 신선하게 느껴졌다. 뭔가 부담스럽지만 엄청나게 큰 파라오 슬롯이 아닌 그냥 흔하게 치는 파라오 슬롯인 것 같아서 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 파라오 슬롯을 쳐본 간호사들은 인정하겠지만 쉬운 파라오 슬롯이 절대 아니다.
일단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말하면, 한국어로 공부한 간호학생들이 영어로 된 지문을 읽고 문제의 의도를 해석하며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벽으로 느껴질 것이고, 우리나라의 국가고시와 달리 족보가 있어서 문제와 정답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상황을 주고 거기서 간호사가 판단하여 답을 찾는 것이기에 종합적인 지식을 가지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다음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전에는 각 문제마다 답을 하는 유형에서 한 시나리오에 딸린 여러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2023년부터 변경이 되었는데, 나는 기존유형을 네 번이나 친 덕에 본파라오 슬롯이 끝난 뒤 맛보기로 나온 파일럿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새로운 유형으로 파라오 슬롯을 치지 않고 면허를 따게 된 것이 매우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만큼 신유형은 많이 어려워졌다.
엔클렉스는 최소 75문제에서 최대 256문제를 최대 6시간 동안 풀게 되는데,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문제를 순서대로 풀어나가면 정답여부에 따라 다음문제가 결정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모두가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75문제를 푸는 동안 충분히 정답을 맞혔으면 합격, 너무나 많이 틀렸으면 보나 마나 불합격이다. 75문제를 다 풀었을 때 확실하게 합격과 불합격이 정해진다면 화면이 꺼지고 파라오 슬롯은 종료된다.
76번 문제부터는 정답률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데 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서 계속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합격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틀리거나 맞추거나를 반복하며 계속 문제를 풀어나가면 256문제가 마지막으로 6시간 동안 파라오 슬롯을 치르게 되는데 전체 파라오 슬롯에 대한 정답률을 가지고 결국 합격/불합격을 결정하게 된다.
오늘은 내가 왜 엔클렉스를 네 번이나 치고 미국간호사가 되었는지와 파라오 슬롯에 대한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왜 하필 미국간호사를 목표로 했는지 설명이 좀 필요하다.
2015년도에 처음 해외간호사를 다짐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다녔는데, 이때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우리나라와 시차도 얼마 나지 않는 것이 최대 장점인 호주나 뉴질랜드 간호사가 더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두나라는 지금처럼 쉽게(?) 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면허를 가진 간호사여도 면허는커녕 학부수업조차도 인정받기 힘들어서 대부분 간호유학을 가서 3년간 공부를 하고 졸업해서 영어점수를 제출하고 면허를 받는 것이 유일했다. 이미 한국에서 공부를 마쳤고, 엄연히 간호사인데 다시 대학을 다녀야 한다니 기가 찼고 또 학비는 좀 비싼가, 그래서 아주 쉽게 포기가 되었다. 사우디나 아랍에미레이트에도 간호사를 뽑았지만 싱글인 사람들만 갈 수 있었고, 임신을 하면 근무를 할 수 없다고 에이전시에 답변을 들었기에 이미 기혼이었던 나는 남편을 버리고 갈 수도 없어 위시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그래서 남은 것이 미국이었다. 당시에는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간호사의 이민문호가 서서히 열리는 상황이었고, 지금 준비를 시작해도 그리 늦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끌리는 점은 영주권을 한국에서 받고 가기 때문에 신분에 대해 깐깐한 미국에서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이 매력이었다. 그렇게 나는 해외간호사 중에서도 미국간호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곤 엔클렉스를 준비했다.
지금은 유명한 학원들도 홍보를 많이 하고 개인적으로 공부한 간호사들의 블로그나 카페글도 참 많아져서 도움받을 곳이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지금과 사뭇 달랐다. 우선 사운더스라는 파라오 슬롯준비용 교재를 구입해서 독학을 하기로 했다.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아야 파라오 슬롯도 대비할 것 같았다.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을 일정표를 만들고 매일 정해진 양을 읽고 이해하면서 나름대로 공부라는 것을 했다.
파라오 슬롯을 준비하는 것도 다 돈이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파라오 슬롯장이 어떠한 이유로 폐쇄된 상태였고 다시는 한국 내 파라오 슬롯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서, 결국 해외로 가서 파라오 슬롯 치는 방법뿐이었기에 응시료, 파라오 슬롯장 등록비용, 비행기값, 호텔, 밥값 등등 아무리 절약하려고 해도 100만 원이 우스웠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 하지 않나 싶어 용감히 결제를 하고 가장 가까운 일본 오사카에서 첫 파라오 슬롯을 치렀다.
첫 파라오 슬롯 후 느낀 점은, 내가 파라오 슬롯에 관련성이 없는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론적인 부분만 공부했을 뿐, 파라오 슬롯에 이론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를 전혀 몰랐다. 내가 경험한 건 대학에서 치른 파라오 슬롯과 국가고시뿐이었으니 그 정도의 수준을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아동간호학에 가장 취약했다. 사담이지만,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의 아동간호학을 강의하던 교수님은 이상하리만큼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파라오 슬롯에서 요구하는 답도 중요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소위 함정문제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졌거니와 실제 실습을 병원에 가면 대부분 성인환자를 간호하는 부서가 훨씬 많기 때문에 중요도 역시 달라서 합격만 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엔클렉스에서 마주한 어린이환자에 대한 문제에는 너무도 취약했다. 그런데다 이놈의 컴퓨터가 내 약점을 파악했는지 중점적으로 아동환자의 간호에 대한 문제만 연달아 내놓은 덕분에 나는 합격 최저점인 75문제를 풀자마자 파라오 슬롯이 끝나버렸다. 이 말은 아주 좋은 점수로 합격했거나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낙제했다는 의미다.
초조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모르는 문제가 그렇게 많았는데 합격할리가 없었다. 일주일 뒤에 결과를 알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 나라답게 48시간 뒤에는 돈 내면 결과를 빨리 보게 해 준다는 말에 뭐든 빨리 알고 다음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결제를 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미 첫 파라오 슬롯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두 번째 파라오 슬롯에 도전하면서는 굳게 마음을 먹고 공부를 했다. 지금도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유월드라는 사이트에서 문제를 보기도 하고, 구글을 뒤져서 무료로 배포하는 엔클렉스 관련자료를 보기도 했다. 남들은 한 번에 척하니 붙는 파라오 슬롯을 나는 왜 못 붙은 걸까 속상해하면서 두 번째에는 어떻게든 붙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또다시 백여만 원의 비용을 추가했다.
두 번째 파라오 슬롯은 좀 더 다양한 루트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더 잘 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 없었다. 첫 파라오 슬롯을 친 나라에 다시 가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대만으로 장소를 바꾸었다. 마침 대만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던 때라서 도랑치고 가재 잡을 생각으로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론 인생맛집은 알아왔다.
두 번째 파라오 슬롯은 그래도 첫 파라오 슬롯보단 괜찮았던 게 적어도 75문제보다는 많이 풀어서 차라리 내가 합격선 근처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거의 200번에 가까운 문제를 풀다가 화면이 꺼졌다. 파라오 슬롯이 끝나니 오히려 첫 파라오 슬롯보다 더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는 돈 내고 결과 확인하는 게 아까워서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또 불합격이었다.
이렇게 연달아 두 번의 파라오 슬롯에서 탈락을 하고 나니 자존감이 아주 바닥을 쳤다. 내가 무슨 미국간호사냐, 그냥 한국에서 괜찮은 직장이면 만족하고 살자 등 갖가지 이유가 나왔다. 그래서 한동안 파라오 슬롯을 내려놓고 일상을 보냈다.
어느 정도 쉬었던 게 도움이 되었던지 다시 공부할 생각을 했던 것이 2018년이었다. 벌써 해외로 가고 싶다고 무언가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것이다. 한동안 모든 걸 내려놓고 지내다 보니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도 되었던 듯싶다. 결국 다시 파라오 슬롯을 치겠다는 결론에 다 달았고 이번에는 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어느 대학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이름이 같던 학원에서는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간호사들을 강사로 꾸려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수업 중에 미국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간간히 듣는 것이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론을 다 듣고 문제풀이과정을 수강하려고 했는데, 이미 두 번의 파라오 슬롯에서 겪은 바는 도움을 받고 지름길로 가는 것이 결국 파라오 슬롯에서는 중요하다는 걸 느꼈기에 바로 문제풀이반을 등록했다.
수업시수와 내용은 정말 방대했다. 가만히 앉아서 고시생처럼 수업을 듣는 것도 쉽지 않았고 내용을 정리하고 암기할 것도 너무 많았다. 다시 간호대학생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렇게 공부해야 합격하는 거였으면 내가 이미 치른 두 번의 파라오 슬롯이 불합격한 이유가 너무나 분명했다. 엉덩이에 땀띠가 나도록 앉아서 공부하고 정리하고 외우 고를 반복하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세 번째 파라오 슬롯날이 밝았다. 인생맛집을 포기할 수 없어서 기존의 징크스를 무시하고 다시 대만으로 향했다. 여기서도 또 200문제가 넘는 늪에 빠졌다. 문제를 풀면서도 울고 싶었다. 그렇게 공부해도 왜 안 되는 거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정말 거의 울어가며 파라오 슬롯을 쳤다. 하얗게 불태우고 나오니 이미 오후 3시에 가까웠다. 180여 문제를 풀었던 것 같은데 그걸 6시간 동안 푼 것이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시간제한에 걸려서 파라오 슬롯이 종료된 것 같았다. 한 문제 한 문제를 소중하게 보고 또 읽고 모르는 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서 찍느라 오래 걸린 것 같다. 함께 온 남편과 함께 예전 그 맛집에 부리나케 달려가 금액도 보지 않고 수박주스 2리터를 주문했다. 너무 갈증이 났고 달달한 게 먹고 싶었다. 그리곤 내가 너무 좋아하던 만두와 오이무침을 배부르게 먹고 근처에 있던 망고빙수 맛집까지 마무리했다.
그리고 결과는? 사수생이라 했으니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어느덧 2019년이 다가왔다. 그사이 공부하느라 다니던 병원도 그만두었고 어딘가 가서 일해야 할 시점이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병원에 입사지원을 해둔 상태였는데 합격하면서 나는 배수의 진을 치게 된다.
다시 학원의 수업을 신청하고 같이 공부할 친구를 찾았다. 서로 공부하는 것을 응원하고 또 감시하며, 같이 파라오 슬롯에 합격하자는 의도에서였다. 다른 지역에 살지만 언제든 연락하며 공부할 수 있었기에 온라인으로 버디를 찾았고 그 친구와 일본 도쿄에서 마지막 파라오 슬롯을 치르고 결국 나는 미국 뉴욕주 간호사면허를 받게 되었다. 파라오 슬롯일정 때문에 합격한 병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도 불참하고 바로 오리엔테이션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이젠 뭘 해도 여한이 없었다.
그럼 어떻게 파라오 슬롯공부를 했는지 보자.
우리나라의 파라오 슬롯은 대부분 수업에서 중요하게 짚어주는 부분에서 이론을 중심으로 문제를 낸다. 예를 들면, 아동간호학에 팔로 사 징후라는 것이 있는데 4가지 병변이 동반된 선천성 심장병을 말한다. 학부파라오 슬롯이나 국가고시에서는 이 4가지의 징후인 심실중격결손, 우심실 유출 협착, 대동맥 기승, 우심실 비대를 암기하면 객관식이나 주관식단답을 맞추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파라오 슬롯은 이와 다르다. 문제에 이 징후를 가진 어린이를 등장시켜 어떤 상황을 간단히 주고 (당연히 문제에서는 질병의 이름 따위는 안 나온다. 문제를 푸는 사람이 이미 질병을 안다는 전제하에 문제를 풀 수 있게끔 나온다). 이때, 이 4가지 징후 중에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간호해야 하는 증상을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한국에서는 솔직히 그 4가지가 뭔지 아는 것 이상의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수박 겉핥는 수준으로만 공부를 한 것이다. 그러니 파라오 슬롯장에서 팔로 사 징후를 물어보는 것을 알았을지라도 그다음에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답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찍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첫 파라오 슬롯을 치고 파라오 슬롯장을 나왔을 때, 나는 그동안 참으로 쓸데없는 시간과 공부를 했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파라오 슬롯문제가 어떻게 너 오는 지정도는 알았어야 했는데, 내 방식대로 공부하면 답을 맞힐 거라 생각하며 공부했던 멍청함과 자만함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속상한 마음만 있는 건 아니었다. 파라오 슬롯문제를 보면서,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지만 미국에서는 간호사를 할 수 있는 거구나, 나도 이제 공부해서 알아야겠다. 질병만 겨우아는 척하는 게 아니라 어떤 질병이고, 무슨 특징이 있고, 어떤 치료를 하며, 간호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이구나를 아는 것이 간호사의 전문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있었기에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맞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며 열심히 달려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럼 왜 두 번째 파라오 슬롯에서 합격하지 못했을까? 앞서 첫 파라오 슬롯에서는 내가 자신 없어하는 과목인 아동간호학에서 문제가 몰아서 나왔는데, 다음 파라오 슬롯에서는 간호윤리와 관련된 문제 중 인종과 민족, 종교와 성의 다양성과 관련된 문제가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 인구의 분포를 보면 이제는 제법 다른 국가의 사람들도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95% 이상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에 문화차이라는 것을 느끼기가 어렵다. 대부분 비슷한 생각과 인식을 갖고, 남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소위 튀는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받기 마련이고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문화차이, 인종/민족 간의 특징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실제로 겪어본 적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간호사파라오 슬롯에서 나오는 여러 인종과 민족, 종교에 대한 질문은 그 자체로 나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이제야 조금은 알지만 할랄이 뭔지, 코셔가 뭔지, 베지테리언이면 다 야채만 먹는 줄 알았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가 유태인 환자에게 해줘야 하는 문화적인 배려가 무엇인지 알 턱이 있는가. 그나마 여호와의 증인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종교라서 그들이 헌혈을 하지 않고 수혈도 받지 않으며, 군대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게 다행일지경이었다. 아무튼 간호사면 아픈 사람에 질병과 치료에 대한 간호지식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던 나에게 이 파라오 슬롯은 두 번이나 허를 찔렀다.
세 번째 파라오 슬롯에서는 이미 겪은 두 번의 파라오 슬롯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합격할 수 있는 기회이긴 했으나, 앞서 말했듯 한동안 공부를 떠나 있다가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볼 건 많고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는 불안감이 집중을 많이 흐트렀고 차라리 파라오 슬롯을 미루는 것이 나았을 텐데 그래도 아는 부분에서 파라오 슬롯이 나오면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그냥 파라오 슬롯을 친 것이었다. 두 번째 파라오 슬롯과 거의 같은 문제수를 풀었으면서도 6시간을 꽉 채울 만큼 신중하게 푸느라 노력은 했지만 결국 마지막 몇 문제가 도저히 모르겠다 싶은 것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아쉽게 떨어진 것 같았다.
마지막인 네 번째 파라오 슬롯은 이미 세 번째 파라오 슬롯에서 공부하던 양도 어느 정도는 채웠고, 미룬다고 될 파라오 슬롯이 아니라는 걸 늦게나마 알았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고 바로 다시 파라오 슬롯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 실제로 불합격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오히려 서운하지 않았다. 내 예상이 맞았으니 이제 마지막 파라오 슬롯으로 만들자는 생각만 남았다. 매일 고시공부하는 마음으로 밥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 종일 강의를 듣고, 내용을 정리하고, 머리에 넣었다. 매일 반복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니 어느 순간 강의에서 내가 아는 부분이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문제를 보자마자 답이 나오는 것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 이번엔 합격하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자 후회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다.
결국 2019년 3월 27일, 나의 마지막 엔클렉스알엔 파라오 슬롯은 합격으로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