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들 특유의 구불거리는 털에05좌르륵흐르고 빛이 나도록 까맸다.눈, 코, 입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까맣고 짙은 모색에 풍부한 털은 슬롯 꽁 머니를 더욱 이뻐 보이게 했다.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각질과 보습 문제로 항상 털을 바짝 깎아야 했어요. 그게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몸이아프기 시작하자 가장 큰 변화를 보인게 슬롯 꽁 머니의 모량이었다. 나이를 먹은 후회색털이 섞여 나기도 했지만 아토피가재발하면서 알레르기가 심해지자입 주변부터 긁기 시작해사타구니, 발, 슬롯 꽁 머니 주변의 털이 눈에 띄도록 빠져버렸다.그리고 가려운 부분은 슬롯 꽁 머니가 입으로 털을 잡아 뜯다 못해 피부를 물어뜯어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 그리고 딱지가 앉은 부분에는 털이 나지 않았다.
얼마나 가려우면 밤새도록 긁고 피부를 물어뜯는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고통이었다.
사람들은 모기에게 한 번만 물려도 피부가 벌겋게 붓도록 밤새 긁는다. 참으라고 해서 참아질 수 있는 가려움이 아니다. 하물며 말 못 하는 동물인 슬롯 꽁 머니의 고통이 어떠했을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다. 어쩌다 잠시 내 다리 위에 엎드려 편하게 있으라고 넥카라를 벗겨주면 그와 동시에 입으로 다리를 씹으며 피를 내야 직성이 풀렸다. 잠시잠깐도 방심할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모델을 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예뻤던 슬롯 꽁 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리고 말았다.그렇게 예쁘던 우리 슬롯 꽁 머니가 골룸처럼 변해 버렸다.이렀든 저렀든 내 눈엔 항상 어떤 강아지보다 예쁜 아이지만내가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올 7월경슬롯 꽁 머니의 증상이 심해져 피부과로 전과하기 한 달 전쯤의 일이다. 아직 동네에 있던 동물병원을 다니던 중이었다.
전혀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때에문제가 생겼다.슬롯 꽁 머니가 병원을 다녀오고06저녁 무렵에 슬롯 꽁 머니의 항문 주변이 유난히 부어 있는 것을 보고 지니에게 물었다.
지니야, 슬롯 꽁 머니어제위생 미용 하고 왔니?슬롯 꽁 머니 쪽털 빠진 부위가 유난히 부어 보이는데 항문낭을 짜서 그런가? 그리고 슬롯 꽁 머니 열이 좀 있는 것 같아.
아? 그러네. 많이 부었네? 어제위생 미용 하면서 짜긴 했는데 아무 말 없었어. 오늘 우선 해열제 먹이고 계속 열나면 다시 병원 데려가봐야겠다.
그래야 할 것 같아. 엄마가 오늘 밤에 신경쓰고 볼테니까... 내일 봐서 병원 갈지 말지 생각하자.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다더니아침이 되었을 때 일은 커져 있었다.
슬롯 꽁 머니의 쿠션과 내가 덮고 자는 이불 군데군데에 갈색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리고 슬롯 꽁 머니의 항문 옆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너무화가 났다. 바로이틀전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애가 이지경이 될 정도였다면 병원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게 아닐까?하지만 화를 내는 게 우선이 아니었다.
지니가 반차를 내고 열이 펄펄 나는 슬롯 꽁 머니를 데리고 부랴부랴다른병원으로 진료를다녀왔다.
슬롯 꽁 머니의 병명은 항문낭염이었고 나이가 들거나 피부에 문제가 있어 항문낭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강아지들이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속이 상해 미칠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아픈 슬롯 꽁 머니가 더 고생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참을 수 없이 화가 났고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수의사에게도 화가 났다. 미리 손을 썼더라면 슬롯 꽁 머니이 터지는 일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 후로 한 달간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야 했다.
슬롯 꽁 머니는 아픈 몸으로 염증과 싸우며 고생을 해야 했고 나는 중증 질환을 앓으며 슬롯 꽁 머니가 흘리는 항문낭이 뭍은 옷과 작은 이불을 수도 없이 빨아 대야 했다.(큰 이불은 틈틈이 지니가 빨아 줬어요)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얼마나 지나야 슬롯 꽁 머니가 이런저런 병들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기는 할까?
엄마를 돌보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희생한 슬롯 꽁 머니를 위해서라면 못해줄 게 없는데 그것이 슬롯 꽁 머니의 병 치다꺼리뿐이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