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니까, 저 말을 들은 건 아니다. 그런데 마치 나는 그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 이건 마치 삼행시? 팀장님은 나에게 다음 주 신메뉴를 소개할 앱슬롯 꽁 머니를 작성해 보라고 하셨다. 앱슬롯 꽁 머니가 뭘까? 우리가 앱을 깔고, 그 앱의 ‘마케팅 수신동의’를 했을 때 앱에서 알림으로 오는 문구다. 지금도 각자 핸드폰을 열어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개의 앱슬롯 꽁 머니가 와 있을 것이다.
앱슬롯 꽁 머니 예시, 돈 쓸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아깝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슬롯 꽁 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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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클릭해서, 우리 브랜드를 다시 오게끔 하는 슬롯 꽁 머니였다. 이런 글이야 나도 자주 받아보고 있으니까. 음 어렵진 않다. 메모장을 켜서 문구 작성을 시작했다.
예의는 필요 없다 짧고 강력하게!
출처: 뤼튼 제작 이미
“안녕하세요. 격무에 바쁘신 와중에도 저희 브랜드를 찾아주시면.. 대단히 감사… “
고객들에게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나는 고객을 존경하는 슬롯 꽁 머니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고 있었다. 옆에 있던 갈색 파마머리 대리님은 내가 모니터에 쓰고 있는 글자들을 유심히 보시더니, 참다못해 한마디 건네셨다.
“어 저 오사원 님? 이렇게 길게 쓰면 안 돼요. 그리고 너무 설명조로 써도 안 돼요~”
앱슬롯 꽁 머니는 기사가 아니다. 장황하게 써서는 안 된다. 광고메시지이면서도, 전문을 다 보지 않아도 한눈에 들어오게 함축해서 써야 했다. 그녀는 기존에 나갔던 메시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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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세 줄정도로 간략하게 내용을 써야 했다. 그래 예의 차릴 필요 없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되기로 하고, 내 워드에 있는 인사말을 다 지웠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인사도 없이 이렇게 무턱대고 본론부터 이야기해도 되나? 된다. 고객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 짧고 그리고 무엇보다 눌러보고 싶게 본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걸 쓰는 목적이 뭘까요? 프로모션을 알리거나 신메뉴를 알리려는 것,
즉 정보를 알리려는 목적이에요.”
그렇다. 정보를 알려주는 게 목적이다. 인사는 생략 하자.
“오사원 님이 이렇게 쓰지 않아도, 오는 슬롯 꽁 머니가 있어요 그건 뭘까요?”
“어… 저… “
“아마 오늘 아침에도 봤을걸요? 저희 오늘 아침에 매장 들려서 신메뉴 먹어봤잖아요.”
대리님의 알쏭달쏭한 말에 고민하며 내 앱에 들어가 봤다. 앱에는 최근에 온 알람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받은 앱슬롯 꽁 머니는 이거였다.
“주문하신 메뉴가 나왔습니다.”
아! 메뉴 주문이나, 고객에게 알림을 위해서도, 이런 자동 앱슬롯 꽁 머니가 사용되고 있었다. 고객은 내가 보내는 메시지 외에도 수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 음 생각해 보니 피로하다. 목적을 생각해서 장황하지 않고 짧게, 후킹 하게 쓰는 게 중요했다.
연애나 앱슬롯 꽁 머니나 조절이 중요해
짧게 쓰면서도, 눌러보고 싶게 한다. 그러려면 재미가 있어야 했다. 재치 있는 밈을 알아보는 데는, 유튜브를 뒤지는 게 빠르다. 나는 바로 유튜브 실시간 급상승을 클릭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G-dragon의 파워 뮤비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것 같았고. 로제의 아파트 뮤비도 뜨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 한다면..?
“파..파파파워 할인?”
음 사람들이 알아들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브랜드와 톤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 있는 유행어대로 다 사용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브랜드와 어울리는 유행어를 찾아서 조금 변형해서 문구를 만들어 봤다. 신메뉴에 대한 소개도 넣었다. 선배는 앞으로 타 브랜드의 앱슬롯 꽁 머니를 많이 참고하라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아래 형식으로 작성해 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첫 줄(제목): 후킹이 되는 슬롯 꽁 머니
두 번째 줄-혜택이나 메뉴에 대한 소개
세 번째 줄-바로 가게끔 눌러보고 싶도록 유도
문구를 팀장님께 컨펌받았다.다시 한번 문구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검토 후에 ‘발송’을 눌렀다. 약간 2~3분의 텀이 있었지만 우리가 보유한 회원들에게 슬롯 꽁 머니 메시지가 갔다는 알림이 떴다.앱에가입한수많은사람들이내 슬롯 꽁 머니를받아본다니기쁜슬롯 꽁 머니이들었다.이럴 때선배에게어필해야한다.내가잘 쓰면매출도올라갈것이다.
“저 이거 일주일에 2번씩 써도 돼요? 잔뜩 생각해 올게요!”
“우리는 한 달에 앱슬롯 꽁 머니를 그렇게 자주 보내지 않아요."
"왜요? 알릴 슬롯 꽁 머니는 정말 많은데.."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껴서 마케팅 동의를 하지 않거나, 탈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아.. 생각해 보니 나도 저런 앱슬롯 꽁 머니를 보고는, 접속을 하기보다 그냥 “지우기”를 눌러서 내 알림창의 알림들을 다 꺼버렸던 것 같다. 때때로 너무 앱슬롯 꽁 머니가 많이 오는 브랜드의 경우, 앱슬롯 꽁 머니를 접속해서 그 앱 알람을 꺼버렸다. 아니면 정말 귀찮게 느껴지는 경우 앱을 탈퇴하기도 했다.앱슬롯 꽁 머니는 너무 자주 보낼 경우 고객의 피로도가 쌓여 탈퇴를 유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한 번씩 보낼 때마다 신중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무슨 썸 타는 사이 같다. 지나치게 멀어져도 안되고, 너무 많이 다가가면 부담스러운.. 아 이래서 연애도 마케팅도 어려워!
고객들에게 나갈 대대적인 문구를 작성하는 경험은 오사원에게는 짜릿했다. 사람들이 내가 보낸 슬롯 꽁 머니를 다 같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지나치는 광고 슬롯 꽁 머니일수도 있고, 불쾌한 스팸일 수도 있다. 오사원은 작은 단어 하나라도 와닿게 하려면 좋은 문구들을 많이 수집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