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 하는 짓
[노파 단상] 그것은 단순한 오해입니다
밤엔 집안을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린다. 말 그대로 집안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돌아다니면서 책을 보거나 그냥 걷기만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밖에서 보일까 봐 작은 방 불은 꺼놓는다.
어제도 작은방 불을 꺼둔 채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리는데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옆집 사람이군!
나는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창문에 바짝 붙어섰다. 얼굴을 창에 잔뜩 밀착하고는 숨도 쉬지 않았다.
발소리는 내가 붙어있는 창을 지나 옆집 현관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그런데 뭐가 미심쩍은지, 자꾸 내 방 창 쪽을 기웃거렸다.
창이 열려있긴 했으나 나는 반대쪽에 딱 붙어있고, 불도 꺼져 있으므로 그가 볼 수 있는 건 암흑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내 얼굴이 있는 쪽까지 와서 몇 번을 더 기웃거리더니 이내 떠나버렸다.
옆집 인터폰에선 아무 응답이 없었다.
누굴까.
하는 짓이 영 수상하여 복도로 나와봤다.
그리고 내 방 창문을 보는데, 전혀 어둡지가 않았다. 거실에 켜놓은 불이 생각보다 환했다.
나는 설마.. 하며 내가 얼굴을 붙이고 서 있던 자리에 동그란 판을 가져다 대보았다. 그리고 복도로 다시 나와서 보는데 판의 무늬까지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그러니까 발소리의 주인공은, 창의 열린 쪽으론 빨간 부처를 보고, 닫힌 쪽으론 내 대가리의 또렷한 실루엣을 보았을 것이다.
그 모든 게 불편하여 그 역시 설마.. 하며 자꾸 창 쪽을 기웃거렸던 것이다.
부처에 미친 음침한 인간이 이마가 눌려가면서까지 창에 딱 붙어 서서 자신을 관찰하는데, 누군들 안 불편할까.
그러나 이웃이여,
이것은 단순한 오해다.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내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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