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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본 카지노 입플이 너무 늙어버렸다.

<어느 치매 노인의 일기 7편

*<어느 치매 노인의 일기는 90대 치매 할머니와 60대 딸, 20대 손녀가 함께 살며 겪는 따듯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엮은 장편 소설입니다. 본 소설은 완결까지 탈고된 상태로 브런치 공모전 용도로 맛보기차 업로드합니다. 공모전이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한 편씩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코로나가 불행만 가져다준 건 아니었다. 해외살이 10년 동안 한 번도 귀국한 적 없던 둘째카지노 입플이 마침내 돌아왔다. 코로나로 전세계가 툭하면 봉쇄를 일삼은 탓이었다. 둘째카지노 입플은 브라질에서 10년 가까이 이런저런 사업을 벌였으나, 남은 건 영광 없는 상처뿐이었다. 운이 안 풀려도 그렇게 안 풀릴 수가 없었다. 오랜 해외 생활로 가정은 파탄 났고, 하나뿐인 딸내미 얼굴을 못 본지 오래였다. 그렇게 10년 동안 해외를 떠돌다가 딸랑 몸뚱이 하나만 건져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로 남겨진 선택지가 없었다.


06


귀국하자마자 부인과 딸내미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당장 보여줄게 아무것도 없었다. 둘째 카지노 입플은 형 회사에서 다시 기반을 닦은 뒤 멋진 모습으로 가족들에게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 둘째카지노 입플은 창고 정리부터 장부 관리까지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금세 큰카지노 입플의 오른팔이 되었다.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홀로 겪은 모든 경험이 마침 큰카지노 입플에게 필요했던 자산이 됐고, 지혜가 됐다. 둘은 전생에 백년해로라도 맺었던 것처럼 그렇게 손발이 잘 맞았다.


그 해 겨울, 십여 년 만에 여섯 남매가 모였다. 카지노 입플 오늘이 무슨 날인가 영문도 모르고 분주하게 큰 상을 꺼내는 딸들을 바라봤다. 정말 오랜만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둘째네 집이었다.


카지노 입플 기분이 좋아 입 안에 막대사탕을 넣고 빨며 부엌에서 일하는 딸들을 바라봤다. 카지노 입플 옷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색동옷을 입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피부를 간지럽히는 기저귀도 사소하게 느껴졌다.


일찍 모인 딸들이 상다리가 부러질만큼 상을 차렸다. 큰딸과 둘째딸은 서로 경쟁하듯 제일 자신 있는 요리들을 선보였다. 저녁 무렵, 손자손녀와 사위들까지 차례로 집에 도착했다. 정말 간만에 좁은 집안이 한가득 채워졌다. 카지노 입플 알딸딸한 기분으로 상 가장 중앙에 앉아 “까꿍까꿍” 거리며 웃었다.


마침내 만찬이 준비되어 성질 급한 막내카지노 입플이 소주병과 맥주병을 빵빵 땄다. 그때,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만찬의 마지막 손님으로 큰카지노 입플과 둘째카지노 입플이 도착했다. 할머니는 큰카지노 입플을 바로 알아보고 또 좋아서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 큰카지노 입플 뒤에 따라 들어온 낯선 사내를 보고 “누구냐-”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둘째카지노 입플이 “엄마, 그동안 잘 지냈어?”하고 다가왔다. 할머니는 둘째카지노 입플이 옆에 와 앉을 때까지 카지노 입플을 알아보지 못했다. 둘째카지노 입플은 10년 만에 본 확 늙어버린 할머니를 보고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를 가운데 두고 큰카지노 입플과 둘째카지노 입플이 양 옆에 와 앉았다. 나머지 형제들은 다들 할머니에게 “엄마, 여기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하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할머니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카지노 입플 왔잖아, 카지노 입플!” 보다 못한 막내딸이 할머니를 놀리듯 말했다. 할머니는 잠시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더니 자기 양옆에 앉은 큰카지노 입플과 둘째카지노 입플을 한 번씩 쳐다봤다.


고개를 몇 번 돌아보더니 할머니는 마침내 “둘째냐?” 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둘째카지노 입플의 얼굴을 만졌다. 자식들 중 돌아가신 영감하고 가장 많이 닮은 둘째카지노 입플이기도 했다. “응, 엄마. 엄마 카지노 입플 왔어” 둘째카지노 입플은 자기 손에 올려진 할머니 손을 포개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카지노 입플 그제서야 “아이고, 우리 새끼, 우리 새끼가 왔네” 하며 울음을 쏟아냈다. 할머니 울음 소리에 맞춰 다들 기다렸다는 듯 눈물을 훔쳤다. “왜케 늙었냐, 왜케 늙어부렸어.” 카지노 입플 잃어버린 엄마를 찾은 어린아이처럼 흐엉하고 울었다.


10년 만에 본 둘째카지노 입플은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마냥 팍 늙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카지노 입플의 얼굴과 손을 연신 쓰다듬으며 할머니는 꺽꺽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십여 년이 걸렸다. 육남매가 다시 모이기까지. 혹시라도 할머니가 카지노 입플을 못 알아볼까 조마조마하던 불안감은 금방 기쁨의 축배로 바뀌었다. 다들 한바탕 울음을 쏟아낸 뒤, 막내카지노 입플이 소주잔을 들며 “자자, 엄마도 형을 알아봤으니 다들 형의 무사귀환을 위하여!”하고 축사를 올렸다.


“위하여!” 육남매와 가족들이 합창하듯 잔을 부딪혔다.


그날은 달조차도 함께 축배를 들듯 항아리잔을 닮은 붉은 보름달이 떴다.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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