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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에서 나는 멈춘다.

작년 이맘때의 고즈넉한 산사에 붉디붉은 자태로 피어나는 홍매화 관련 기사를 본 것이다. 바로 지리산 바카라사이트 각황전 옆의 홍매화다. 노트북에 띄운 신문기사 속 홍매화는 모니터를넘어 강렬하게 나에게 온다. '아름답다'는 느낌을 넘어서 '화엄세상'그 자체이다. 그 이후 나는 줄곳 지리산 자락에서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름다운 꽃을 피운 붉은빛이 매우 짙은 그 홍매화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해도 홍매화가 떠오르고 화엄세상에 마음이 고정된다. 참으로 신비한 경험이다.


"보고 싶어."

"꼭 가야겠어 바카라사이트에."


옆지기는 흔쾌히 시간을 내어 나의 바카라사이트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전날 미리손질해 놓은 재료로 김밥을 말고 미리 싸놓은 배낭에 넣어 서울역에 도착한다. 기차 출발시간 보다한참 일찍 도착하여 커피 한 잔 하며 기다리는 여유도 즐긴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역사 안에 적지 않게 움직이며 자신의 열차를 기다린다.


7시 3분 드디어 기차가 출발한다.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고 우리가 함께 어딘가로 떠나본 것이 얼마만인가. 발걸음이 경쾌하다. 나는 창가에 앉고 옆지기는 열차의 안쪽에앉는다. 우리는이야기를 나누다 깜박 잠들기도 하면서 창밖을 구경한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국토는 무채색이다. 남녘으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새싹이 돋고 꽃이 몇 송이 피어 있겠지 기대하면서 휙휙 지나가는 마을에 바카라사이트인 듯 하얀 꽃이 핀 나무가 나타나면 반가워 하기를 여러 번, 나의 기차는 금세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사의 분위기가 시골집 안마당 같은 포근한 역이다.


"구례역도 아니고 왜바카라사이트일까?"

"바카라사이트은 행정구역 상 구례군이 아니라 순천시야. 구례의 입구라는 의미로 바카라사이트이래."

"아하, 홍대입구역 같은 의미구나."


낮은 산 앞의 바카라사이트2025.3.21. 사진 남효정낮은 산 앞의 바카라사이트2025.3.21. 사진 남효정


바카라사이트 역사 안의 쓰인 설명을 언제 읽었는지 옆지기가 말한다.

구례구역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니 섬진감이 흐른다. 이름 만으로도 온갖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섬진강이 내 눈앞에 있다. 무엇이 바카라사이트 바쁘다고 나는 섬진강을 이리 오래도록 보지 못하고 살아왔는지 헛웃음이 나온다.백로 한 마리가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우아하게 날아오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감탄사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던가? 다양한 스포츠나 예술에 명장면이 있지만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지 않아도 자연은 본성에 배인 기본 움직임에 우아함이 있다.자연은 어찌하여 누구나가 우아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지 신비로울 뿐이다.


"바카라사이트에 들러서 홍매화를 보고 거기서부터 연결된 둘레길을 걷자."

"나는 걸어가고 싶은데 바카라사이트까지."

"너무 멀어 그럼 바카라사이트 못 걸을 거야."


바카라사이트까지는 큰 도로로 이어진다. 둘레길이 아니다. 인도조차 변변하게 마련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걷는 것은 위험할 거 같다. 걷고 싶은 마음을 조금 미루어둔다. 구례구역 앞 구례교에서 섬진감을 바라보다가 역 앞으로 돌아와 택시를 타고 바카라사이트까지 이동했다.


홍바카라사이트를 찾아 단숨에 계단을 올라간다. 숨이 찬다.


'몇 걸음만 더 가면 홍바카라사이트 나무를 직접 볼 수 있다.'


지리산 바카라사이트 각황전 옆의 홍매화는 신라 시대에 심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홍매화는 바카라사이트를 찾은 수많은 승려와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고요한 위안을 제공했다. 이 나무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역사의 변화를 목격했고, 특히 임진왜란 당시 바카라사이트가 불타는 와중에도 살아남아 그 자리를 지켰다. 홍매화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복구와 재건 과정을 통해 바카라사이트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지리산 바카라사이트의 각황전 옆 홍매화. 2025.3.21. 사진 남효정지리산 바카라사이트의 각황전 옆 홍매화. 2025.3.21. 사진 남효정


오랜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고목이 전라(全裸)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꽃을 보고 싶어 왔지만 이 앙상한 홍바카라사이트 나무는 앙상한 그 자태 그대로 숭고하고 아름답다. 말문이 막힌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나무를 본다. 경내에 홍바카라사이트 사진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의 말소리가 흐려지고 나의 의식은 오직 홍바카라사이트에게 집중된다.


'이 나무는 긴긴 세월 동안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왔을까?'

'바카라사이트가 불타는 순간 홍매화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여기에 살아가는 스님들이 피고 지고, 여기에 오고 간 수많은 사람들이피고 지는 걸 보았을 거야. 뭇 중생들의 번뇌와 해탈에 이르고 싶은거룩한 마음과 욕망과 일상의 고단함까지 나무는 모두 보고 알고 있겠지.'


꽃봉오리조차 맺지 않은 홍바카라사이트를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 바카라사이트 지붕아래 매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상쾌한 공기와 탁 트인 시야, 하늘을 향해 유연하게 곡선을 그리는 처마의 몸짓이 거침없이 미끈하고 아름답다.


들바카라사이트를 보러 이동하면서 계곡 물소리 고즈넉한 고요한 찻집을 본다. 작은 찻잔과 도자기 주전자가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신우대 숲을 걸어 계곡 아래로 내려가니 계곡물소리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바카라사이트 앞 찻집 야외테이블에서 점심을 먹고 지리산 둘레길 중 방광에서 오미 구간을 걷는다.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갈아놓은 밭에다 비료를 내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웬일인지 계속 우리를 따라오는 동네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을 뒤로하고 마을의 어느 집을 지난다.


"아, 홍바카라사이트다!"

"검붉은 빛깔에 향기도 진하네."


늪을 지나 숲으로 접어든다. 소나무 숲을 지날 때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형 때문에 스틱을 꺼내 들고 짚으며 걸으니 훨씬 수월하다. 계곡도 건너고 바카라사이트꽃이 활짝 핀 밭과 차밭도 지난다.


"와, 벌이 이렇게 많아! 향기 봐."

"청바카라사이트꽃에 꿀이 많나 보다."

"벌이 거의 다 사라진 줄 알고 걱정했는데 바카라사이트 자락에 다 모여 살고 있었구나!"

"붕붕 벌 나는 소리 들으며 봄에 이런 꽃길을 바카라사이트니 너무나 좋다."


계속해서 남녘땅을 걷는다. 상사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빈집도 보이고 산수유가 밖을 내다보는아름다운 돌담에 환상적인 정원을 꾸며놓고 사는집도 있다. 높은 담장 안에 갇힌 강아지의 울음이 있고 지난가을 붉게 여물었던 석류는 나무에 매달린 체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낸 모습이다. 그 마른 나뭇가지에서 머지않아 새 순이 돋아날 것이다.


상사마을 정원이 아름다운 집, 돌담이 예술이다. 2025.3.21. 사진 남효정상사마을 정원이 아름다운 집, 돌담이 예술이다. 2025.3.21. 사진 남효정


하루 종일 걸으니 답답했던마음이 한결 시원해졌다.

걸으며 지리산 아래 마을에 찾아오는 봄을 보았고 우리 부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섬진강을 바라보는 것도 아직 피지 않은 바카라사이트 각황전 옆화엄매를 만나고 그 나무의 삶을가늠해 보는 일도 뜻깊었다. 드넓은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여린 보리들을 바람이 쓰다듬는 모습을 보며 걷는 길은 더없이 행복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꿀벌수백 마리가 매화나무에서함께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 국토에 대한 애틋함이랄까 사랑이랄까. 어느 시인의 시에서나 느꼈던 것들이 나에게도 가라앉아 있어서 이 땅을 밟고 한 발 한 발 걸으니 위로 조금씩 올라오는 것인가.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와 들풀들이 자라는 논으로 나의 모자가 날아간다. 옆지기는 빠르게 달려가 모자를 가져다준다. 그가 논둑을 올라올 때발 옆에 꿀풀과 인 분홍빛 자주광대나물꽃이 귀엽게 피어있다. 마을을 통과하며 밭에 버려진 엄청난 양의 폐비닐이며 사용이 끝난 농사자재들이 쓰레기더미처럼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이것들은 몇 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여기 사는 사람들과 땅을 병들게 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자연농법, 유기농 등의 농법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동안 20km 정도를 걸었다. 해가 저물 무렵 섬진강가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의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주인 부부가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입는다. 얼굴에는 생글생글웃음을 담고 말한다. 가만히 보니 그들의 주름진 얼굴에 설렘과 봄이 가득하다.


"우리도 가게 닫고 이제 꽃 보러 가려고요."


삶은 거창한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바카라사이트 둘레길을 걸으며 또 한 번 깨닫는다. 삶의 껍데기를 키질하여 밖으로 떨구어 보내는 과정. 이것이 걷기다. 알곡만 남기고 껍데기는 버리는 과정. 오늘도 나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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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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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07:00 발행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3]

일 07:00 발행 [오늘 나는 걷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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