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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고 미미한 2025년 슬롯사이트 생활

[엄마의 식생활] 나를 2025년 슬롯사이트의 세계로 밀어 넣은 건 딸이었다

나는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산물과 달걀, 우유는 먹는 2025년 슬롯사이트주의자를 뜻한다. 페스코 2025년 슬롯사이트을 실천하는 유명인으로 가수 이효리가 있다.


육류를 끊은 첫 번째 목적은 건강이다.고질적인 변비와 소화불량을 고치기 위해 생선과 채소 위주로 식습관을 바꿨다.두 번째 목적은 신념이다.살아있는 것을 대량으로 키우고 죽여 상품화하는 공장식 축산이 불편해 소·돼지·닭의 2025년 슬롯사이트 피한다.


내가 2025년 슬롯사이트을 하는 건 두 번째 이유가 좀 더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 '왜 고기를 안 먹냐'고 물으면 일단 첫 번째 목적을 댄다.나의 2025년 슬롯사이트으로 육식하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


"상추는 안 불쌍해요?"라는 질문


2025년 슬롯사이트콩국수도 2025년 슬롯사이트이었어(출처 : 에디터 주영)


20대 때 어느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인턴 비서로 일한 적 있다. 함께 인턴으로 일한 동료는 나보다 대여섯 살 많은 분으로, 영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원 석사까지 마친 남자였다.


의원회관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던 어느 날이었다. 오삼불고기와 훈제오리가 반찬으로 나왔다. 육·해·공이 총출동한 메뉴를 보다가, 앞에 앉은 그에게 작은 고민을 털어놨다.


"인간의 미각을 위해 살다 죽는 동물들이 불쌍해요.
2025년 슬롯사이트 끊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 돼요."


당시에는 외국물을 좀 오래 먹은 그가 진보적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해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나는 그에게 오바마 같은 유연한 화법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트럼프 같은 맹렬한 공격이었다.


"동물만 불쌍해요? 상추는요? 겨우 싹 틔우고 자랐는데 인간에게 처참히 뽑히잖아요. 얼마나 딱해요. 물은요? 물도 생명이라고 하잖아요."


그날 호되게 털리며 겁을 먹은 뒤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2025년 슬롯사이트해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세미 베지테리언이 됐지만 지금도 굳이 정체성을 먼저 밝히지 않는다.TV토론에 오른 유력 대선 후보처럼 2025년 슬롯사이트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추궁당하는 상황만큼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엄마였다.엄마는 인간이 밥과 고기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믿었다. 내가 몸이 좀 안 좋다고 하면 엄마는 꼭 핏기가 선명한 소고기를 구워줬다. 2025년 슬롯사이트에 도전하는 내게 엄마는 가장 강력한 적군이었다.


부모님에게 2025년 슬롯사이트을 커밍아웃하기로 한 날. 엄마는 부대찌개지만 사실상 햄찌개에 가까운 음식을 들고 우리 집으로 왔다.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는 엄마 뒤에서 기는 듯한 목소리로 고백했다.


"엄마, 나 2025년 슬롯사이트하기로 했어."


두려운 마음에 "~해"가 아닌 "~하기로 했어"라는 애매한 종결어미를 써가며 각종 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2025년 슬롯사이트의 장점을 설명했다.잠시 침묵.


한강의 소설 <2025년 슬롯사이트주의자가 떠올랐다. 주인공 영혜가 고기를 끊자, 영혜의 아버지가 그녀 입에 탕수육을 쑤셔 넣는 장면. 혹시 우리 엄마도 아빠한테 일러서 내게 강제로 고기를 먹일까?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귀까지 들렸다.

"잘됐네. 채소 많이 먹고. 엄마가 뭐 만들어줄까?"


가장 격렬할 거라 예상했던 결전은 예상보다 허무하게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나의 의지와 인내뿐이었다. 혹시 몰라 싱크대에 숨겨뒀던 독일제 젤리를 버리고(동물성 젤라틴으로 만들었다), 배달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웠다(식당들이 대부분 고기 위주다).그렇게 시작한 2025년 슬롯사이트은 이제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2025년 슬롯사이트버섯 샐러드(출처 : 에디터 주영)


지금까지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은 '왜 고기 안 먹어?'가 아니라'아직도 고기 안 먹어?'였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며칠 해보다 시련을 겪고는 이만하면 됐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육식으로 돌아올 줄 알았나 보다. 남편도 이렇게 오래도록 치킨을 못 시켜 먹을 줄은 몰랐다는 눈치다.


만약 2025년 슬롯사이트이 오체투지처럼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싸움이었다면 알아서 조용히 그만뒀을 것이다. 완전 2025년 슬롯사이트으로 시작했다가 세미 2025년 슬롯사이트으로 후퇴한 까닭이다. 완전 2025년 슬롯사이트주의자인 비건은 모든 육식을 거부한다. 육류와 해산물은 물론이고 유제품, 달걀, 꿀 등 동물에서 얻은 식품은 먹지 않는다.


처음에는 비건이 될 작정이었다. 축산의 잔인함을 다룬 각종 서적을 읽으며 정치적 올바름으로 무장했지만 시작부터 강렬한 후회에 사로잡혔다.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 주변에 비건이 갈 만한 식당은 사실상 전무했다.달걀부침을 뺀 산채비빔밥과 치즈를 뺀 샐러드 정도.


상상력과 정보력이 빈곤한 초보 비건인 나는 남편이 유기농 밀가루로 구워준 바게트와 감자빵, 제과점에서 사온 호밀빵 등으로 버텼다. 탄수화물 과잉 섭취로 며칠 만에 3kg이 늘었다(매일 3km 이상 달렸는데도 살이 쪘다).


일단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생선, 달걀, 우유를 나 자신에게 허용했다.페스코 2025년 슬롯사이트은 일단 선택의 폭이 넓다. 외식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수 있다. 한식(생선구이, 아귀찜, 콩국수 등), 양식(마르게리타, 봉골레, 생선가스 등), 일식(생선 초밥, 우동, 메밀) 전부 가능하다. 단 게 당길 때는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


이제는 육류 없는 식단에 익숙해졌다. 아침에는 두유·사과·견과류를 먹고, 점심에는 생선 위주로 사 먹고, 저녁에는 버섯과 두부를 써서 만들어 먹는다. 회사에서 출출할 때 먹을 간식으로는 방울토마토를 싸 들고 다닌다. 이제는 별 고민 없이 육류를 피한다. 가끔 막창의 쫄깃함과 치킨의 고소함이 생각나지만 굳이 찾지 않는다.


사실 나의 2025년 슬롯사이트은 완벽하지 않다.거의 매일 생선을 먹기 때문에 살생의 총량은 2025년 슬롯사이트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아주 가끔 고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먹어야 할 땐 말 없이 그들의 선택에 따르기도 한다. 종교적 신념이 아니므로 고행하듯 2025년 슬롯사이트을 고집하진 않는다. 그래서 강한 실천력으로 비거니즘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 앞에서 나는 부끄러워진다.


2025년 슬롯사이트이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 것도 아니다.이효리처럼 군살 없는 몸매가 되지도, 내면의 깨달음을 얻으며 새 사람으로 거듭나지도 않았다. 건강은 아주 조금 좋아졌음을 느낀다. 일단 지독한 변비와 소화불량이 사라졌는데, 급하게 먹거나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여전히 소화제를 찾는다.그럼에도 나는 왜 애매하고 미미한 2025년 슬롯사이트을 지속하고 있을까.


아는 대로 살아가는 용기


살아온 세월이 길어질수록 여기저기서 보고 들어 알게 된 것들이 쌓인다. 아는 게 많아졌지만 그만큼 앎과 삶이 불일치하는 순간들도 늘어간다. 육식도 그중 하나였다. 공장식 축산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번거롭다는 이유로 2025년 슬롯사이트 쉽게 끊지 못했다.그런 나를 2025년 슬롯사이트의 세계로 밀어 넣은 건 딸아이였다.


다섯 살인 2025년 슬롯사이트는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볼 때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길에 쓰레기 버리면 안 되는데." 공중도덕을 익혀가는 게 기특해 "그러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라고 호응해주곤 했다.


공원에서 더 놀겠다는 2025년 슬롯사이트를 사탕으로 유인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2025년 슬롯사이트가 뜯어낸 사탕 포장지가 보도블록에 떨어졌다. 주울까, 말까. 잠시 멈춰 고민하다가 이내 2025년 슬롯사이트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2025년 슬롯사이트가 쓰레기를 줍겠다며 멈췄다. 나는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그냥 가자"며 잡아끌었다. "길에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2025년 슬롯사이트는 잡힌 손을 뿌리치고는 구겨진 쓰레기를 주워 내 손가방에 넣었다.


2025년 슬롯사이트는 자신이 알고 믿는 대로 행동할 줄 알았다. 엄마가 그냥 가도 된다고 유혹하는데도 포기하는 법을 몰랐다. 사소할지라도 배우고 느낀 대로 살아가고자 했다.나는 망설임 없이 쓰레기를 줍는 2025년 슬롯사이트에게서 내겐 없는 어떤 힘을 느꼈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고 쉽게 체념하던 나는, 2025년 슬롯사이트보다 강력하지만 2025년 슬롯사이트보다 무기력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그날 내 손가방에 담긴 그 쓰레기가 마음에 어떤 작용을 일으켰고, 정신을 차려보니 육류를 안 먹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2025년 슬롯사이트처럼 단순하고 거침없이 살기엔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엔 고려해야 할 현실이 많으니까. 다만 내가 아는 걸 차근차근 시도라도 해보겠다는 의지와 능동성만큼은 지키며 살아보고 싶어졌다.동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은 어린2025년 슬롯사이트처럼 산다는 게 아니라 어린2025년 슬롯사이트 때의 태도와 마음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2025년 슬롯사이트은 여러 사람의 지지를 얻으며 진행 중이다. 엄마는 고기 안 먹는 딸을 위해 콩국물을 사다 주고, 남편은 느타리버섯만 들어간 불고기를 만들어주며, 회사 선후배들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위한 회식 장소를 물색한다. 이들에게 충분히 격려받으며 걸음마를 떼는 돌쟁이처럼 나아간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경험을 쌓아간다.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아는 대로 살아보는 경험을 하나둘 늘려가고 있다. 요즘에는 환경 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쓰고 가죽 가방을 안 산다.실패하는 날이 더 많지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걸어가는 2025년 슬롯사이트처럼 계속 시도한다.그렇게만 산다면 내 삶이 어려지진 못해도 꽤 젊어질 질 것 같다. 그 태도와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2025년 슬롯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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