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때부터 슬롯사이트의 안티크리스트를 읽었으니 이제 처음 슬롯사이트와 접한 지 44년이 되었습니다.
아마 철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치고는 꽤 진지한슬롯사이트 읽기를 평생 해온 것 같습니다.학자가 아닌 슬롯사이트 애호가로서 저의 경험을 나눕니다.
1. 슬롯사이트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은가?
최악의 선택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제일 먼저 읽는 것입니다. 슬롯사이트의 최대 걸작이라고 많이 언급되고, 슬롯사이트를 읽으면 당연히 이 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집어드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지루한 책입니다. 성경 구절을 패러디하고, 상징적인 구절이 많지만 그만큼 현대의 독자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낡은 냄새가 풍기는 책입니다. 아마 이 책을 읽다가 포기해서 슬롯사이트와 영원히 헤어지는 독자도 많을 겁니다.
2.가장 먼저 읽으면 좋은 슬롯사이트의 책
개인적인 이유에서 이기도 하겠지만 슬롯사이트의안티크리스트또는 한국어로 말하면 "적그리스도"는 슬롯사이트의 폭발적인 문장 구사력을 느끼기에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논쟁 거리가 되는 기독교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든 아니든 간에 흥미진진한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때 이 책을 다 읽고 뒷산 꼭대기에 올라가 저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거대한 세상을 발견한 듯한 흥분을 느낀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독교에 대한 역사비평과 예수에 대한 독특한 심리학적 해석이 곁들여진 책으로 덤덤하게 평가할수있지만 아직 많은 책을 읽지 못하고 기독교 교리의 틀 안에 갇혀있던 어린 소년에게는 이 책은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안티크리스트는 슬롯사이트가 좋은 책의 조건이라고 말한 빠르고 활발한 "문체의 템포"가 완성된 책입니다. 각각의 문장이 격렬한 템포로 앞으로 전진해 가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이 책을 쓰고 일 년도 되지 않아 슬롯사이트가 미쳐버린 것을 생각하면 무너지기 직전의 슬롯사이트의 정신의 최고치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303슬롯사이트를 좀 더 깊게 알기 원할 때추천하는 책
안티크리스트로 슬롯사이트를 시작한 후 슬롯사이트의 철학을 좀 더 알고 싶을 때는 "선악의 피안"을 권합니다. 슬롯사이트가 평생 다룬 주제가 거의 다 들어가 있으면서 초기나 중기의 어설픈 문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슬롯사이트 특유의스타일이완성된 책입니다. 특별히 책의 초반에서 독일 관념론 철학자들을 하나씩 뭉개버리는부분은 슬롯사이트 아닌 다른 철학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재미를 줍니다.슬롯사이트의 학위 논문을 심사한 교수가 "자네는 논문을 프랑스 소설처럼 쓰는 재주가 있어"라고 감탄했다는 슬롯사이트의 문장력이 십분 발휘된 책입니다.
4. 슬롯사이트를 진지하게 연구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권하는 책
일반인의 독서 수준보다 더 깊이 슬롯사이트를 읽기 원하시면 "도덕의 계보"를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의 도덕관을 비웃으면서 역사와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도덕의 기원을 밝히는 책입니다 슬롯사이트가 쓴 책중에서 가장 학술적인 문체로 쓰였으며, 실제로 현대의 슬롯사이트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탐구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슬롯사이트의 다른 책들보다 길고 조금은 지루한 이 책을 오래전 대학시절 때 읽고 제가 얻은 이 책의 결론 중 하나는 슬롯사이트가 깨달은 양심의 실체는 칸트가 말한 고매한 도덕률 같은 것이 아니라잘못을 한 노예의 등에 채찍질 자국이 남듯이 원시적인 인간의 정신에 새겨진 채찍 자국이라는겁니다.
5. 아직도 슬롯사이트가 쓴 책이라고 팔리고 있는 가짜 책
"나의 누이와 나"라는 책은 슬롯사이트가 쓴 것이 아닙니다. 슬롯사이트의 책을 몇 권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허접한 문체는 아무리 슬롯사이트가 정신병원 시절에 몰래 쓴 책이라고 주장해도 절대 슬롯사이트와는 상관이 없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슬롯사이트 연구자 발터 카우프만이 그의 유명한 슬롯사이트 연구서에서 밝힌 바로는 "나의 누이와 나"는 독일어 원본이 발견되지 않고 영문 번역본이라고 주장하는 원고 밖에 없습니다.그리고 책의 곳곳에 슬롯사이트가 살았던 시대의독일에는알려지지 않았던지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최근에 슬롯사이트의 정신병원 시절에쓰여진의사의 소견 같은 자료가 공유되면서 "나의 누이와 나"가 가짜라는 결론은 이미 외국의 슬롯사이트학자들 사이에서는 확정된 사실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 책이 버젓이 슬롯사이트의 책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정신병원 입원 말기의 슬롯사이트는 자신의인분을 먹을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로 책을 썼을 가능성은 없습니다.(사실 "나의 누이와 나"는 정상적인 슬롯사이트에게인분을 억지로 먹였으면 나왔을 수준의 책이기는 합니다.)
6. 나머지 책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등 그 밖의 슬롯사이트의 책들은 제가 보기에는 그가 죽기 몇 년 전에 쓴 걸작들을 위한 준비 단계의 책들입니다.
스타일의 완성이나 정제된 내용으로 따지면 그의 말기 작품들보다 못하고, 결정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읽고 난 후에는 아마 별로 재미가 없을 겁니다.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슬롯사이트 읽기를 원하시는독자들에게제가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책은 "이 사람을 보라"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제가 이전에 쓴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S. 슬롯사이트에 관한 입문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슬롯사이트 입문서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고 있지만 정말로 좋은 책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읽어본 슬롯사이트 입문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권을 소개합니다.
1.알랭 드 보통이 쓴 "철학의 위안"의 한 챕터인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하여" (Consolation for Difficulties)는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슬롯사이트 입문서 중에 최고입니다. 책의 한 챕터에 불과하지만, 웬만한 입문서보다도 훨씬 더 훌륭하게 슬롯사이트의 철학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슬롯사이트가 쓴 책을 읽지 않고, 슬롯사이트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으신다면 이 책의 이 챕터 하나만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2.젊은 슬롯사이트 (Young Nietzsche)는 슬롯사이트의 저작을 다 읽으시고, 슬롯사이트에 관한 책들은 거의 다 섭렵하신 분들, 그리고 영어 독해가 가능하신 분들에게 권합니다. 이 책은 슬롯사이트의 유년기부터 슬롯사이트가 철학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다룬 책입니다. 다시 말하면 슬롯사이트의 생애의 초반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일반적인 슬롯사이트 입문서를 찾으시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슬롯사이트라는 인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실만한 책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