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식이를 시켜서 주기로 하였다. 식사는 환자 식당에서 와서 바로 앞 테이블에 놓여 있다. 환자 침대, 환자 입에서 정확히 1.5m 떨어진 곳에 환자 식판이 있다. 환자는 그 식판을 보고 본인 식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밥을 환자 옆에 가져다줄 상황이 지금 아니라 조금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아까부터 그 식판을 보고, 슬롯사이트픔을 느꼈던 환자는 나를 보자마자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 밥 슬롯사이트. 말하는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어제까지 아프고, 정신없어하고 통증에 온 인상으로 찌푸리고 있던 슬롯사이트였다. 그렇게 진통제를 주고, 달래 보아도 아프다고 인상, 화까지 내던 슬롯사이트다.
이제 몸도 좋아지고, 배도 고프다고 말하는 슬롯사이트.
밥 달라는 말이 그렇게 반갑다.
아침 식사를 이제 막 시작한 슬롯사이트를 바라본다.
어제는 스스로 숟가락을 들지 못하던 슬롯사이트가 오늘은 스스로 숟가락을 꽉 잡고 밥, 국을 뜨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슬롯사이트가 좋아졌다는 증거다.
어제까지 옆에 간병인이 숟가락에 밥을 떠먹여 주는 상황이었다.
슬롯사이트는 입만 간신히 벌리고 밥을 먹었으나 오늘은 당당히 스스로 밥을 떠먹는다. 아주 좋은 상황이고 좋아졌다는 신호다.
숟가락에 밥을 가득 뜬다.
어제, 그제까지 밥을 찔끔 떠먹던 슬롯사이트가 오늘은 한 수저 가득 밥을 떠먹는다.
숟가락에 가득 들은 밥이 탐스럽게 보인다. 쌀밥을 한가득 담는 모습은 곧 국, 반찬도 가득 떠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