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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은근히 재미있네...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를 조금이나마 지킨다는 보람.
어디에 포인트 쌓는듯한 성취감.
혹은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적에게 잡히지 않았다는 안도감.

슬롯사이트봉지와의 전쟁 선포!

발단은 어느 날 부엌 서랍을 정리하면 서다.
물건 살 때 포장지로 가져온 슬롯사이트들 중 나름 깨끗한 것들을 한 서랍 안에 계속 넣어두는데 그날, 드디어 서랍 문이 닫히지 않았다. 포화상태!
서랍 문을 빼내어보니 서랍 뒤쪽 빈 공간에도 가득가득.
서랍을 바닥에 엎으니 눌려있던 봉지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검은 봉투, 음식 테이크아웃 봉투, 상표가 인쇄된 봉투, 의류 등등을 살 때 담은 봉투들...
물론 바로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이렇게 쌓이지 않았겠지만 이 멀쩡한걸 걸 버린다고?
엄마는 먹은 요플레 빈 통도 버리지 않고 씻어 모아두셨다. 결국은 왕창 버리게 되더라도.
이 아까운 멀쩡한 슬롯사이트을 버려?
어딘가에 쓰일 거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끝없이 나오는 서랍 속 슬롯사이트-



70년대 지방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서울 다녀온 동료 교사가 희한한 물건을 가져왔다.
달걀 안 흰 막처럼 불투명한 뽀얀 봉지.
그게슬롯사이트봉지였다.
차츰 모두가 쓰게 되었지만 귀한 물건이라 씻어 말려 반복 사용.
예전 포장지는 대개 신문지.
시장에서 생선이나 쇠고기를 살 때도, 군고구마를 살 때도 사용되었고,
명절날 귀가하는 친척들에게 남은 떡이나 전을 나누어 줄 때도 신문지에 싸서 드렸다.
신문지에 싸인 떡을 먹으려면 어쩌다 떡에 묻은 신문지 조각을 떼야하고 신문지 냄새가 얼핏 났다.
그런데 놀라운 슬롯사이트봉지의 출현!
깨끗하다, 가볍고 편리하다, 방수도 된다. 값까지 싸다.
사용 후 더러우면 쓰레기통에 투척, 깨끗하면 분리수거함에.
버려도 재활용된다니 양심에 거리낌도 없지.

널리 사용된 지는 40여 년이 넘은 이것.
만드는데 5초
쓰는데 25분
썩어 없어지는데 100년.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재활용되는 줄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정작 재활용되는 건 10%도 안 되고 72%는 매립장이나 바다로 흘러간단다.
그 과정에서 산과 들, 하천을 뒤덮고, 토양을 썩게 한다.
강으로 도달해서 막을 형성하여 수생식물을 죽게 한다.
물개나 거북이들이 해파리인 줄 착각하고 먹고 죽는다.
미세 가루들은 물고기 입으로 들어가고 그 생선을 사람이 먹는단다.
내가 무심히 버린 슬롯사이트봉지가 미세 슬롯사이트이 되어 우리 식탁의 소금, 수돗물, 맥주 속에 남아 내 위장에까지 다다른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어느 지방의슬롯사이트 쓰레기 산-



버리자니 재활용이 쉽지 않고
태우자니 공기오염이 된단다.
어쩌란 말이냐?

결국 나는 슬롯사이트을 선포했다.
더 이상의 슬롯사이트은 내 집안에 가능한 입장 금지!
적어도 부엌 서랍 안의 저 무시무시한 슬롯사이트들을 쓰고 다시 또
써서 다 없어질 때까지.

종이 쇼핑백.
재활용은 가능하나
이것도 버리지 않고 모으다 보니 좁은 집에 먼지를 이고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네.
이 애도 가능한 입장 금지!

3초만 시간을 들이면 되었다.
장 보기 전, 장바구니나 모아둔 슬롯사이트봉지들이나 종이백을 접어 가방 안에 챙기기.

쇼핑센터에서 산 간단한 물건 등은 가능한 한 종이봉투 없이 백 안에 물건만 넣기.
쇼핑의 재미는 사실 아름다운 쇼핑백이지만...
약국에서나 김밥 집에서는 "약만, 포일에 싼 김밥만 주세요."
가게에서 테이크아웃 음식 등은 포장할 때는 준비해 간 슬롯사이트봉지에 넣어달라고 했다.
본죽이나 치킨 등을 넣은 것을포장해 줄 때는, 전에 그 집에서 받은 포장을 가져가 거기에 넣어 달라고 했다.
7월 3일은 '세계 슬롯사이트 안 쓰는 날'
2019년부터 슈퍼에서의 일회용 슬롯사이트봉지사용은 금지다.
문제는 아직 규제가 없는 동네 시장.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물건 살 때마다 넣어주시는 슬롯사이트봉지들을 줄줄이 받아 가지고 오게 된다.
시장 가기 전 3초 준비. 임전무퇴!
쇼핑백, 튼튼한 큰 슬롯사이트과 중간 것들을 준비한다.
"봉지 필요 없어요."
"같이 넣어주세요."
슬롯사이트에 필요한 두 마디.
오이 가지 호박잎들은 준비해 갔던 장보기 백 안에 차곡차곡 넣는다.
흙 묻은 당근은 쓰던 슬롯사이트 안에.
슬롯사이트포장된 뻥과자를 큰 봉지에 한 번 더 담아주시려는 주인에게 "그냥 주세요."
한 손에 뻥 과자를 덜렁덜렁 들고 오다 동네 꼬마들을 만나면 하나씩 빼내어 선심.
귀가하여, 사가지고 온 물건들을 펼치면서 회심의 미소.
왔노라, 거절했노라, 이겼노라!
오늘도 적이 된 새 슬롯사이트봉지
우리 집 입장 차단!

그래도 여전히 우리 집에 은근슬쩍 잠입하는 적들은 많다.
택배 속의 물건들- 식품, 수산물, 의류, 책 등등을 싼 슬롯사이트들. 뽕뽕이들.
슈퍼에서는 종량제 봉투나 빈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을 수 있으나 갑작스럽게 시장을 갈 때는 슬롯사이트봉지를 또 받아오게 된다.
서랍 속 슬롯사이트 수는 잘 줄지 않는다.
그러나 슬롯사이트선포 '3초 준비' 후에는 예전같이 많이 늘지는 않는다.

그린피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일인당 슬롯사이트봉지 사용수는 460개다.
독일의 6배, 핀란드의 100 베란다.
슬롯사이트을 재생하여 옷이나 다른 물건을 만드는 재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슬롯사이트 대신 친환경인 '종이봉투 1톤을 만들려면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단다.
분해가 쉬운 '친환경 슬롯사이트봉지'는 일반 슬롯사이트보다 2~3배 비싸고 재활용이 불가능하단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환경보호를 위한 3R 세 가지
*리사이클링 Recycling 재활용.
*리듀스 Reduce 쓰레기 줄이기
*리유스 Reuse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도 재사용하기도 한도가 있으니 아예 안 쓰는 게 나을 듯하다.
사랑하는 손주들에게 쪼금이라도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3초 준비'
슬롯사이트봉지과의 전쟁에서 적을 내 집안에 가능한 한 들여 넣지 않기.
아슬아슬하게, 봉지 숫자를 늘리지 않음에서 오는 성취감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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