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책을 천 권쯤 읽은 친구가 하나 있다. 그녀는 카지노 입플 싫어한다. 그녀가 읽기 좋아하는 것은 소설이다. 그녀에게 에세이란, '왜 내가 당신의 감성 따위를 읽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참 안 궁금한 장르 중 하나다. 카지노 입플 싫어하는 또 하나의 친구가 있다. 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여행 에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글쓰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나도 골라 먹는 반찬이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카지노 입플 (싫어할지언정) 무시하면 안 된다.
사소한 생각은 쉬우나, 사소한 글쓰기란 어렵다. 그것은 에세이에는 '글짓기 능력'보다는 '글쓰기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붙들고 쓰는 것이다. 문득, 얼핏, 잠깐, 그냥, 지나가려는 생각 하나를 잡고 부들부들 글로 짜 내는 것이다. 수많은 에세이 작가들이 그들의 에세이에서 밝혔듯, 다른 모든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에세이 또한 엉덩이의 힘으로 써야 한다. 여행 에세이, 푸드 에세이, 생활 에세이, 모두 그렇다. 그냥 연필이 달리는 대로 작두 타듯 좍 좍 써지는 에세이는 없다.(아마도 김훈 작가 정도라면!) 브런치에는 '자발적 마감 노동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꾸준히 카지노 입플 써내려가는 분이 있다. 나는 그분이 '노동'이라 이름 붙인 자발적 마감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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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입플 쓰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짐작을 한다. 내가 이걸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래서일 것이다. 저런 사람들의 저런 행동은 아마도 저래서일 것이다.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짐작들을, 그래도 이리저리 고개를 내밀며 이래저래 해본다. 아마도 에세이에서는, 아마도라는 말이 수백 번 나와도, 아마도 괜찮은가 보다.
카지노 입플 쓰는 사람들은 자꾸 누가 시키지도 않은 다짐을 한다.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쩌나- 온갖 망상에 공상들을 풀어놓고는, 마지막 문단에 와 갑자기 다 괜찮아질 거라며 거창한 긍정과 비장한 다짐을 한다. 내일부턴 무조건 행복하자며.
그러나 우리는 카지노 입플 (손발은 오그라들지언정) 무시하면 안 된다.
카지노 입플는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냉장고에는 내가 먹고살 것이 얼마나, 무엇 무엇이 남았나 문을 열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구멍 난 런닝을 내보인 양 읽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기 때문이다. 카지노 입플가 하는 그 어떤 공상과 망상도 가장 오늘에 가까운 관찰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어떤 카지노 입플 책이 될 만큼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는 모든 반복되는 사소함들을 머리가 뜨끈해질 만큼, 빵꾸가 뚫릴 만큼 들여다보았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해서, 지금 창 밖을 지나가는 바람 한 점에 대해서, 색바랜 행주에 대해서, 문득 떠오른 십 년 전 여행에 대해서. 빨래를 하다가 말고, 널다가 말고, 밥을 짓다가 말고, 길을 걷다가 말고, 컵에 우유를 따르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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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입플 읽고 나면, 사실 별로 남는 게 없다. 에세이라는 게 당최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거니와 꼭지와 꼭지 사이의 연관성 또한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모음이다. 우리의 뇌 안에서 어중이떠중이로 취급받던 생각의 부스러기를 박박 긁어 쓴 이것과 저것의 모음. 그렇기에 에세이는 그 어떤 선 굵은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다. 그냥, 그래서 그런 것들을 쓴 그래서 그렇다는 글이다. 그래서 종종 에세이는 핀잔을 듣는다. 일기는 너 일기장에 적으라며.
그러나 우리는 카지노 입플 (남는 장사가 아닐지언정) 무시하면 안 된다.
에세이 안에는 '내용' 대신 '내면'이 있다. 궁금한 정보나 알고 싶은 지식이 없을지언정 나도 몰랐던 나의 생각이 있다. 간접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대단히 새로운 '남 얘기'가 없을지언정 나도 몰랐던 내 이야기가 있다. 남에게 이런 이런 책을 읽었다며 설명할 순 없지만 이 책 참 좋았다며 선물하고 싶어진다. 에세이는 음미할 줄 안다. 생각과 감정을 나노 단위로 쪼개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히 풀어쓴다. 수많은 글의 장르 중에서 카지노 입플 좋아하는 건, 그러니까 우리가 수많은 먹방러의 '맛있다' 사이에서 군계일학으로 돋보이는 김준현의 맛 표현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김 프로!)
그러므로, 카지노 입플 읽으면 맛, 혹은 느낌이 남는다. 그 역시 대단한 느낌은 아니다. 그냥, 그래서 그런 것들이라 그래서 그렇다는 느낌이 남는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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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할 줄 알면 누구나 카피를 쓴다는 말에 대꾸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어른이 적는 조금은 긴 일기 따위가 말하자면 카지노 입플 아니냐는 말에도 나는 굳이 대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런 카지노 입플 따위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고 즐거움과 행복을 얻으며 사는 건 무어라 설명할 건지, 한번 묻고는 싶다.
책을 쓰게 되었다. 작년부터 브런치에 적어 오던, 직장생활에 관한 고민 카지노 입플다. 마감을 두어 달 남기고 회사에서는 곧 팀을 옮길 예정이라 정말이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되었는데, 이놈의 카지노 입플는 한 발짝 진도 빼기가 너무나 '어렵고 있다'(왠지 이 어려움엔 -ing를 써야 할 것 같다). 자꾸만 단어 단어에 힘이 들어가거나 문단 문단의 연결이 억지스럽거나 글감 글감마다 누구를 가르치려는 태도가 읽히는 통에 기겁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게 꿀밤을 꿀, 먹이며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느라 지금 내 원고는 꿀 먹은 벙어리 상태다.
그렇게 어렵고 보니 참 나는 카지노 입플 무시하면 안 된다.나도 저들처럼 너무나 에세이가 쓰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읽은 어떤 이의 에세이처럼, 첫 문장부터 줄을 좍좍 그어가며 그래 그렇지, 맞아 그랬어, 할 수 있는 카지노 입플 쭉쭉 써내려가고 싶다. 아니, 잘 쓰고 못 쓰고는 두 번째 문제다. 일단 쓰고 있는 사람이고(-ing) 싶다. 머릿속을 시시때때로 지나가는 이 야속한 사소함들을, 나도 그들처럼 사소하지 않게 꽈악 잡아 꾹 꾹 눌러 써두고 싶다.
그래서 한번 써 보았다. 내가 돈 받고 써야 할 에세이가 아닌, 지나가던 생각을 잡아 적은 이 쓸데없는 카지노 입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