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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사이트(島) 애가


슬롯 사이트(島)애가


배떠나 서러웁고 배오면 설레이어

04

수평선 흰구름따라 그리운맘 보내다


하롯밤 초야지내 새벽녘 밝자마자

먼바다 떠난슬롯 사이트 곧바로 오실지라

동트는 새벽새벽에 마중하러 나가다


신새벽 바닷바람 온몸에 받고받아

슬롯 사이트돌 바위우에 홀로이 버텨서서

저멀리 동녘수평선 하염없이 보누나


내님아 님아님아 그리운 그대님아

맞바람 가슴안고 서글피 홀로서서

동녘에 붉은이가슴 어이하나 슬롯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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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바다는 늘그리움으로 넘치는 모양이다. 시커먼 바위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부둣가에는 늘 무슨 사연이 날실씨실처럼 얽혀 있는지 가는 이 오는 이마다 바다 저 멀리 수평선 그 너머에다 화다닥 풀어놓은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서로 간에 늘어놓기 바쁘다.

“에고, 범석이네 둘째가 육지에 배 닿자마자 후다닥 달아났다지 뭐여…….”

“잘했지 뭐. 여기서 썩는 것보다 뭍에서 구르는 게 더 나아…….”

“그게 아녀……. 저 뭍에 있는 정다방 그 여우 같은 년이 살살 꼬드겼다니까…….”

“잘됐네 뭐. 이 시커먼 섬에서 백년 살아봐야 뭐 남아? 뭍에 가서 재미 볼 거 다 보고 죽으라고 혀…….”

“그게 아니라니까……. 지 아부지 신용조합에 모아놓은 돈 싹 빼서 달아났다니까…….”

“팔자 좋게 됐구먼. 여기 시커먼 바위섬에 뭐 볼 거 있겄어? 지 아비 돈이라도 챙겨서 토꼈으니 굶어죽진 않겠구먼…….”

“이 슬롯 사이트아, 그 돈이 뭔 돈인지 아는감? 그 집 일가친척 모두 뼈 빠지게 일해서 맡겨놓은 돈이여…….”

“염병……, 그렇게 맡길 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그려.”

“에헤, 이 냥반…….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무정하게 말하면 안 되여……. 임자네 아줌씨도 거기에 돈 넣어놨다던데……. ”

“무정인지 유정인지 내 알 바 아니고……. 아니, 근데……, 뭐? 우리 여편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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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한복판에보름달 둥실 뜬 바다. 저녁녘까지만 해도 바람이 몹시 불더니 밤하늘에 잔별들 무수히 흩어지고 고운 감청빛 밤하늘 한복판엔 둥근 달이 휘영청 떠서 그 주위로 큼직한 달무리가 곱게 휘감긴 채 빛나고 있다. 아마 내일 한낮쯤부터는 비가 좀 내리려나 보다. 잘 됐다. 그렇잖아도 가뭄이네 하며 걱정들이 많던데.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부두에서 좀 떨어진 섬마당 위쪽, 예전엔 서낭당으로 쓰였다는데 지금은 지역문화재로 등재하느니 마느니 하면서도 아무도 손대지 않아 폐허처럼 변한 폐가 그 바로 위쪽의 오막살이 집 한 채에 온 마을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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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도 훨씬더 된 옛적에 지어져 거의 무너져 내리다시피 한 그 오막살이에 한 여인, 슬롯 사이트이 오래 전부터 ‘검녀’라고 부르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검녀는 눈도 잘 안 보이다시피 하는 데다 건강 역시 극히 안 좋은 상태인데도 한사코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고 하여 온 동네슬롯 사이트의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검녀는 이러한 상태에서도 매일 새벽녘이면 그 가녀린 몸피를 가까스로 추스르고 슬롯 사이트 바위가 울퉁불퉁 솟아 있는 절벽 위로 가는 것이다. 눈이 어두운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어떻게 길을 잘 찾아가는지, 심지어 바다폭풍이 몰아치고 눈바람 비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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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슬롯 사이트은 검은도 마을을 이곳저곳 잠시 살펴보고는 아무런 말 없이 그냥 떠나고 말았다. 워낙 작은 섬이고 사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아 낯선 이가 있다면 금방 눈에 띄었을 터여서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섬 가장자리는 부두만 빼놓고는 거친 검은 돌투성이였고, 섬 안쪽의 숲도 그리 깊지 않아 낯선 이가 있거나 혹 몰래 숨어든 이가 있다 하더라고 금방 눈에 띄었을 것이다.

또한 검은도 둘레의 해안은 포구 주변 말고는 모두 거친 절벽이거나 나무 한 그루 없이 검은 자갈돌만 나뒹구는 자그마한 텃밭 같은 황량한 곳이어서 누군가가 몰래 숨어 있을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오직 포구 주변에만 섬슬롯 사이트이 몰려 살고 있었고, 딱 한 집만 섬 안쪽으로 다소 깊이 들어가 약간은 기괴하고도 거의 쓰러질 듯한 형태로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 집은 한눈에 보기에도 폐가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다가, 그 집 앞에 나와서 온통 흐트러진 머리칼에 눈이 퀭한 아낙이 아주 초췌하고도 겁먹은 눈으로 사람을 피하는 모양새가 수상하다는 것보다는 어딘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어서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형사일행이섬을 떠난 이후 검녀는 며칠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뒤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때에 그 폐가 뒤쪽으로 꽤 들어간 곳에서 때 아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섬슬롯 사이트은 혹여 숲에 화재가 났나 싶어 화들짝 놀라서 몇몇 사람이 삽이나 쇠스랑 등을 들고 뛰어가 보았더니, 검녀가 폐가 뒤쪽에서 무엇인가를 불에 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검녀는 섬슬롯 사이트이 몰려온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불에 타고 있던 종이들을 끄집어내어 가슴에 안고서 숲 뒤쪽으로 뛰어 들어가 도망쳤다. 슬롯 사이트이 불이 지펴졌던 곳에 가보니 오래된 서류 같은 것들이 불에 탄 채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그것들을 주워서 불을 끄고 재를 털어내고 살펴보았으나 무슨 뜻인지 모를 글 일부만 보일 뿐 그 내용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그 뒤 검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은 집에서 나오지 않더니 어느 날인가부터 슬롯 사이트 눈을 피해 슬금슬금 돌아다니기 시작했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평상시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섬마을 슬롯 사이트은 그 일로 인해 혹 검녀 가족이 뭍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도망쳐 온 모양이라며 수군수군했지만, 그것도 잠시 지나자 슬롯 사이트 머리에서 사라지고 거친 바다와 싸우는 데 온 정신을 쏟고 말았다.



그 이후로세상은 어김없이 제 순리(?)대로 흘러가고, 슬롯 사이트은 나이가 들고, 인명은 재천(在天)에 따라 지고 나고 하면서 검은도는 파도와 바람과 세월에 파묻힌 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러한 세월 속에서 검녀는 매일 새벽 동트기 전에 포구 위쪽의 못생긴 슬롯 사이트 바위 위로 올라가서 동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서 있다가 슬롯 사이트 파도 울어대는 먼 바다 위로 붉은 해 불쑥 솟아올라 하늘이고 바다고 모두 붉게 물들인 뒤 둥실 하늘로 떠오르면 한동안 퀭한 눈으로 먼 하늘 바라보다가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또 하세월이 지난 어느 날인가부터 부둣가 검은 바위 위에서 검녀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섬슬롯 사이트 몇몇이 그 폐가 오두막을 찾아가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역한 냄새가 확 밀려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슬롯 사이트가 깔끔하게 정돈된 요 위에 이불도 덮지 않고 숨이 끊어진 채고요히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검녀의 머리맡에는 무엇인가를 쓴 종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 삐뚤빼뚤 써놓은 글이 적혀 있었다. 슬롯 사이트은 검녀가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있어서 깜짝 놀라면서도 서로 돌아가며 읽어 보았다.



. . . 남겨두고 가소서


머얼리 멀리멀리 저멀리 저멀리서

내슬롯 사이트 사알며시 살며시 다가오셔

정다운 손길내밀어 내두손을 잡으다


눈물이 내눈물이 눈에서 흘러흘러

내님의 손잔등을 촉촉이 적셔적셔

아라리 아라리어라 내님마음 아프리


아스라 아스리라 내님아 내슬롯 사이트

내눈물 거두고서 두눈을 들어들어

님얼골 그리운얼골 바라보려 하노니


이제야 이제서야 오셨소 오셨구려

한평생 기다리다 이렇게 누웠더니

이렇듯 사알살며시 슬롯 사이트슬롯 사이트 오셨소


그러나 어찌하오 이렇듯 늙은몸이

치장도 아니하고 님맞아 서러울제

내님은 님은내님은 말도없이 섰구려


슬롯 사이트 내슬롯 사이트 한말씀 하시구려

내얼골 보고잡혀 먼하늘 바라보며

흰구름 한아름떠서 매일같이 보냈다고


맞아요 맞아맞어 먼하늘 두둥실실

바람에 실려오는 흰구름 구름속에

님소식 꾹꾹담겨서 혹여저나 오려시나


한서린 아린가슴 눈들어 하늘보며

저구름 구름속에 님소식 가득하여

소낙비 쏟아내릴제 님소식도 내리려나


아서리 아서스리 저구름 저멀리로

흘러서 흘러흘러 수평선 저너머로

지는해 따라따라서 야속히도 가는구나


슬롯 사이트 내슬롯 사이트 슬롯 사이트 님아님아

얄며이 떠나려면 정녕히 떠나려면

못다한 눈물사랑은 남겨두고 가소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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