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리는 음식이 딱히 없다. '반찬투정'이라는 단어를 어릴 때 읽었던 교육용 만화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어린이 주인공이 파라오 슬롯;햄이 하나도 없네?파라오 슬롯;라는 말을 꺼내고 그 집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지는 장면을 보면서 반찬투정은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았는데.. 그러기에는 우리 집의 식탁은 맛있는 반찬이 가득하지는 않아도 훌륭했다. 물론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
근데 유일하게 내가 안 먹는 음식은 '오이냉국'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파라오 슬롯;오이를 싫어하세요?파라오 슬롯;가 높은 확률로 날아오는데 늘 똑같은 대답으로 파라오 슬롯;아뇨... 오이도 좋아하고 냉국도 좋아하는데 그 두 개를 합친걸 안 먹어요.파라오 슬롯;라고 말한다. 다소 뚱딴지같은 대답이지만 정말 그 두 개를 합친 오이냉국은 입에 거의 대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근데 안 먹는 거지 절대 못 먹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말자!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굉장히 많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각자의 소울푸드가 있다. 보통의 사람들의 소울푸드는제육볶음, 돈가스그리고국밥이 있다고 한다. 무조건 공감한다.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 혼자서 식당에서 먹어도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다. 그에 반해 오늘 이야기할파라오 슬롯은 혼자서 구워 먹기에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다. 식당에서 혼자 구워 먹으려면 마치 혼자 식사를 하는 것에 달관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 같고 집에서 혼자 먹기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소울푸드 3 대장을뒤로한 부동의 1위를 파라오 슬롯로 한 이유는 파라오 슬롯에 담긴 추억이 다른 음식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나의집안의구성원자체가 고기 러버(Lover)로 구성되어있는데특히 우리 아버지는 자칭 '기록의 사나이'라고하실 정도로계산을 하고 나오기 전 사장님이 파라오 슬롯;기록이십니다.파라오 슬롯;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던대식가인 데다가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내가채식을 위해 외식을 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것, 부자끼리 파라오 슬롯을 먹기 시작하면 이야기 꽃을 피우는시간이파라오 슬롯 굽기 시작하기 전과 파라오 슬롯 다 먹고 난 소강상태뿐이라는 것, 진정한고기러버에게서 고기러버가태어난 것이확실하다.
내가 친구를 만날 때도 제일 만만한 게 파라오 슬롯이고 선, 후배들과 식사를 할 때도 제일 만만한 게 파라오 슬롯이다. 목살은 안된다.낄자리가 없다. 나는 오로지 파라오 슬롯이다. 회식을 할 때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파라오 슬롯을 이길만 한 메뉴가 있을까? 거기 소고기를 생각한 당신! 만약 당신이 사는 것이라면 저도 끼워주세요!
생파라오 슬롯도 좋지만 주머니 사정은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냉동파라오 슬롯도 좋다. 둘이서 배불리 먹어도 4만 원 이하로 나오니 회식으로는 정말 으뜸인 파라오 슬롯. 더군다나 나는 술을 먹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파라오 슬롯에만 집중할 수 있다. 쌈장에 찍은 후 따뜻한 공깃밥에 한 숟갈 넣으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고 천국이다. 아직 혼자서는 고기를 구워 먹은 적은 없지만 정말 추운 날 밖을 돌아다니다 인적 드문 고깃집이 있으면 꼭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아직은 두 명 이상이 움직여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인과 함께 파라오 슬롯을 먹으러 갔을 때 나의 계산법에 상대방이 심히 당황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분명 두 명인데 나는 이렇게 외쳤다.
"이모~ 여기 냉삼(냉동파라오 슬롯) 5인분이요~"
5인분으로 끝이 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3인분을 더 시키고 볶음밥까지 먹었을 때 상대방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저 사람은 먹기 위해 태어난 게 분명해..' 하던 그 눈빛을. 아니 뭐,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겠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곧 인류의 시작과 동시에 생겨난 인생인 것을... 물론 파라오 슬롯과 함께라면 더욱! 약속이나 또 잡아봐야겠다. 또 파라오 슬롯을 먹는 날이라면 그것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있겠는가! 모르는 사람도 좋습니다. 저에게 파라오 슬롯을 먹자고 제안해 주세요. 날이야 언젠가 잡으면 되니까요. 왜 사냐건 먹지요.
(아래는 뮤직비디오! 특별출연이 무려 코미디언 전유성!)
하찌(본명 :카스가 히로후미 春日博文) 형님은 아직까지 영상으로 밖에 못 봤다. 아주 가끔씩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뵌 적은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라는 것과 한국을 사랑하시는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1972년カルメン・マキ & OZ(카르멘 마키 앤 오즈)에 가입한 후 1975년 1집 <カルメン・マキ & OZ로 데뷔하였으며 이후RC Succession(여기서는 드러머였다!)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도쿄비빔밥클럽으로 활동, 우리나라에서는하찌와 TJ, 하찌와 애리등의 그룹을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이번 음악은 아쉽게도 CD로 나오지 않은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었다.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답변이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당시에 CD로 낼 여력이 되지 않아서 디지털 싱글로 발매하였다는 답을 받았으니 그걸로 끝!나중에 꼭 파라오 슬롯로 식사대접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