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간 지 두 달도 채 안되어서 짐을 싸서 에볼루션 바카라에 돌아왔다. 호기롭게 1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갔던 게 좀 부끄러웠지만 어쨌든 아주 홀가분한 걸음으로 귀국했다.
파리에 갈 땐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불어를 배워서 파리에서 다시 대학이나 대학원에 갔다가 정착하려고 했다. 말하자면 프랑스라는 나라가 너무 에볼루션 바카라 평생 프랑스에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민을 생각하고 간 거였고 워홀은 연습기간 같은 거였다.
그런데 왜 고작 두 달 만에 생각이 바뀌었냐고?
파리가 싫어서?
아니다. 파리는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가끔은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에볼루션 바카라 눈물도 살짝 고이고 그랬다. 아직도 여행을 가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파리에 가고 싶다. 그러니까 파리가 싫어서 떠난 건 아니었다.
그보다도 에볼루션 바카라 얼마나 좋았나를 뼛속 깊숙하게 느꼈다고 해야겠다. 흔히들 한국의 빠른 배송이나 행정처리를 말하지만 나는 그런 건 나름 포기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에볼루션 바카라 그리웠을 때가 언제였냐면 (또 먹을 거 얘기라 부끄럽지만) 한국에선 동네에 널린 순두부찌개 같은 흔한 음식을 파리에서 3-40분씩 걸려서 겨우 찾아가서 3만 원씩 주고 먹어도 한국에서 먹는 것만큼 맛있지 않을 때였다. 육수랑 순두부랑 양념맛이 정말 한국의 그 맛이 아닌데, 이게 아닌데 싶을 때 그만큼 허전할 수가 없었다. 맨날 한국식품점에서 산 포장된 종갓집 김치만 먹었더니 할머니가 담가주신 겉절이나 무김치가 눈물 나게 그리웠고.. 엽떡 쿨타임이 찼는데 바로 배달 오는 엽떡이 없다니. 교촌치킨과 짜장면과 마약국밥 중 뭘 시켜 먹을지 고민하던 행복했던 시절도 떠오르고 살짝 눈물이 고인 채 바게트랑 파스타를 먹는데 그렇게 느끼할 수가 없고.. 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내 사랑 아이스바닐라라떼는 아무리 파리에서 맛있고 유명한 카페를 찾아다녀도 내 입맛에 맞는걸 못 찾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바닐라라떼는 우리 집 앞 주민카페 바닐라라떼인데.. 그게 제일 맛있는데 그걸 먹을 수가 없다니.
먹는 기쁨이 인생 기쁨의 절반 이상인 내게 그건 너무 커다란 허전함이었다. 인생 기쁨의 절반이 날아가다니 너무 큰 상실이랄까.
당연히 다른 것들도 그리웠다.
파리의 건물들은 다 오래된 건물들이라 밖에서 보면 예쁜데 안에선 보일러시스템 같은 걸 기대할 수는 없어서 맨날 담요를 두르고 으슬으슬 떨면서 에볼루션 바카라의 뜨끈한 보일러 바닥을 그리워하며 시린 발을 주물러야 했다. 왜 그렇게 파리 날씨는 자주 비가 오고 내내 흐린 지 에볼루션 바카라의 더울 땐 덥고 비 올 땐 비 오고 추울 땐 추운, 자기주장 확실한 에볼루션 바카라의 날씨가 너무너무 그리웠다. 엄마랑 언니가 보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은데 시차를 계산해 보니 에볼루션 바카라은 밤이라 전화를 못할 땐 또 얼마나 서러웠고. 친구가 에볼루션 바카라주소로 보내준 내 생일선물을 엄마에게 대신 풀어달라고 하고 영상통화로 바라만 볼 땐 내가 정말 소중한 걸 다 놓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프랑스도 예쁘지만 에볼루션 바카라도 여행 다니면 부산에선 국밥도 먹고 여수에 가면 게장, 공주에 가면 책방 여행도 하고 여주에 가면 도자기구경도 하고 쌀밥은 감동적으로 맛있고.. 서울은 말할 것도 없는데.
이런 허전함이 쌓이고 쌓여서 평생 그걸 채우지 못한 채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파리가 예쁘고 낭만이고 사회문화가 어떤 게 좋고 그런 게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에볼루션 바카라 미치도록 그립고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은 다 한국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선 자꾸 그런 얘기가 들려왔다.
삐빅-당신은 향수병입니다. 에볼루션 바카라에 돌아가는 것 밖엔 치료약이 없으니 당장 돌아가세요.
그래도 프랑스까지 왔겠다, 향수병을 잊어보려고 뭐라도 해보려 했는데.. 여행자일 때와 다르게 이제 여기가 삶의 터전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그곳에서 경쟁력 최하위 레벨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 벨소리조차 불어를 못해서 못 받고 쳐다만 볼 땐 내가 은행 전화조차 못 받는 사람이 된 것에 자괴감이 느껴졌고(은행 직원들이 영어를 거의 못했다), 한식당 서버마저도 에볼루션 바카라어, 영어, 불어 3개 국어를 조건으로 내건 걸 보고 3개 국어를 해야 간신히 서빙일을 한다니 좌절하고..
나는 에볼루션 바카라에서 에볼루션 바카라어만 쓰고도 가르치는 일하며 잘만 살았는데. 열심히 불어를 공부해 봐야 한식당 서버 기본요건을 충족한 정도라니 불어를 배울 의욕조차 나지 않았다.
내가 한국말만 잘해도 잘 살 수 있는 본국이 있다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구나 느꼈을 때 에볼루션 바카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내 피부색만 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 걸 보면 여기선 평생 이방인 취급받을 것 같아 벌써부터 외로웠다. 아마 처음부터 불어를 잘했다면 적응을 잘했을 것도 같지만 내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어를 배워갈걸 따위의 후회조차 없었다.
어쨌든간 나는 이민은 포기했다. 그 어느 나라건 이민이나 유학까지도 미련한 톨 없어졌다. 항상 마음속에 해외생활에 대한 미련이 있었는데 그런 마음은 아예 뿌리째 뽑히고 에볼루션 바카라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내게 굉장한 소득이다. 여행은 여행일 때 좋은 거지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란 게 느껴졌다. 새삼 이민자들의 설움이란 것도 느껴지고 모든 이방인들의 삶이 대단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내가 에볼루션 바카라에 온 건,
에볼루션 바카라 좋아서.
내가 에볼루션 바카라을 이렇게까지 다방면으로 좋아했다는 사실과, 에볼루션 바카라에선 익숙함에 가려져 누리고 있던 모든 것들을 잊었었는데 다시 온 감각으로 깨닫게 되어버려서다.
옛날엔 어른들이 에볼루션 바카라 최고라고 하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가 한국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조만간 1호선에 태극기 배지 달고 태극기모자 쓰고 탈 지도 모른다) 가끔 삐그덕거리긴 해도 그건 사람 모여 사는 곳이라 어딜 가나 그렇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정착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두 달 만에 평생 에볼루션 바카라에 살 결심을 하다니. 그리고 에볼루션 바카라에 오니 이전보다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전기장판 위에 누워 뜨끈하게 몸을 지지면서 그렇게 싫어했던 에볼루션 바카라의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다. 날씨가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춥고 그 사이사이엔 쉼표 같은 봄가을이 있는 사계절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건지! 뭘 배달시켜 먹을지 고민하면서도 감사하고 빨리 결혼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이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모든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선물처럼 느껴져서.
그래도 가끔 파리는 그립다. 파리 정말 예쁜데.
언젠가 꼭 다시 가야지, 순수하게 여행객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에볼루션 바카라에 뿌리를 내려봐야겠다고 드디어 다짐했다. 떠돌이 생활 2년 만에 드디어 정착할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