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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불행이 화목함을 붕괴시키는 법

다섯째 바카라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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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바카라사이트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생활 이야기다. 적어도 다섯째 바카라사이트 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소설은 아내 해리엇과 남편 데이비드 부부의 첫 만남으로 시작한다. 직장 파티에서 만난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다. 이후 모든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첫 번째 바카라사이트 루크를 낳는다. 루크의 탄생은 가정의 행복을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 이 두 부부는 전통적으로 행복한 가정상에 부합하는 형태로 이상적인 가정을 일궈나간다. 그렇게 두 번째 바카라사이트인 헬렌을 낳고, 뒤따라 제인, 폴까지 태어난다.


소설의 배경이 1970년대 근처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4명의 바카라사이트는 많은 숫자다. 부부 주변 사람들은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헤리엇과 데이비드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바카라사이트를 더 원했다. 그들이 물려받은 큰 집은 바카라사이트 한 두명은 더 수용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973년에, 문제의 벤이 헤리엇 배에 들어선다.


다섯째 바카라사이트인 벤은 말 그대로 떡잎부터 달랐다. 헤리엇의 배 안에서 마구 날뛰었다. 아직 5개월 차도 안 됐지만 산모가 너무 고통을 느껴 산부인과를 찾자, 의사는 진정제를 투여한다. 그제야 태아인 벤이 잠잠해진다. 이후 진정제는 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된다. 트라우마 방식으로 바카라사이트를 멈출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이 애는 예쁜 아기가 아니었다"는 산모인 헤리엇이 벤을 보고 내뱉은 첫마디다. 바카라사이트에 대한 묘사에선 사랑스러움, 탄생의 축복 따위는 없고 온전히 기괴함뿐이다.


벤은 한 마디로 이상한 바카라사이트였다. 이상하다는 건 많은 걸 함의하면서 동시에 그를 설명할 수 있는 꼭 한 개의 단어다. 신체적으로 기형아 거나, 장애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바카라사이트는 힘이 너무 강했다. 주변에 있는 물건을 마구 부시고 자기보다 형 누나들을 공격했다. 젖을 너무 강하게 물어 헤리엇에게 살점이 뜯기는 거 같은 고통을 안긴다. 공포 덩어리 그 자체였다.


벤이 하루하루 커져갈수록 기괴함과 폭력성은 강화되고, 사회성은 일절 학습되지 않았다. 그가 말을 따르는 건 오로지 동네 불량배 형들뿐이었다. 남편인 데이비드는 헤리엇에게 벤을 유기시키자고 권유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둘은 작정하여 바카라사이트를 생물학 연구소에 버리고 오지만, 헤리엇의 모성애는 다시금 그 병적인 바카라사이트를 되찾아 오게 만든다.


그리하여, 네 번째 바카라사이트까지 화목했던 헤리엇과 데이비드 가정은, 이제 헤리엇과 벤, 그리고 나머지 구성원들로 갈라서게 된다. 남편은 그 바카라사이트를 왜 데려왔는지 물으며 화낸다. 나머지 4명의 바카라사이트들은 모두 벤을 혐오하고, 공포스러워 하며, 그런 벤을 감싸고 도는 엄마를 거리둔다. 이후 부분은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직접 읽기를 권한다. 물론 대단한 반전이나 끝부분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바카라사이트에 대한 감상은 괴이함이다. 벤은 공포다.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등 덧붙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인지적 장애를 지니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이번엔 벤이 또 무슨 악행을 저지를지 가슴을 졸이는데, 나름 스릴러다.


문제는 도대체 헤리엇과 데이비드 가정에 왜 그런 악을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소설에선 그들이 이처럼 불행을 겪어야만 했던 인과적인 배경이 없다. 특별히 악행을 저질렀거나, 바카라사이트를 편애하지 않는다. 수천 년 전 공룡이 봤던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과 같이, 벤은 행복한 가정에 느닷없이 등장한 뒤 모든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존재다.


바카라사이트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종류의 질문들이 떠오른다.


1) 바카라사이트이 벤과 나머지 가족들 중에서 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 책임 있는 부모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3) 사람들이, 혹은 사회가 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4) 모성애란 본성인가, 학습되는 건가

5) 벤이 유일하게 동네 불량배들을 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 질문은 이 책을 읽고 독서 모임에서 다뤘던 주제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1984, 멋진 신세계와 같은 책을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지만, 나한테는 다섯째 바카라사이트가 더 공포스러웠다. 도대체 다섯째 바카라사이트는 무엇인지, 그 바카라사이트의 기괴함은 어디서 비롯된 건지, 그 바카라사이트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어떻게 대했어야 했는지 궁금하다. 아마 읽어도.... 마찬가지로 답은 찾기 어렵겠지 싶다. 책과 벤의 기괴함과는 별개로, 아무튼 책은 재밌고, 잘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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