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이 열개 올라왔다. 오른쪽 눈두덩이에. 벌레에 물린 줄 알았다.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바람에 스쳤다. 오른쪽 귓바퀴가 부었다. 두통이 있다. 지끈지끈. 기분 나쁜 두통. 머릿속에 모래를 넣었나.
이비인후과를 들러 소염진통제를 받아 들고, 신경과 예약을 하고 선고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눈두덩이는 벌레. 퉁퉁 부어오른 눈두덩이. 피부과는 시술만 한단다. 보톡스만 놓는다. 피부과 전문의가아니란다. 다음으로 찾아간 내과에서는 건강검진만 한단다. 퉁퉁 부은 눈두덩이를 껴안고, 칼바람에 에이는 살을 보듬고 빌딩 건물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피부과의사가 맞단다.대상슬롯 꽁 머니이란다. 림프절도 부으셨네요, 그거 다 대상슬롯 꽁 머니이에요. 두통도 심하시죠, 선고를 받았다. 대상슬롯 꽁 머니 선고. 이게 2024년 10월의 일이었다.
나는 열개, 눈두덩이 대상슬롯 꽁 머니. 나의 엄마 영자 씨는심장에, 가슴에, 겨드랑이에, 등에, 두피에, 백개. 왼쪽 몸에 온통 대상슬롯 꽁 머니이다. 연말을 함께 보내기로 하고 내려간 부산에서 영자 씨의 대상슬롯 꽁 머니을 발견했다. 영자 씨의 슬롯 꽁 머니은 왼쪽 두피까지 번져있었다.나는통증이열개, 영자 씨는통증이 백개.나는늙어가는중, 영자 씨는는 이미오래전에늙었다.
나는 이십 년도 더 전에 오른쪽 얼굴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영자 씨는협심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 눈두덩이에 대상슬롯 꽁 머니, 엄마는 가슴부터 대상슬롯 꽁 머니. 그런 건가? 의사는 상관없다지만 왠지 상관있을 것 같다.
오래오래 상처받은 자리가 늙어간다.
* 엄마가 계속 아프다. 지난 가을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하더니.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셨다. 대상슬롯 꽁 머니이 왼쪽 몸 전체에 퍼졌다. 10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손주도 떠나고 이제 진짜 혼자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2년 6개월. 올해는 어머니와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엄마가 조금 더 살아주셔야 할 텐데. 깨끗한 집에서 엄마하고 도란도란 밥도 먹고, 티브이도 보고, 산책도 하고 그래야 할 텐데. 신이시여. 우리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소서. 2024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부산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다 왔다. 병원에 모시고 가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비우고. 엄마가 나를 돌봐준 것처럼 이제는 내가 엄마를 돌볼 수 있을까?그럴 수 있는 날이 조금 더 허락하기를.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마음먹는 새해 첫날.